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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이제 고마 와라" 서문시장 상인들 불만 고조

지지자들 떼로 몰려들어 막무가내식으로 길 막고 드러눕기도

등록 2017.03.20 19:34수정 2017.03.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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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20일 오후 서문시장을 찾은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이 서문시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도로에 앉아서 막고 있다. ⓒ 조정훈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서문시장을 방문하자 국민저항본부 등 전국에서 온 보수단체 회원 1000여 명이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차량의 출입을 막기 위해 도로 위에 드러누웠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심지어 서문시장 앞에서 상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품을 옮기려던 한 상인이 출입구를 막고 있던 김 의원의 지지자들에게 통로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자, 다짜고짜 욕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장미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정당 예비후보들의 서문시장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서문시장을 자주 찾는 이유는 이곳이 대구경북의 표심을 얻으려는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시장은 6만 4900㎡에 4000여 개의 점포가 있고 상인은 2만여 명에 달한다. 또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 명으로 대구경북의 여론을 알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아 위로를 받았다.

올들어 자유한국당 후보 4명, 바른정당 2명 등 8명 서문시장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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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진 가운제 많은 시민들이 모여 홍 지사를 연호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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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20일 서문시장을 방문하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 조정훈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8일 서문시장에서 대규모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출정식을 가졌다. 경남도지사가 대구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다소 생뚱맞다는 지적에도 그는 어릴 적 서문시장을 자주 찾았다며 '제2의 고향'을 강조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지난 14일 서울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곧바로 서문시장을 찾아 지역민들에게 대선 출마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조경태 의원도 1차 컷오프를 앞두고 지난 16일 서문시장을 찾았다.

자유한국당과 경쟁하는 보수정당 후보들도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 1월 10일 서문시장을 방문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 3월 3일 서문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선후보는 지난 15일 서문시장 상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은 서문시장 방문을 놓고 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홍 지사가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갖기로 하자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던 곳"이라며 "홍 지사가 박 전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우려면 출정식 장소부터 바꾸고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홍 지사는 경상남도 서울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닐 때 서문시장에서 놀았다"며 "서문시장이 박근혜 시장이냐"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걔(김 의원)는 내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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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14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자들 앞에서 두 손을 들어 만세를 하고 있다. ⓒ 조정훈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가세했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서민의 아픔과 상인의 아픔이 담겨 있는 서문시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이는 오직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는 정치적 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 대변인은 "어머니가 서문시장에서 팥죽을 끓여 팔고 시장 심부름으로 먹고 자란 김 지사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어이없는 노릇"이라며 "서문시장의 애환도 모르는 타지 손님들이 찾아와 싸우고 있으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김 지사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19일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홍 지사는 경남도지사를 하신 분으로 대구하고 인연은 있었지만 서울에서 쭉 정치를 하셨다"며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구에서 4선을 했다. 대구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는 저하고 비교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 방문에 반갑지 않은 상인들 "이제 고마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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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상인들은 정치인들의 잦은 방문에 장사가 되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 조정훈


이처럼 서문시장을 놓고 대선 후보들이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상인들은 정치인들의 방문에 달갑지 않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오히려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문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막으며 드러눕기까지 하자, 상가연합회 소속 김희철씨는 20일 오후 "집회신고도 하지 않고 차량을 막으면 우리는 어떻게 장사하란 말이냐"며 "가뜩이나 4지구 화재로 장사도 안 되는데 너무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여기 와서 물건도 하나 팔아주지 않으면서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한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정치인들은 이제 고마(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점에서 국수를 파는 김아무개(67)씨는 "정치인들이 오니까 지지자들도 몰려와 시끄럽고 사람들이 다니기에도 불편하다"며 "오늘은 하도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까지 먹었다. 여기 와서 분탕질만 하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하는 김아무개(38)씨는 "지난해 화재가 난 후 장사가 더 안 되는데 서문시장 와서 위로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불편하다"면서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정치인들은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지지해 달라고만 한다.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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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태극기를 두른 한 보수단체 회원이 서문시장에 모습을 보이자 한 상인이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조정훈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서문시장 2지구에서 가방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선거만 한다카면 시장에 와서 난리굿을 한다"며 "자유당이든 민주당이든 한 번만 더 오면 패대기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대떡을 파는 30대 상인은 "사람이 터져나가는데 나보고 안 비킨다고 오히려 뭐라고 해서 화가 났다"며 "하루 걸러 한 명씩 오니까 평탄할 날이 없다. 오더라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은 서문시장은 보수정치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선거때마다 정치인들이 찾는 것은 좋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영업에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아니냐"며 "서민경제를 잘 돌보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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