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표창장' 대 'MB 표창장'

문재인 발언 계기로 민주당 캠프 간 난타전 심화

등록 2017.03.20 14:12수정 2017.03.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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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서 특전사 시절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 KBS 캡처


[기사보강: 20일 오후 4시 55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장' 논란이 당내 경선주자들간의 난타전으로 비화됐다.

문 후보가 19일 오전 KBS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코너에 자신의 군 복무 시절 사진을 보여주면서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가 총에 맞아 참군인 표상이 됐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나중에 제1공수 여단의 여단장이었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문 후보는 1975년 8월 학생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당해 공수부대에 차출된 뒤 1978년 2월 전역할 때까지 제1공수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전두환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유혈진압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의 일이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전두환을 '반란군의 우두머리'라고 언급한 것도 자신의 표창장이 광주민주화운동과 무관하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나자 당내에서는 이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같은 당 최성 후보가 "전두환 장군 표창은 버려야지, 왜 갖고 계시냐"고 웃으며 면박을 주자 안희정캠프의 박수현 대변인은 이를 받아 "모 후보의 말처럼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광주와 호남 민중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안희정·이재명 캠프 "문재인, 전두환 표창장은 버려야..."

같은 캠프의 정재호 의원은 19일 저녁 9시 49분경 페이스북 그룹 '내 친구 안희정을 소개합니다'에 "내일 후보 대리인간 토론 나갑니다! 뭐 질문할까요? 이런 거 할까요?"라며 다음과 같이 썼다.

"전두환 때문에 우리 후보는 계엄사 끌려가서 매 맞고 고교 제적당했는데 누구는 전두환한테 표창 받은 거 방송에서 자랑이나 하고. 이 시점에서 이러시면 안 된다. 사과하실 의향은 없으신지?"

그러나 뒤에 정 의원은 이 부분을 "뭐 질문할까요? 네거티브는 안하는 게..."라고 고쳐 썼다.

안희정캠프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은 박영선 의원도 광주에서 열린 안 지사의 토크콘서트에서 "다른 후보가 전두환 포상받았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해 놀랐다. '저 사람이 광주의 한을 이해하는가'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20일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어제(19일) TV를 보면서 왜 '(전두환) 장군'이라는 발언을 할까, 왜 자랑하듯이 얘기하나 생각했다. 광주에 내려가면 전두환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이날 오전 "평생을 민주화 운동,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저에게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왜 스스로 이슈를 키우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자제하고 있는데 그만큼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라며 "다른 후보들은 정제된 표현을 하고 있는 데 문 대표가 스스로 모욕적이라고 발언하면, 그 발언에 모욕받은 사람들에게는 상처로 다가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재명캠프의 김병욱·제윤경 대변인도 문 후보를 겨냥해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전두환 표창'을 폐기하고 20일 광주 금남로의 땅을 밟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전두환 표창장' 발언이 이처럼 논란이 된 것은 민주당 국민경선이 호남권(27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첫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하는 다른 캠프들의 입장에서는 호남의 '전두환 트라우마'로 경선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문재인 캠프(더문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더문캠의 특보단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은 '친구이자 동지인 안희정 후보님께'라는 공개편지에서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 너무나 어색한 옷을 입은 동지이자 친구를 보는 것 같다"며 "사병으로 군복무 충실해서 받았던 부대장의 표창장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가 안희정의 정치가 아니지 않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선배이자 동지이며, 노무현 대통령도 같이 모셨던 분에게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을 두고 억지 흠집을 낼 일도 아니지 않냐? 정치음해 지역감정 조장과 같은 구태와는 과감히 결별하자. 분열을 조장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멀리하자"고 주장했다.

더문캠 내부에서는 "박영선·이철희 등 비문재인 성향의 의원들이 가세한 후부터 안 후보의 캠페인이 거칠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청래, 안희정 캠프 공격에 안 지사의 'MB 표창장' 거론

친문재인 성향의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가 2012년 11월 1일 '외국 기업의 날' 행사에서 충남지사 자격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웃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본인은 이명박이 좋은 대통령이라 표창장 받았는가? 이명박한테 받았으면 고통스러워해야지 왜 웃고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안 후보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의 말씀은 애국심에 기초한 것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래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문 후보의 진심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문 후보의 말에 대해 조금 황당해하거나,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당원들도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 그런 당원들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져 달라"고 당부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별관에서 농성 중인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을 방문했다가 일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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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문재인 캠프의 '가짜뉴스대책단'(단장 문용식)이 발표한 ‘SNS 내 유언비어 유포 게시물 사례집’에 소개된 소설가 고종석씨의 트위터(1월 28일) ⓒ 트위터


논란이 이처럼 격화된 데에는 더문캠의 책임도 없지 않다.

3월 9일 더문캠의 '가짜뉴스대책단'(단장 문용식)이 발족하면서 발표한 'SNS 내 유언비어 유포 게시물 사례집'에 소설가 고종석씨의 트위터(1월 28일)를 거론하며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내용도 허위 사례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씨는 "문재인씨가 전두환이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호남이 문재인을 지지해선 안 될 결정적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주장했다.

안희정·이재명 캠프도 '전두환 표창장'의 진위를 정확히 따지지 않고 사실 자체의 거론을 더문캠이 허위로 규정한 대목을 주요하게 문제 삼고 있다.

다른 정당들도 "그동안 전두환 표창을 가짜뉴스라 말해왔는데 사과해야 한다"(국민의당 김영환 최고위원), "순식간에 가짜뉴스에서 진짜로 둔갑시킨 문재인의 말 바꾸기"(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더문캠의 한 관계자는 "SNS 공간에 '문 후보가 5.18 때문에 표창장을 받았다'는 식의 허위사실 유포 사례가 많았는데 자료집에는 사례를 잘못 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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