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코앞,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걱정스러운 이유

[현장] 30년 만에 최고층 빌딩 4월 3일 개장... 사드·안전사고·소비악화 등 겹쳐

등록 2017.03.21 20:23수정 2017.03.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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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롯데물산 대표이사가 21일 롯데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장 기념 불꽃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상호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다음달 3일 문을 연다. 지난 1987년 초고층 빌딩 건설을 위해 잠실 일대에 땅을 사들인 지 30년 만이다. 롯데 쪽은 정식개장을 앞두고 21일 기자단 초청 행사를 열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처럼 한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될 것이라며 롯데 쪽에선 화려한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안전성 문제와 사드 도입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 중산층 소비심리 위축은 롯데타워가 넘어야 할 산이다.

툭하면 사고, 안전성 문제 없다지만 심리적 불안감은 여전

롯데타워는 잦은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힌 상태에서 25분간 움직이지 않았다. 내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탑승객 39명은 25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어야 했다.

이 사고로 당초 오는 22일로 예정된 전망대 개장도 4월 3일로 미뤄졌다. 이날 기자단 초청행사에서도 전망대 엘리베이터는 2대 중 1대만 운행했다. 안전 점검을 이유로 가동하지 않은 것이다.  

최원기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부문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죄송하다"면서 "센서 튜닝 작업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고, 잘 준비해서 정식 개장하는 데 문제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영민 롯데물산 기술안전부문장은 "엘리베이터 바깥 쪽에 있는 센서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며 "엘리베이터에 정밀한 전기장치가 있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일주일간 정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롯데타워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앞서 개장한 롯데타워 쇼핑몰에서도 출입문이 이탈해 이용객을 덮치고, 아쿠아리움에서 물이 새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사고로 이용객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도 한때 전망대 엘리베이터가 닫힌 뒤 바로 움직이지 않자 "장난치지 마라", "또 멈추는 것 아니냐"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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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로 롯데월드타워를 내려다본 모습 ⓒ 롯데물산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인 외면, 레지던스 분양 등 부정적 영향

사드(THAAD)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는 국방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면서 중국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중국 현지에서 이뤄지는 각종 불매 운동도 롯데가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적인 고민거리는 롯데타워 레지던스 분양이다.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영업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다. 당초 롯데는 레지선스 1실당 40억~300억원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수요층은 일반인이 아닌 국내외 자산가로 정했다.

최근 국내에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중국인 자산가들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중국에서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판매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호석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은 레지던스 분양과 관련해 "사드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해외판매는 미국과 중동, 대만 등 다각화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타워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아직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있는데, 중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거액의 돈을 보내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롯데타워 전망대도 사드의 영향권에 있다. 롯데는 당초 중국인 관광객들이 롯데타워 면세점에 들러 쇼핑을 하고, 전망대도 둘러보는 패키지 형태의 관광 동선을 구상했다. 하지만 사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면서 이런 구상은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전망대 운영을 담당하는 롯데월드 관계자는 "사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올해 목표 관광객(국내 185만, 해외 45만) 가운데 해외 관광객 비율이 높지 않아, 크게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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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정식 개장을 앞두고 열리는 불꽃놀이 예상 조감도 ⓒ 신상호


상류층 소비 위축, 지속되면 롯데타워 매출에도 직간접적 영향권

최근 상류층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상류층을 위한 공간이다. 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42~71층)의 분양가는 42억~377억원이고, 프라임 오피스(14~38층)도 레지던스와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될 전망이다.

타워 76~101층은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그니엘 호텔이 들어선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가장 저렴한 방도 60만원이 넘는다. 최고급 스위트룸은 2000만원에 달한다. 세금과 봉사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서울스카이 전망대(117~123층)의 입장료도 2만7000원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결국 롯데월드타워 매출은 소득 상위 계층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이들 계층이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1~5분위)를 보면, 월 평균 소득이 827만9000원인 5분위 계층은 소비지출이 전년에 비해 4.5% 줄었다. 4분위(월 514만원) 계층의 소비지출도 1.9% 줄었고, 3분위(391만2000원)도 3.6%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5분위 -3.6%포인트, 4분위 -2.0%포인트, 3분위 -2.1%포인트 줄었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안 쓰는 것이다. 소비심리지수도 지난해 10월 이후 평균치인 10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롯데타워는 서울 경쟁력은 물론 잠실과 송파 지역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한차원 발전시키는 새로운 엔진으로 우뚝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타워가 새로운 엔진으로 서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롯데월드타워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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