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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되는 민주당 경선, '정권교체' 목표 잊었나?

등록 2017.03.21 10:57수정 2017.03.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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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선룰 협상 단계에서부터 후보간 갈등의 양상을 내비치더니 본격적인 후보 검증이 시작되는 토론회가 시작되자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노선이나 정책, 비전과 가치의 갈등이 아닌 특정 후보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거나 발언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가 하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장면이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늘어가고 있다. 당안팎으로부터 우려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후보 간 내부 갈등은 단지 내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전투구식의 대립과 갈등은 유권자의 정치 혐오와 정치 무관심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상대진영으로 하여금 역공의 빌미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정도를 넘는 공세적 대응은 같은 편이라면 가급적 피해야 하는 불문률과도 같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아슬아슬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책과 비전이 살아있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토론, 구태와 구습이 사라진 감동이 있는 경선 과정을 기대한 유권자들이라면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모습을 복기해본 내용이다. 당시 '비문 후보'들은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재인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문 후보에게 집중되었고, 이 과정에서 도를 넘는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완전경선, 즉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여세를 대선까지 이어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몇 차례 경선 파행을 겪으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경선 흥행을 위해선 후보들간의 치열한 토론은 물론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 모을 정책적 이슈와 담론들을 생산해 내야만 한다. 그러나 당시의 민주당 경선은 그러질 못했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정책 이슈를 가로 막았고, 이 와중에 비문 후보들의 '경선 보이콧'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그 후유증은 대선 끝까지 이어졌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는 그들이 과거의 실수를 좀처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년 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던 민주당은 그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냉정하게 말해 이번에도 역시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문 후보가 민주당내 TV토론회에서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장군에게 표창장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 커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민주당 내부는 물론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민의당까지 가세하며 아직까지도 치열한 정치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논란이 거세진 데에는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정치 공세가 크게 한몫했다는 점이다. 본래 이 발언은 보수진영으로부터 안보관에 대해 의심받아 온 문 후보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꺼내든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안 후보와 이 후보가 이를 정치 쟁점화시키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던 것이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문 후보의 실수나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히 유효한 반면 조기대선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책과 이슈 선점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져버린 탓이다. 따라서 두 후보는 앞서가는 문 후보 측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만한 전략이 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전략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은 물론이고 스스로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문 후보의 발언 논란으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격한 감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당내 경선이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의미있는 경쟁의 과정이 아닌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흠집내는 과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후보가 되든 후유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또 있다. 경선 과정의 잡음이 곧 상대 진영에게 기회가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호남민심을 두고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모처럼의 호재에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연일 문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정체에 고민이 깊어지던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가려운 곳을 민주당이 긁어준 셈이다.

민주당의 불협화음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첨예한 경선 갈등이 유권자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추겨 자칫 유리한 판세를 그르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는 탓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야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치는 예측불가능한 생물이다. 어떤 극적인 변화나 사건이 터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정치다.

보수 진영의 막판 대결집이 일어날 수도 있고, 북핵 문제 같은 뜻하지 않는 '외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선이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역대 대선과정을 살펴 보더라도 이는 명확해진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과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그해 대선의 승자가 누구였는지는 모두가 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2012년 경선과정을 환기해야 하는 이유다. 당내 경선은 가장 경쟁력있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축제이자 기회의 장이어야 한다. 후보들은 자신들이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던 이인제 후보는 결국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쉽고 편한 길로 가려고 하지 말고, 어려울지라도 정도를 걸어라.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감동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라. 다른 사람의 약점에 편승하지 말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각인시켜라. 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가 로도스다. 거기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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