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저지 의혹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 떠나기로

재임용 신청의사 철회로 3월 19일 퇴직...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등록 2017.03.17 15:01수정 2017.03.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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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법원행정처차장이 지난해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받아온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난다.

17일 임 차장은 전체 판사들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이번주에 법관 재임용 신청의사를 철회했다"며 "퇴직의사와 무관하게 관련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알렸다. 오는 3월 19일로 임용 30년을 맞이하는 임 차장은 10년마다 이뤄지는 재임용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법원 내 연구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 등을 논의하는 움직임을 저지하려고 연구회 소속 A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 차장은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판사들의 입을 막고, 그들을 와해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판사들은 코트넷에 관련 글을 올리고 판사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며 법원노조와 시민단체들도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 논란의 중심에 선 임 차장을 적절히 인사조치해야 한다는 이 전 대법관 의견을 받아들여 그를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했다.

"참담한 시간 보내... 지금은 법원을 떠나야만 하는 때"

임 차장은 이메일에서 이번 사태로 겪은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며 "억울하고 괴로운 심정이면서도,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의혹과 불신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격정에 충분히 말씀드릴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저와 관련된 보도로 충격과 의혹, 상심을 안겨드려 너무나 불편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매순간을 보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평소 법원을 위해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다짐했다"며 "그 믿음대로 제 진퇴를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임용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지위를 보전하려 한다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동료 법관들의 신뢰를 저버린 점이 "지금은 법원을 떠나야만 하는 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임 차장은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조사에 의한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저 또한 이번 일이 정의롭게 해결되어 궁극적으로 제가 사랑하는 법원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임용 신청 철회 두고 "어떠한 의심이나 추측 없이 저의 진심, 법원을 떠나는 아쉬움과 슬픔만 읽어줬으면 한다"고도 부탁했다.


임 차장의 재임용 신청철회는 여느 퇴직절차와 다소 다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임용 신청철회는 법원에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물의를 빚은 판사들이 퇴직 의사를 밝힌 경우 징계 절차 등을 진행한 뒤 결정하겠다며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임용 신청 철회는 본인 의사를 그대로 수용, 처리해왔다. 임 차장 역시 이 절차에 따라 곧바로 퇴직처리가 돼 3월 19일이면 법원을 떠난다.

한편 이인복 진상조사위원장은 지난 13일 판사들 앞으로 메일을 보내 "객관성과 중립성, 공정성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겠다"며 17일까지 적임자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추천이 끝나면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대상과 범위 등을 결정해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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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양승태 #대법원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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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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