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ODA 이권개입, 외교부 등은 "나 몰라라"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거짓해명으로 사실 은폐해

등록 2017.03.22 15:10수정 2017.03.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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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코리아에이드(Korea Aid), 미얀마 K타운 등 ODA(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사회발전·복지증진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원조)를 통해 사익을 챙긴 것이 드러나면서 ODA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고 있고, 한국 국제개발협력 전체의 진정성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작년 하반기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 그 의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지난 2월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정부기관 국무조정실(개발협력정책관실)·외교부(개발협력국)·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최순실이 이권을 챙긴 대표적인 ODA 사업 '코리아에이드'와 '미얀마 K타운'의 추진경위와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코이카 김인식 이사장 임명과정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나 세 기관 모두 민감한 질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거나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일부 답변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했다.

먼저 세 기관은 최순실의 ODA 이권개입에 관한 정확한 경위를 인지하고 파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외교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한 범부처 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에 대해 각 부처 및 기관별 ODA를 조정하는 최고 상위기관인 국무조정실은 "당시 추진현황에 대해 별도 보고받거나 자체적으로 파악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외교부 역시 코리아에이드 정부합동 TF 회의록 공개요구에 대해 "회의를 주관하지 않아 작성한 적이 없다"며 미르재단의 TF 참석경위와 역할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와 코이카는 '미얀마 K타운'에 대해서도 "산자부 주관 사업으로 구체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코이카 김인식 이사장 개입건도 "아는 바 없다"고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이처럼 각 담당기관이 문제가 된 사업의 추진경위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답변에서는 거짓해명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외교부는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개입과 관련하여 작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올해(2016년)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은 미르재단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이를 재확인하는 이번 질의에서도 "2016년 코이카의 코리아에이드 예산 50.1억원은 미르재단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이는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답변서를 보낸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코이카가 2016년 5월 코리아에이드 아프리카 답사에 동행한 미르재단 직원 2명의 출장비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교부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출장비를 지원한 코이카도 "(코리아에이드 사업 추진을 위해) 미르재단과 별도로 만나거나 회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외교부와 코이카 모두 국회에 제출한 코리아에이드 관련 자료에서 '미르재단'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도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각 정부기관이 ODA 이권개입 사태를 묵인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권개입 관련 사업들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발전대안 피다는 작년 코리아에이드 사업 출범 직후부터 추진논의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부합동 TF 회의록을 비롯하여 작년 하반기 코이카가 수립한 추진계획조차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코리아에이드 명칭 폐기 및 사업 전면폐지를 묻는 질의에서도 코이카는 "정부(국개위/외교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변했고, 외교부는 "코이카가 진행하고 있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내용 개선 작업을 보아가며 판단하겠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ODA 자금을 조성하는 납세자인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의혹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최순실이 ODA로 이권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비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만이 아니라 이에 침묵하고 동조했던 정부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얀마 K타운'을 중단시켰다고 자랑하는 정부의 ODA 시스템은 '코리아에이드'를 걸러내지 못했고, 미르재단이 개입한 코리아에이드의 잔재는 올해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외교부·코이카 등 ODA 관련 정부기관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답변서에서 나타난 각 기관의 소극적이고 반성없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ODA 이권개입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에서부터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위기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ODA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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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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