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서열 3순위, 이 남자가 사는 법

[서평] 박균호가 쓴 <독서만담>을 읽었습니다

등록 2017.03.17 16:46수정 2017.03.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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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박균호님이 쓰신 책입니다. 저자는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똑같은 글을 적어도 재미지게 적습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분입니다. 책 수집으로 인해 집에서 불편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특유의 전술로 틈을 잘 빠져나가며 치열하게 사시는 분입니다. 이미 책을 여러 권 출간하셨습니다.

직업이 의외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니. 선생님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었으나 국어가 아닌 영어과라는 것에 흠칫 놀랐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왜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까요?

저자는 일도 있고 취미도 있으나 왠지 떳떳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거대한 아내와 차츰 세력을 키워 턱밑까지 쫓아온 딸과의 관계 속에서 살 길을 찾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서교육과 고전에 관한 저술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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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책표지/박균호지음/북바이북/2017.2.6/14,000원 ⓒ 김용만

<독서만담>은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여러 상황에 맞게 소개합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어집니다. 덕분에 제 책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을 넣었고 실제 구입한 책들도 있습니다.

책만을 소개한 서평책이 아닙니다. 이 책의 부제는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이야기'입니다. 실제 자신의 일상이야기입니다. 개인사를 너무 알게 되어 어느덧 친한 가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담배 한 대를 피우기 위해 아내의 눈치를 보는 이야기, 딸아이와 TV 리모컨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자신의 서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자신만의 책 용도 소개, 아내와의 다툼 후 자신의 심적 변화와 해결 과정을 그린 이야기(물론 결국 백기를 들지만), 섹시한 남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집 수리법이 적힌 책 이야기 등 이 시대의 아빠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들입니다.

'천방지축처럼 날뛰는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라면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최민준 지음, 살림, 2016)를 권한다. 외동딸만 둔 나도 교사로 일하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 남학생들이 난해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 엄마들이 어떻게 아들을 통제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침서가 아니다. 여자인 엄마 입장에서는 난해하기만 한 아들의 행동이나 비밀, 가능성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모은 책이다.(본문 중)

저자는 일반인 이상으로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책을 저술합니다. 왠지 고귀할 것 같고 더 지적이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사람 같지만 책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 책을 읽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당한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함께 부담 없이 책들을 소개합니다. 게다가 적절한 유머를 곁들여 책을 읽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은근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며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편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독자가 저자를 동정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일체화 돼 버립니다. 이런 글 쓰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이 책을 단지 재미를 위해 쓰신 것인가? 이 책을 쓰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머리말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힘들지만 다행히도 그 다양한 이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책을 소개하고 싶은 욕구가 이 책을 쓴 동기다.(중략) 제 아무리 첨단 기기가 발달하고 정보의 공유가 쉬워진 세상이지만 여전히 가장 접근하기 쉽고 믿을 만한 지식의 원전은 책이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명제는 다시 쓰여야 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결국 독서가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책 속에 길이 있고 대안이 있기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글로 표현하셨습니다. 이런 목적이었다면 선생님은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글 속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박균호 선생님의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단순 영어 문법과 독해 뿐 아니라 인문학적인 깊이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풀어놓으실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집안 권력 서열 2위인 사모님과 권력 서열 1위인 따님의 눈치를 보며 자신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꿈을 꾸고 계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꿈은 나쁘지 않습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큰 사람의 글은 울림이 깊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서만담> 2, 3편이 시리즈물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데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곤란하신 분들, 독서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신 분들, 교사는 다 재미없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일상이 따분해 한동안 웃지 못하셨던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 덮여 있으며, 그 수많은 책을 독자의 입장에서 유쾌하게 소개한 책은 더 만나기 힘들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박균호 선생님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평소 삶이 책에서 소개된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을 꾸미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좋은 책들을 부담 없이 소개한, 보배 같은 책 <독서만담>. 일단 한번 보시죠.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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