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안 마신다고 해결될까, 중국발 한파

[주장] '안보'팔이 위험한 불장난으로 국민경제 거덜 난다

등록 2017.03.16 17:25수정 2017.03.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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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 주말인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한류스타 배우 전지현의 광고가 붙은 엘리베이터 앞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칭다오 맥주·샤오미 사지 말자 맞대응 움직임' '우리도 안간다…中여행 취소 문의 '봇물' '반중 감정 확산으로 중국산 제품 불매시 중국도 타격'

지난 5일 중국 허난성 도매시장에서 주류 등 롯데제품을 중장비로 짓밟는 모습이 방영되자 언론들이 '맞대응'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의 내용이야 사실에 근거했겠지만 '반한'을, '반중'으로 받아치자는 일부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는 보도 형태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대한 분석 기사도 없이, 일부의 주장에 편승해 '대국답지 못한 쫀쫀한 중국'을 만들어 버리는 보도. 실익을 위해서도 국익을 위해서도 이건 아니다.

칭다오 안 마신다고 해결될까

중국 맥주인 칭다오를 마시지 않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맥주가 마트마다 넘쳐나는 지금 국내산 맥주뿐만 아니라 독일 등 이름난 맥주는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다. 샤오미 전자 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산이 아니면 수급 불가능한 제품들도 있다. 컴퓨터 부품 중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외한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좋든 싫든 중국산 부품의 공급이 없으면 컴퓨터 한 대도 구성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생산보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하는 편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국내 생산 기반을 아예 없앤 것이다.

우리 밥상의 많은 부분도 중국에서 온 것들로 채워진다. 식당의 주재료는 음식 가격을 맞추기 위해 값싼 재료가 우선이다. 신발과 의류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문자생산방식(OEM)이 많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불협화음. '반한'에 대응해서 '반중' 감정을 끌어올려 이겨야 하는 싸움이 아니다. 롯데를 위시한 대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호텔과 면세점이 텅텅 비는 것만 걱정할 바도 아니다. 중국과 불협화음은 수출과 수입, 모든 면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우리 경제의 평지풍파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모든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1990년 러시아와 국교 수립 2년 뒤인 1992년 중국과의 국교수립은 전 세계의 절반에 이르는 시장의 개척이었으며 한류 열풍의 시초가 되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수교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장치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의 돌파구이기도 했다. 세계 10위국 경제대국의 진입은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시장을 넓힌 결과다. 국교 수립 25년 만에 최악의 험한·반한으로 돌아선 중국. 사드 배치가 안보를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동북아 평화의 틀을 흔드는 일은 물론 25년 북방외교의 성과를 한꺼번에 까먹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드 배치의 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 사드가 배치될 지역의 여론 수렴은 물론 국민들의 온갖 의구심에 이해할 만한 설명도 주어지지 않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자위 수단이라고 하지만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는 아무런 해명도 없다. 비단 소통의 부재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MD 체제 일환이고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반발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설득시키려는 노력도 없었다. 오히려 보수 인사들은 방송에 출연해 상대 국가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막말을 퍼부었고, 정부 관료들은 사드를 둘러싼 경제보복은 없을 것이라며 책임지겠다는 말로 단언했다.


'안보'팔이 위험한 불장난으로 국민경제 거덜 난다

대통령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고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지만 사드 배치를 일방적인 강행은 그대로였다. 중국의 반발이 점점 더 수위를 높이며 광범위해져 갔고, 한국산 불매운동, 여행 제한 조치가 이어지고 단교에 준하는 조치를 운운하는 경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지난 6일 밤 국방부는 보라는 듯 사드 발사대를 국내로 들여왔다.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여론에,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는 시위였던 셈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아랑곳없이 사드배치를 밀어붙이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비견되는 인물은 또 있다. 경제보복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말 바꾸기다. 중국 입점 롯데 마트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한국의 여행조치가 전면 금지가 된다는 뉴스가 전해진 13일, 우 부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에는 증거나 근거가 없다는 면피성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중국의 경제제재를 증거나 근거가 없다고 뭉개버리는 후안무치, 중국과 대화나 설득보다 제소만 염두에 둔 대책. 이런 경제 수장에게 경제 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박근혜 정권의 창조 경제는 정경유착의 범죄로 둔갑했다. 그 범죄를 덮기 위한 궤변은 '안보'팔이로 이어졌다. 북한에게 달러가 흘러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을 고립시키지 못했고 개성공단 진출기업과 노동자만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핵과 미사일을 방어한다고 사드 도입을 결정했지만, 북한의 위축보다는 주변국과의 경제적 마찰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 고립 정책, 군사력 우위 전략이 오히려 동북아의 안보 균형을 흔들고 스스로 경제적 고립만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미국으로만 길이 난 '섬나라' 대한민국.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안보'팔이를 반복한 결과이다.

중국이 경제제재를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것은 설익은 예측에 불과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한, 과도 정권에 지나지 않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사드 배치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제재는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다. '단교에 준하는 조치'를 엄포만으로 볼 수 없다. 15일을 기해서 유커들의 발길이 끊겼다. 크루즈의 제주 입항이 금지되고 한국의 단체여행 상품은 아예 판매 금지 시켰다고도 한다. 제주도 중국 관광객 수입이 1/10로 감소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명동이나 제주가 텅 빈 거리가 됐다.

사드를 멈춰라, 그래야 안보도 경제도 살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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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관광 금지가 전면 확대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관광안내원이 서 있는 주변 거리가 한산하다. ⓒ 연합뉴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다. 기업경제보다는 국가경제가 어렵고, 국민경제는 더 어렵다. 면세점들은 직원들을 무직 휴가로 내몰고 있다. 명동에서 화장품 판매사원들의 일방적 해고가 이어진다고 한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한국여행 제한 조치로 면세점과 호텔이 텅텅 비고, 그래서 노동자들의 줄해고가 이어져 내수가 회복불능의 위기에 빠져도 언제까지 미국에 기댄 안보 타령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말끝마다 경제 살리기를 입버릇처럼 외쳐왔던 박근혜 정권. 그에 의해 지명된 황교안 과도 정부. 사드 배치 고집에 기업경제, 나라경제, 국민경제가 거덜이 나게 생겼다.

박근혜 없는 봄이 왔다. 광장에는 환호가 넘치고 새로운 정치의 기대가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박근혜 정권의 잘못된 경제관, 안보관의 검은 그림자가 여전히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둘러도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드 배치. 임기 60여 일에 불과한 황교안 과도정부가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중국과의 외교 마찰, 경제마찰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래야 안보도 경제도 살 길이 보인다.
#사드 #중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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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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