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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시범경기 돌풍, 올해는 믿어도 될까?

17.03.22 11:06최종업데이트17.03.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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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가 2017시즌 시범경기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kt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시범경기 7경기를 치른 현재 kt는 6승 1무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무패팀이다.

선발투수 정대현은 6이닝 동안 73구를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도 하준호의 투런홈런 등이 터지며 LG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렸다.

지난 14일부터 시범경기에 들어간 kt는 삼성-기아와의 4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내며 연승을 달렸다. 18일 대전 한화전만 무승부로 끝났지만 다시 19일 한화전과 이날 LG전을 잇달아 잡아내며 무패가도를 이어갔다.

물론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즌 전 점검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결과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kt만 해도 지난 시즌도 시범경기를 2위로 마감했으나 정작 정규시즌 성적은 최하위였다.

하지만 올해의 kt는 시범경기라고는 하지만 내용 면에서도 지난 시즌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주목할 만하다. 팀분위기부터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삼진을 당하거나 실수를 저질러도 선수들이 전혀 주눅들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나, 고참 선수들이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며 이끄는 모습 등은 다소 조용하던 지난 시즌까지의 kt 덕아웃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KT 위즈는 지난 2015년 프로야구 10구단으로 1군에 진입했으나 지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려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첫해는 신생구단의 한계와 허약한 전력 탓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동정을 받았지만 지난 해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발전없는 팀전력과 구단의 투자 의지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모기업을 둔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도 올시즌 한때 리그 최하위에 머물때는 야구와 더불어 '꼴찌 형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7년은 KT 구단이 어떻게든 명예회복에 대한 절실함이 클 수밖에 없다.

KT도 올해는 어느덧 프로야구 3년차를 맞이한다. 더 이상 경험이 부족한 신생팀이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KT보다 2년 먼저 창단한 9구단 NC는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2년차인 2014시즌부터 3년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는 최초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비교대상으로서 KT가 자극을 받아야할 대목이다.

KT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초대 감독이던 조범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진욱 신임 감독을 영입했다. 김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낸 경력이 있으며 최근까지는 프로야구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두산 시절은 평가가 엇갈린다. 두산은 이미 김 감독이 맡기 전부터 어느 정도 팀 전력이 완성된 팀이었고 이는 김 감독이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두산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2년 연속 꼴찌를 한 KT는 비로 전력은 약하지만 한편으로 김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철학과 색깔을 덧입힐수 있는 백지와도 같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쉽지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냉정히 말해 KT는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눈에 확 띌 정도의 전력보강은 없었다. FA 시장 마지막 대어인 3루수 황재균의 영입도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무산됐다. 실질적인 변화는 외국인 선수 정도였지만 우완 투수 돈 로치(85만 달러)나 포수 겸 내야수 조니 모넬(90만 달러) 모두 최근 KBO의 외국인 선수 시장 추세를 감안하면 아주 거물급이라고 할만한 영입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KT 구단의 투자 의지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kt는 시범경기부터 예상외로 탄탄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2선발 정도로 기대했던 새로운 외국인투수 로치가 2경기서 2승 평균 자책점 1.64를 기록하는 호투로 한국무대 적응에 청신호를 밝혔다. 이밖에 라이언 피어밴드, 주권, 정대현 등 선발투수로 등판한 선수들도 번갈아가며 인상적인 호투를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kt지만 올해는 '선발야구'를 할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타선도 짜임새가 좋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발력은 있지만 연속성이 떨어지는 일발장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팀 타율 2위(3할1푼4리)에 오르며 효율적인 팀 배팅과 찬스를 살리는 집중력이 더 돋보인다. 수비 역시 불필요한 실책이 부쩍 줄어들며 꽤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벤치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이기는 습관'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단연 고무적이다.

물론 시범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기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김진욱 감독도 선수들의 시범경기 선전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정규시즌에서 독이 될까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당장 안풀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약점을 발견해야 그에 맞는 대책도 세울 수 있지만, 막상 정규시즌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선수단 전체의 면역력이 흔들리기 쉽다. 시범경기부터 지나치게 선수들의 페이스가 일찍 올라온 것도 장기레이스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젊은 선수들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KT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다. KT는 1군진입 2년간 성적과 미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느라 우왕좌왕했다. 팀성적이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유망주들을 즉시 전력감 베테랑과 맞바꾸며 트레이드 카드로 써야했다. 정작 김상현, 장성우, 오정복 등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이적생 선수들이 도리어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팀분위기를 흐리는 악재도 있었다.

KT는 지난 2년 동안 공들여 키워낸 주권, 엄상백, 김재윤, 전민수 등이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스타플레이어를 활용하기보다는 무명이나 비주전급 선수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끌어올리는데 오히려 일가견을 발휘해왔다. 물론 김 감독의 리더십이 kt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일단 다음 시즌에도 kt의 현실적인 목표는 일단 탈꼴찌다. 하지만 선수육성과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춘 김감독의 포용의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경우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창단 제 2기를 맞이한 KT가 올시즌에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시즌이 될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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