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표창'이 문제? '안보는 보수' 프레임이 더 문제

'안보는 진보' 프레임 설정해야... 진보 야권 내부 자성과 각성 요구돼

등록 2017.03.20 18:00수정 2017.03.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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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비전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이 매우 뜨겁다.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민의당까지 가세해서 논쟁이 매우 격렬하면서도 복잡하게 번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치 세력뿐만 아니라 각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격화되고 감정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필자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 내용을 보았을 때 이 논쟁은 애초부터 잘못 시작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문재인의 발언 내용을 갖고 '전두환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연계시키려는 것은 견강부회며 지나친 정치공세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유동적인 호남민심과 관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쯤에서 중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근본적이면서도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안보는 보수'라는 이데올로기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민주당 세력을 포함한 범 진보 야권 내부에서도 이 이데올로기가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는 이번 뿐만 아니라 민주당 세력과 관련된 여러 현안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 깊숙하게 뿌리 박혀 있다보니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분석은 잘 이뤄지지 않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이 사안은 이 지점에서 독해해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문재인 발언 논란, '안보는 보수' 논리에서 바라보면

주지하다시피 이 사건 발단의 계기는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군대 시절 사진을 들고 온 것과 관련이 있다. 전두환 표창 발언도 자신의 군생활을 설명하면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이 사진을 들고 나온 이유는 '안보관'에 대한 보수층 및 중도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다.

문재인이 '안보관'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군대 시절 사진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다른 야권 세력들이 이 사안을 두고 논쟁을 하려고 했다면 '안보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략에 대한 것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재인의 '안보관'을 우려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신봉한다. 이들은 사실 문재인의 안보관만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계승하는 민주당 세력의 안보관 자체를 우려한다. 사실상 이들은 햇볕정책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에게 화살이 몰리는 이유는 현재 그의 지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는 지금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탄핵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보수 세력은 이 부분에선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진보 야권에 대한 공세를 펼친다.

그리고 진보 야권 내부에선 '안보는 보수'를 고리로 보수 세력과의 연대론이 나오기도 하고, 안보 문제에 있어 보수 세력의 문제점을 공세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이 사안에 대한 쟁점화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가 정치사회 전반에 매우 강고하게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보는 보수',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면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문제의 해법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번 경우 답은 의외로 매우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바로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 대신 '안보는 진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안보는 보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정하는 프레임이다. 뉴라이트 세력들은 '잃어버린 10년' 담론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성과를 부정했는데 이것의 하위 담론의 핵심이 바로 '안보는 보수'다. 그리고 '퍼주기'와 '종북' 담론은 '안보는 보수' 프레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런데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는 일반 국민들에게만 퍼진 것이 아니라 진보 야권 내부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민주당 세력은 중도층 확보를 위해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자기 혁신의 논리로 수용하였다.

그런데 '안보는 보수'는 진보를 위한 논리가 아니다. 이것은 햇볕정책를 부정하기 때문에 민주당 세력의 기본 근간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 세력은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가 자신들을 파괴시키는 줄도 모르고 적극적으로 수용해버렸다. 보수 세력에 의해서 의식의 식민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자신을 위해하고 부정하는 논리를 자신을 위한 것으로 오인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현상이 현재 진보 야권에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위와 같은 현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개념을 적용해서 최근에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썼다.

여기서 '안보는 보수'를 진보 오리엔탈리즘의 가장 대표적인 사안으로 지목하고 이 문제의 극복을 역설한 이유도 바로 이와 관련되어 있다. 이번 논쟁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는 현실과도 맞지 않다. 지난 보수 정권 9년의 역사를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매우 위협적일 정도로 강화되었고, 한반도 주변 정세는 매우 악화되었다. '안보는 보수'라는 일반적 통념과는 전혀 정반대 현실이 나타난 것이다.

'안보는 진보' 프레임의 설정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근본적이면서도 공세적인 차원에서 돌파하기 위해서는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추진된 햇볕정책이 동북아 평화와 국가 안보에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강조해야 한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와 달라진 한반도 정세의 성격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에 따른 업그레이드된 햇볕정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조화를 이룰 때 '안보는 보수'가 아니라 '안보는 진보'라는 이데올로기가 확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민주당 세력은 이 지점에 맞춰서 논쟁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민주당 세력은 '안보는 보수'라는 세간의 통념을 제대로 공박한 적이 없다. 보수 세력의 세부적인 정책에 대해선 많은 비판을 했지만 이를 포괄적인 프레임으로 설정하여 대중적인 활동을 한 바가 없다.

그리고 보수 세력의 정책은 비판하면서 보수 세력의 프레임과 이데올로기는 받아들이는 모순적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번 문재인 발언과 관련된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논쟁은 근본적으로 따져들어가면 이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선 '안보는 보수'는 사실과 다른 허구의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안보는 진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논쟁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뤄지고 이어져야 한다. 더 이상의 자해적인 논쟁은 중단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안보는 보수'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생산적인 논쟁이 이뤄지도록 진보 야권 내부의 자성과 각성이 요구된다.
#문재인 #전두환 #안보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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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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