황교안 떠난 자리에 난립, '정치시트콤' 장르 개척?

[게릴라칼럼] 홍준표부터 김진까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들의 '특이점'

등록 2017.03.16 16:53수정 2017.03.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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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15일 오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다.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실로 지난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꾸준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2, 3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의가 있었다면 본인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장장 3개월 여간 뉴스의 중심에서 관심을 누렸다. 박 전 대통령과 흡사한 '민생행보'를 두고 일각에서 '대통령 놀이'라 비판할 여지가 충분했다.

어쨌든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물론 자유한국당만은 제외다. 황 권한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예비 경선 시작 이후에도 후보 등록이 가능케 한 이른바 '황교안 특례 규정'으로 불리는 경선 규칙으로 당내 반발을 산 바 있다.

자, 누가 웃고 누가 손해를 볼까. 일부 야권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국정 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자유한국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도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황교안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인해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난립하는 후보들과 미미한 지지율로 인해 들려오는 '자유한국당과 아이들'이나 '정치 시트콤'이란 비아냥도 감수하겠다는 눈치다.

14일 SBS <8 뉴스>가 발표한 SBS 탄핵 결정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이를 대변한다. 이중 자유한국당 여론 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황교안 15.6%, 홍준표 6.4%, 이인제 1.5%로 나타났고, (놀라지 마시라) '없음'이 무려 68.6%로 나타났다.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리얼미터의 3월 2주차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역시 황교안 권한대행의 독주가 도드라졌다. 그 아래 홍준표 경남지사가 2위 자리를 확고히 한가운데, 이인제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원유철 의원 등이 고만고만한 지지율로 이름을 올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전 대통령 파면 직전까지 여당의 지위를 누리던 자유한국당. '포스트 황교안' 이후 자유한국당은 끝끝내 완주하는 대선 후보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완주는 둘째치더라도 '군소후보'의 이점을 살려 자신의 이름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극히 미비한 지지율을 자랑하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들, 말 그대로 난립하는 후보들의 '특이점'을 구태여(?) 콕 추려 짚어 봤다.  


'막말'아니라 '팩트'라는 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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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하는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미래재단 주최로 열린 2017 대선주자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해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당원권을 회복하고, 오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 선언을 예고한 홍준표 지사. 그의 첫 번째 강점으론 각종 논란을 품어 안고 이룩한 너른 인지도를 꼽을 수 있겠다. 이미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4위에 머문 경력도 있다. 최근 들어 그의 이름을 다시 회자시킨 논란은 단연 지난 2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로부터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홍준표만의 무기는 '막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른 홍 지사는 이후 TV조선에 출연, "'막말'이 아니라 '팩트'"라고 항변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든, 인터뷰든, '할 말은 한다'라기보다 '못할 말은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홍준표 지사. 그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어떤 진풍경이 벌어질까. 최소한, '트위터 정치'로 논란에 논란을 거듭 중인 미 도널드 트럼프에 버금가는 '(막)말의 향연'이 펼쳐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15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 나와 "우파에도 '스트롱맨'(강력한 지도자 혹은 독재자)이 필요하다"고 천명한 홍준표 지사. 부디 앞으로도 오래도록 '(막)말 정치'의 '막장'을 전개해 주시라.

'피닉제' 이인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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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나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에게 경외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인제의 생명력, 불굴의 의지, 멈추지 않는 권력 의지 말이다. 이 정도면, '의지의 한국인'이라 칭할 만하지 않은가. 15대 대통령 후보로 나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역할을 도모했던 그가 19대 대통령 후보에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피닉(스)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거기에 17대 대통령 후보까지 나선 6선 의원이자 무려 10번 넘게 당적을 바꾼 여야 가리지 않는 무적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비록 그가 한국 정치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정당하고 올곧은 평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향후 JP를 능가하는 한국 정치의 산증인이 되리란 사실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1948년생인 그는 아직도(?) 60대다.

'태세 전환'의 달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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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반월당 동아백화점 쇼핑점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 조정훈


과거 운동권 동지였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잊혀진 계절"이라 했다. 최근 출연한 JTBC <썰전>에서다. 지난 2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혹성에서 오신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이자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은 '박근혜 탄핵 정국' 들어 다시금 주목받은 인물이라 하겠다.

"박근혜 탄핵"에서 한순간 입장을 바꾼 그는 어느새 친박 집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며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쳤다. "블랙리스트는 행정의 기본"이란 혁명적인 발언도 뱉어냈다. 이쯤 되면, '180도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과거 노동운동에서 보수 정치인으로, 최근 '탄핵 찬성'에서 '탄핵  반대'를 한 전력만으로도 그는 '태세 전환'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고도 남는다. 향후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또 어떤 변신을 할 것인가.

'박근혜 호위무사' 김진태, 춘천시민들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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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불복' 김진태 대선출마 선언 탄핵 불복을 선언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역사에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그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태극기 시민들의 눈물과 좌절을 처음부터 함께했던 사람입니다. 온몸으로 특검 연장을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의 출마 선언문은 마치 '박근혜를 위한 위로'로 보일 지경이었다. 완벽한 '호위무사'로서의 완성이랄까.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라는 발언으로 촛불시민들을 격려(?)하며 유명세를 치렀던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한번 가보겠습니다"는 대선 출마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죽지 말고 완주하시라. '박근혜 호위무사'로서 지속적으로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시라. 그래서 춘천시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시라. 이미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시민들 중 일부는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돼 춘천시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기를 학수고대 중이다.

'극우의 새로운 피'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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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대선 예비후보인 김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경선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말'하면 이 분도 홍 지사에 버금간다. 아니, 능가한다. 탄핵 정국 이후 <중앙일보> 논설 위원직을 내려놓(은 것인지 퇴출된 것인지는 한때 의견이 분분했다)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그는 종편과 보도채널 토크쇼에서 '막말'의 달인으로 통했다. '노무현'도 싫고, '문재인'은 더 싫고, '종북좌파'들에게는 치를 떠는 분이었다. 김진 전 논설위원 말이다.

그런 대쪽 같은 언론인이 홀연히 정치에 투신하자마자 대선에 나서겠단다. 그 어떤 언론인 출신 정치인보다 속도도 빠르고 용맹하다. 파면당한 박근혜씨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과 비교하면 '일사천리'란 표현도 부족해 보인다. 맞다. 자유한국당에는 이런 정치인이 필요할지 모른다.

의원 당선만 된다면, 면책특권을 이용해 화끈하게 상대 당을 저격할 저격수 말이다. 헌대, 향후 자유한국당의 향로가 불투명한지라, 김진 전 논설위원이 의원직을 꿰찰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보인다. 총선까지는 무려 3년이 남았다. 재보궐 선거를 위해 열심히 뛰어 주시라. 갈 길 잃은 '극우' 진영에도 새로운 피가 필요한 법이니까.

이렇게, 열거하기도 숨차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할 예정인 후보들만, '친박' 원유철 의원, 야당에서 여당으로 당적을 바꾼 조경태 의원, 인천광역시장 출신 안상수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등이 대기 중이다. '황교안 불출마'에도 아랑곳없이 염치(?) 있게도 기어이 대선후보를 낼 자유한국당, 난립하는 군소후보들 모두 국민들의 준엄하고 공명한 심판을 받길 바라는 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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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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