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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모아준 촛불시민, 촛불광장은 아직 안 끝났다

[게릴라칼럼] 퇴진행동 빚 소식에 5일 만에 12억... 그 모금액의 의미

등록 2017.03.20 17:16수정 2017.03.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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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12억이랍니다... 어쩌죠?"

아주 색다른 소감이 아닐 수 없었다. 20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전화 인터뷰를 한 박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상황실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이라는 전제를 단 박 실장은 "(후원금을)이제 그만 좀 보내주셨으면..."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소감을 전했다.

"시민들의 위대함을 봤다.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위대함을 경험했다. 시민여러분들도 잊지 말고 자신들의 위대함을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 15일 퇴진행동이 촛불집회 주최 비용으로 1억 원의 빚이 남았다고 밝히면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은 뜨거웠다. RT와 공유가 잇따랐고, 모금에 동참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보도 이후 이틀 만인 지난 17일 8억8000만 원이 모였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주말동안 3억이 넘는 후원금이 더 전달되며 최종 12억 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모인 것이다.

박 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집회를 더 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미 퇴진행동 측은 오는 25일과 세월호 3주기 전날인 다음달 15일로 예정됐던 집회만을 소화할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퇴진행동 페이스북에 한 사용자가 "남은 비용을 (조기대선) 선거감시 단체와의 연대에 쓰는 것이 어떠하느냐"고 남긴 의견에 퇴진행동 측은 이러한 답변을 남겼다.

"네,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시민의 눈이나 시민의 날개 등에 쓰이는 것에 계속 의견을 주시는데 개표 감시활동을 하는 것은 퇴진행동과 활동방향이 맞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후원으로 모아주신 돈은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것은 어떻게 할지 시민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더이상의 촛불집회는 없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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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축하 촛불문화제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되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구속” 등을 요구하며 자축하고 있다. ⓒ 권우성


"딱 토요일날 한 것만 1660만 명 가까이 오셨는데 의미 있는 여론조사가 하나 있더라고요. 우리 리서치하고 공공의창, 그리고 참여연대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니까 실제로 국민들의 3분의 1 정도가 집회 참여했다고 답을 하셨어요. 지금 현재 인구 수가 5300만 명 되잖아요. 3분의 1이라고 하니까 1700만 명쯤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추산하고 비슷하더라고요.

저희는 매일 집회 나온 것이나 또 법원 앞, 검찰, 특검, 새누리당 앞에 간 것은 뺐거든요. 그러니까 그것까지 하면 실제 촛불집회 가신 분들은 3분의 1이 넘는다는 추정이 가능하고 그러면 사실 한 집에서 1명씩은 나왔다는 건데. 그러니까 이게 위대한 국민혁명의 반열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 사무처장은 이번 촛불집회의 의미를 총정리하는 인터뷰에서 '위대한 국민혁명'란 표현을 썼다. 촛불집회에 참석해 본 국민은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그 엄청난 인원은 물론 그에 반해 절대적으로 평화적이었던 집회 현장은 이미 외신에서도 줄곳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단 5일 만에 12억을 모금해 준 촛불시민들의 연대는 그런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준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줄지 않는 '박 대통령 철저 수사' 혹은 '구속 수사' 여론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87.2%에 달했다. 요건이 된다면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68.8%를 차지했다.

YTN·서울신문이 의뢰로 지난 16일 엠브레인이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전체 응답자 가운데 65.8%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철저 수사'와 '구속 수사' 쪽으로 민심이 확고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박근혜 동정론'이나 '샤이 박근혜 지지층' 주장은 일부 '친박' 성향 유권자들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일장춘몽임인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12억을 모금해 준 촛불시민들의 염원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시민들의 부채감을 포함, 아직 끝나지 않은 촛불혁명에 대한 염원이 담긴 십시일반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금 관련 뉴스 자체가 감동인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을 것이고.

촛불광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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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선고 전야인 9일 오후 서울 공화문 광장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해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헌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광장에서 일상으로'라는 표현은 그래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촛불시민들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박근혜 탄핵'이란 일관된 요구 속에서 수많은 한국 사회의 개혁과제들이 광장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또 공감대를 형성했던 장면들을.

지난 6개월 간 촛불시민들이 함께 요구했던 정치·재벌·검찰·언론개혁의 목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드배치 반대, 세월호 진상 규명, 선거 연령 인하,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 산적한 각 분야별, 계층별 일선의 요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광장에 울려 퍼졌고, 촛불시민들의 공감대를 샀다.

아마도, 촛불시민의 적지 않은 수가 '박근혜 없는 봄'이 찾아 왔다고 진정으로 여기고 있진 않을 것이다. 5월 9일로 확정된 '장미 대선'의 소용돌이와 '피의자 박근혜씨'에 대한 검찰 수사로 급류를 타고 있는 정국 속에서 광장이 요구했던 개혁의 과제들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단기간 퇴진행동에 답지한 모금이야말로 촛불시민들이 이러한 광장의 의미를 여전히 현재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실질적으로 퇴진행동 측이 1억 원의 빚을 호소했지만, 촛불시민들은 그 12배에 달하는 모금액으로 화답했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 차원에서 '노벨 평화상 추천 태스크포스'를 가동한다는 소식에 쏠린 관심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내년 1월 노벨위원회에 '촛불집회'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추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후보 추천이 이미 마감된 상황에서, 2018년 노벨평화상 추천 일까지 촛불집회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계획으로 보인다.

이미 1987년의 광장과 2008년의 광장, 이번 '박근혜 탄핵'의 촛불광장의 차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이 있었다. 이제, 2016년과 2017년으로 이어진 이 기록적인 촛불광장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를 차근차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느냐는 숙제가 남았다. 12억의 모금액이야말로 촛불시민들의 그에 대한 의지표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촛불광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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