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가족이 뿔뿔이... 박근혜 거짓말의 결말

[게릴라칼럼] 국민에게도, 진돗개에게도 무책임한 박근혜씨

등록 2017.03.17 14:37수정 2017.03.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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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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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박근혜 페이스북


'너른 청와대 앞마당도 좋았고,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들의 관심도 싫지 않았더랬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행복했다. 동물등록증 상 소유자는 '박근혜'씨였고, 집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이었다. 생후 2개월부터 살았으니 청와대는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가끔 사진촬영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니 괜찮았다.

그래서인지, 자식들도 5마리나 태어났다. 박근혜씨는 국민들에게 공모해 자식들 이름도 지어줬다.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였다. 5마리는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이후 새롬이와 희망이는 지난 1월 또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게 가진 않았다. 얼마 전 박근혜씨가 국민들에 의해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그러면서 우리도 집에서 나와 길거리를 전전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 사이 우리 이름도 박근혜씨가 아닌, 국민들도 아닌, 박근혜씨의 지인인 최순실씨가 지어줬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주인인 박근혜씨를 찾아 이사를 갔다는 삼성동 자택까지 내달려 볼까.'

아마도, 박근혜씨가 '유기견' 신세로 전락시킨 청와대 진돗개들의 심정이 이쯤 되지 않을까. 파면 이후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박근혜씨가 '버리고' 간 청와대 진돗개들에게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년 전, 취임과 함께 청와대 SNS를 통해 직접 홍보하고 언론을 타면서 화제를 모았던 그 진돗개들 말이다.

박근혜씨가 삼성동 자택으로 데려가지 않으면서 이 진돗개들은 유기견이 될 신세가 됐고, 동정여론과 함께 '반려견'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었던 박근혜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양하고 번식했던 진돗개 9마리를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유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역시 박근혜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청와대 진돗개와 관련 또 하나의 어이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취임과 함께 '삼성동 주민'이 직접 선물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이 진돗개 두 마리가 사실 박근혜씨의 '취임준비위'가 계획하고 의뢰한 기획작품이었다는 것이다. 17일 자 <동아일보> "주민 선물인 줄 알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는 '취임준비위 작품'"이란 기사를 보자.

청와대 진돗개도 '기획상품', 또 드러난 박근혜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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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날, 진돗개 선물에 활짝 웃는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공동취재단


많은 국민을 훈훈하게 했던 이 모습은 알고 보니 잘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었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한 주민이 진돗개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는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호남 출신 주민 A씨에게 이런 뜻을 알리고 진돗개 선물을 부탁했다. A씨는 "나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며 동참했다.

누가 그렸는지 몰라도 참 일차원적인 데다 저열한 '그림'이다. 호남 출신 국민이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선물한다는 발상 자체가 그러하다. 눈 가리고 아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근혜씨 측이 적극적으로 의뢰했고, 박근혜씨는 '거짓말'까지 했다. 대통령 측의 의뢰를 받은 선물을 순수한 선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진돗개를 구하는 일도 A씨 몫이었다. 위원회가 진돗개까지 구입해서 주면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염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A씨는 진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구했다. 비용도 A씨가 냈다. 취임식 날 오전 진돗개를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가져갈 때는 강남구의 간부가 도와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하면 '위원회의 부탁을 받아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어쩜 이리 천박하고 저열한가. "국민의 선물"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청와대나 박근혜씨 측 언론플레이는 물론, "삼성동 주민의 선물"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워딩' 자체도 절반은 거짓말이 섞여 있었던 셈이다.

"취임 때부터 거짓말 대통령"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심지어 '새롬이'와 '희망이'라는 작명까지도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정황이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이제 개를 키워서도,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제목이다. 손석희 앵커는 "탄핵된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나왔다는 진돗개 아홉 마리가 논란이 됐습니다"라며 진돗개들을 버린 박근혜씨를 직접 언급했다.

"나쓰메 소세키가 길렀다던 그 고양이의 말처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좀처럼 알기 힘든 사람들. 이제는 홀로 앉아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로 또 다른 진실을 생각하고 있을까... "

손 앵커는 고양이가 화자인 일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시선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의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제목을 빌려 박근혜씨의 소통 불가의 언어를 비판하고 있었다. 16일 오전 민주당 표창원 의원 역시 청와대 진돗개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아래와 같이 일갈하기도 했다. 

"동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존중하지 않고 수단과 도구, 물건으로 보는 이는 사람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도 존중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청와대 진돗개들의 입양을 두고 '홍보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팽배했었다. 그럴 수 있다. 취임한 대통령이 '반려견'을 키우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국민들과 함께 모든 생명을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기획'의 과정에서 또 한 번 거짓말이 동원됐다. 여지없이 '비선 실세'의 존재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종국엔 그 '반려견'들을 '나 몰라라' 해 버렸다. 박근혜씨가 보여준 '청와대 진돗개'와의 4년여의 궤적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간단하다.

그 궤적이 거짓말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박근혜씨의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 행태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리라. 반면 한편에선 구태여 '주인' 잃은 애완견처럼 삼성동을 찾아 울고, 기도하고, 태극기를 흔드는 지지자들도 존재한다. 청와대 진돗개들보다 훨씬 더 불쌍한 이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질 예정이란 소식이다. 이들 9마리는 '한국진돗개혈통보존협회' 등 동물단체와 일반 분양될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이게 다 청와대를 나가면서 "진돗개 혈통 보존" 운운했다는 박근혜씨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 온다.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에게는 박근혜씨의 품을 떠난 것이 다행일까 불행일까.

"참 나쁜 대통령"이었으며 파면까지 당한 박근혜씨가 들어야 할 말은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로 그쳐선 안 된다. 더 나아가 "당신은 이제 국민을 들먹여선 안 된다"와 "당신은 정치를 해선 안 된다"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새롬이와 희망이들이 덜 억울해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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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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