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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자작나무들이 쫙~ 여기가 강원도라니...

[필름사진 여행기] 강원도 즉흥여행,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등록 2017.03.19 16:11수정 2017.03.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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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의 모든 사진은 Pentax 67ii(카메라)과 Velvia100(포지티브필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불편하다. 실시간으로 무언가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 지도가 있어서 그나마 시행착오를 많이 줄여주지만, 오히려 이러한 기기가 없었으면 시행착오를 시행착오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낭만이지만 내가 방금 버스를 놓쳤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순간 밀려오는 아쉬움은 쉽사리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식당에 앉아서 주문을 마친지 10분이 흘렀는데 괜시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옆집이 더 맛있고 양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도 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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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눈이 더 많았다면 훨씬 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 안사을


어릴 때부터 자작나무를 참 좋아했다. 순천에서 살던 집의 베란다로 봉화산 자락이 보였는데, 빼곡하진 않았지만 하얗게 사선으로 늘어선 자작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자주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 뾰족함과 따뜻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그 풍경을 보고 처음 알았다.

올해의 행운은,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1월 말까지만 출입이 가능한 그 곳이 많은 적설량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2월 28일까지 개방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항상 무언가가 꾸려져 있는 배낭에 몇 가지를 더 넣고, 떠나는 겨울을 좇아 2월 28일 2017년 겨울 원대리의 마지막 나그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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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 안사을


셔터를 누를 때마다 파노라마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것까지 들고왔다면 배낭의 무게가 4킬로그램은 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인물이 아닌 풍경만을 촬영할 것이기에 슬라이드 필름을 챙겨왔지만 이곳 원대리만큼은 노출 관용도가 높은 네거티브로 찍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예민한 슬라이드 필름으로 모든 구석 구석의 노출을 정확하게 잡아내기에 나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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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의 질감이 생각보다 무르고 부드러웠다. ⓒ 안사을


이곳을 찾을 여행객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버스 시간이다.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버스인데 오후 시간은 소용이 없다. 입산 가능 시간이 오후 2시까지이기 때문이다. 11시 20분에 인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현리행 버스를 타는 것이 최대한 가깝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원대수변공원으로 가는 버스는 훨씬 자주 있지만 정류장에서 자작나무숲 입구까지 5킬로미터 정도의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한다. 필자는 속초에서 렌터카를 이용했다.

둘째로 알아야 할 정보는 주차장에서 자작나무 숲까지의 거리이다. 원대리에 도착을 하면 그 곳에서 3.5킬로미터를 걸어야 숲을 만날 수 있다. 편도로 1시간 10분 정도를 쉬지 않고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거리이다.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지만 경사진 길이기 때문에 예상 없이 걸으면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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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길의 대부분이 진흙탕이었지만 이곳은 순백의 눈길이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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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으로 보이는 산까지 눈으로 덮여있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풍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란 하늘이 있었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된다. ⓒ 안사을


사람의 안전과 숲의 안정을 위해 모든 코스가 열려있지는 않았다. 자작나무가 빽빽히 서있는 풍경을 만난 후 4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의 길이 더 있다. 천천히 산책을 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어느덧 하루의 절반이 흘러있었다.

항상 여행을 할 때 달이 없는 기간을 정해서 가기 때문에 이 날 역시 별이 참 좋았다. 잠들기 전 별 일주 사진을 담기 위해 지도를 뒤졌고, 적당한 곳을 찾아 차를 몰았다.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지보다 어둠이 짙었기에 3시간 정도는 렌즈를 열어놓고 싶었다. 오래도록 빛을 기록해도 별들의 움직임만 기록될 뿐, 하늘의 까만 바탕이 망가지지 않을 듯한 어둠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열어놓지 못했다. 들개 한 녀석이 차와 카메라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삼각대를 건드리면 한시간이 넘도록 기록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 뻔했기에 서둘러 렌즈를 닫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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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의 밤하늘일주 사진. 북극성을 중심으로. ⓒ 안사을


속초의 바다와 일출, 아바이순대의 별미까지

강원도 여행의 첫 행선지는 속초였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전에 렌터카를 이용하여 인제로 향했던 것이다. 속초에 도착한 후 반 나절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겨 아바이 마을로 향했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를 맛보고 싶기도 했고, 실향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을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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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설악산 대교 위에서 바라본 아바이마을의 모습. ⓒ 안사을


