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지지 없이 뜨는 홍준표, '보수의 대안' 될까

수도권·강원 강세로 7.1%까지 지지율 상승, '성완종 대법 판결'이 걸림돌

등록 2017.03.16 20:57수정 2017.03.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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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하는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미래재단 주최로 열린 2017 대선주자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해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의 '표심'이 상당 부분 홍 지사로 옮겨가면서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에서는 대체로 홍 지사가 '포스트 황교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의 상당수가 홍 지사로 이동한 흐름이 포착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직후인 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 지사는 황 대행을 선호했던 유권자의 3분의 1(32.4%)을 흡수했다. 동시에 3%대에 머물던 지지율도 7.1%까지 상승했다. 보수 주자 중 1위다. 황 권한대행의 선두 자리를 홍 지사가 이어받은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기적으로는 황 권한대행보다도 확장성을 발휘해 보수층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한국당 대선후보로 일단 결정된 다음에 바른정당을 포함한 범보수진영을 결집하면 대선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홍 지사는 16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일부에서는 나를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반값 아파트, 국적법 개정, 징벌적 손배소 등 좌파적 색채의 정책도 많이 폈던 사람"이라며 "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좌파 정책이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자신의 '확장성'을 과시했다. 홍 지사의 핵심 측근도 "대선정국이 본격 시작되면 문재인 정권의 출현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민주당의 반대 쪽으로 쏠릴 것이고, (홍 지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날 자유한국당의 경남 지역 의원 전원(9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찬에 참석한 박완수 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의창)은 "(홍 지사가) 당 대표도 지내고 인지도도 있는 인물이라서 우리 당 후보 치고는 (지지율이) 잘 나온 것 같다"라며 "다른 후보들이 뜨지 않으면 아무래도 유력 주자에게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영남과 TK는 지금도 잠잠해"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홍 지사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역 민심을 황 대행만큼은 흡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홍 지사는 TK에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라며 "단순히 현재 나온 여론조사 수치로만 보면 안 될 것 같다, 보수 민심이 움직이는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는 강원 지역(3.8%→11.8%)과 서울(2.1%→8.7%), 경기·인천(3.3%→8.4%)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면, TK 지역 지지율은 4.8%로, 같은 보수진영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2.7%)보다 낮았다. PK에서는 전주 대비 3.1%p 오른 9.2%를 기록했지만, 진보진영 주자들(문재인 37%, 안희정 13%, 안철수 12%)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영남권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이 지역의 보수 표심이 뭉치기 시작하면 더 약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 지사의 이종혁 정무특보도 "1차적으로 영남권의 민심을 얻어야 한다"라며 "안방에서부터 대표선수로 인정을 못 받으면 뭘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TK 민심에 지지를 호소하는 차원에서 대선 출정식을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기로 했다.

당내 경쟁자인 김진태 의원이 홍 지사의 대구 출마선언을 비판하자, 그는 경남도 서울본부 사무실을 찾은 기자들에게 "걔는 내 상대가 아니다, 뭐라고 떠들든 내가 대꾸할 입장이 아니다,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대법 판결 남았는데 왜 출마하나", 유승민의 '홍준표 저격'

한편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그의 지지율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는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출마는 자유"라면서도 "홍 지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홍준표 대망론'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홍 지사의 돈키호테적인 리더십이 의기소침한 보수를 일으킬 수 있다"라며 "완전 지리멸렬해서 쥐구멍 속으로 숨었던 보수들에게 '한번 해보자'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홍 지사가 약발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홍 지사는 좌충우돌하는 불안한 이미지가 있어서 대선주자로서 합당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대선주자로서 홍 지사가 힘을 크게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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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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