아바이마을은 별칭으로 행정상으로는 청호동이다. 1.4후퇴 때 남하한 함경도 일대의 주민들이 전쟁 후 다시 고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휴전선 부근에 함께 모여 살기 시작했다. 어업을 주된 생업으로 하여 이곳에 뿌리를 내렸고 함경도 사투리를 따서 이름지은 것이 이 마을의 별칭이 됐다. 현재는 이곳이 이름난 관광지가 되어 대부분 식당과 고깃배 영업 등의 관광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한 가지 진한 아쉬움이 있다면 먹거리 골목 이상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곳에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달랑 동상 하나와 마을의 유래를 밝히는 팻말이 전부였다. 작은 부지를 매입하여 옛날의 어려웠던 모습을 테마로 세트장을 구성하여 전쟁의 아픔과 실향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인기를 얻는 관광지, 먹거리가 풍부한 관광지도 좋지만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갖게 만드는 관광지로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아바이 마을에서 다시 설악산 대교로 올라 북쪽으로 걷다보면 동명항과 영금정, 그리고 등대 전망대를 만날 수있다. 등대 전망대는 전망이 너무 좋지 않아 마음 속으로 투덜대며 사진 한 장 담지 못한 채 내려왔는데 다 내려오고 난 후에야 내가 끝까지 올라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벤치와 조형물이 있었던 곳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조금 더 올라가야 진짜 전망이 나온다. 조형물 옆에 망원경까지 있었으니 나의 착각을 조금 덜 부끄러워해도 될 것 같다. 엄두가 나지 않아 내려온 그 길을 다시 오르지 못하였다. 꽤나 오래 걸은 데다가 등대 전망대의 계단도 적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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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 아빠와 아들망망대해가 보이는 바위 위로 아빠와 아들이 함께 올랐다. ⓒ 안사을


대신 등대 앞쪽 바다로 조금 더 가까이 내려갔다. 수면만 있는 풍경은 심심한데 풍화침식으로 둥글둥글 다양한 모양을 갖게 된 바위들과 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조화로웠다. 옆으로 영금정이 보이는데 이곳은 일출명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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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금정멀리 보이는 두 개의 정자 중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영금정이다. ⓒ 안사을


숙소로 돌아가니 어느덧 어두움이 깔렸다. 알람을 일찍 맞추고 잠에 들었다.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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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속초해변에서 바라본 일출.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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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일출 직전의 미명, 파도와 해변의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 안사을


일출보다 위의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파도와 해변의 만남 때문이었다. 파도가 모래를 타고 올라 해변과 만난 후 다시 반대로 떠나가는데, 바닷물의 무리보다 한 박자 느리게 떠나가는 물기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닷물과 모래 사이의 저 부분을 '아쉬움의 공간'이라고 이름하고 싶다. 해가 뜰 때까지 이 만남과 헤어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저 모래와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없이 오고 가는 학생들에게 나는 아련한 아쉬움을 갖게 하는 사람인가, 재빨리 떠나버리고 싶은 사람인가.

설악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권금성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탔고, 하루의 남은 시간을 쉼으로 갖기가 아쉬워 강릉의 커피거리에서 한 나절을 더 보냈다. 집에 도착하니 출근을 딱 7시간 남긴 시각이었다. 그 여정은 아래의 사진들로 대신하며, 강원도 즉흥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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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과 토왕성폭포사진 오른쪽 상단에 얼어붙은 물줄기는 토왕성폭포이다. 높은 곳에서 저만한 규모의 폭포라니, 가을 쯤 꼭 다시 와보고싶었다. 토왕성폭포는 전망대까지만 등산로가 나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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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에서(1)역광이어서 능선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2차원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찔한 곳이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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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한 시간을 기다려 용케 사람이 없는 순간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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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의 나무바람의 방향 때문에 따귀를 맞은 듯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나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의 크기를 보면 권금성 바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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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해변의 한 까페가방을 주인공으로 사진을 종종 찍는다. 파스텔톤의 예쁜 까페는 안목해변 입구에 위치해 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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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거리안목해변으로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날씨가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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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겨울바다의 쓸쓸함도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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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까페블로거들의 포스팅이 많기로 이름난 한 까페. 4층에서 담은 모습이다. 날씨가 좋았다면 물빛이 훨씬 예뻤을 것이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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