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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3월, 서울의 봄은 아직 멀었다

17.03.23 10:58최종업데이트17.03.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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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포츠 윤승재] 서울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 3연패로 탈락이 거의 확정됐고, 리그에서는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으나 대진운과 심판 판정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정작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3차전에서 웨스턴 시드니에 2-3으로 패배한 황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 "실망스럽다"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황 감독 자신도 서울이 총체적 난국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그 다음 열린 K리그 클래식 광주전에서도 승점 3점은 챙겼으나, 졸전 속에 오심 논란으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올 시즌도 서울은 '슬로스타터(Slow starter)'의 오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서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2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2차전에서 우라와에게 2-5로 패배한 서울. 수비와 골키퍼의 약점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 K리그


#1. 느린 수비, 서울 공략법은 단순하다

이미 서울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차전(2월 28일, vs. 우라와 레즈)에서 수비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곽태휘와 오스마르 발이 느린 두 센터백의 뒷공간을 철저하게 노린 우라와는 전반에만 5골을 터뜨리며 서울을 무너뜨렸고, 이에 힌트를 얻은 이후 서울의 상대팀들은 하나같이 서울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술을 두고 경기에 나왔다. 하지만 서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비교적 수비적으로 나온 강원전을 제외하고는 서울은 똑같은 수비 불안 상황을 연출했다.

황선홍 감독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우라와전 곽태휘의 부상 이후로 수비 조합을 여럿 바꾸고는 있다. 하지만 확실한 조합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김동우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센터백 카드가 없다. 곽태휘는 돌아온다 해도 그의 느린 속도는 여전하고, 오스마르 또한 발이 느리다. 정인환은 광주전에서 위치 선정에 문제를 보였고, 수원전에 출격한 김근환 또한 위치선정과 선수 마킹에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쓰리백의 한 축이었던 김남춘이 입대하고, 김주영 재영입에 실패하면서부터 이미 서울의 수비 불안은 예고됐었다. 하지만 영입 루머마저도 거의 없었던 서울은 결국 마땅한 센터백을 구하지 못한 채 시즌에 임했고, 그 문제가 고스란히 경기 내용에 투영됐다.

#2. 불안한 골키퍼,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

믿을 만한 골키퍼가 없는 것도 서울의 가장 큰 문제다. 지난 시즌 서울이 영입한 유현은 여러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잔뼈가 굵은 골키퍼였으나, 그 경험에 비해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신뢰를 잃어갔다. 특히 불안한 공중볼 처리와 위치선정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번 시즌도 이런 위기 상황을 여럿 연출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 3차전에서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지난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광주전에서는 양한빈이 키퍼 장갑을 넘겨받았으나, 이제 막 데뷔한 선수라 경험적인 면에서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모습 또한 지난 겨울 이미 예측이 가능했던 상황이다. 지난 시즌 유현과 번갈아 골키퍼 장갑을 꼈던 유상훈이 입대하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김진현 영입도 무산되면서 서울은 수비수에 이어 골키퍼 보강에도 실패한 채 이적시장을 마무리했다. 결국, 서울은 여름까지 유현 체제로 시즌 상반기를 버텨야 한다. 양한빈이 유상훈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않는 이상 서울의 골키퍼 문제 해결은 당장 힘들어 보인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동안의 FC서울 선발 포메이션. 노란색 원이 23세 이하 선수. 측면 공격수 김한길, 윤승원이 출전하면윤일록은 자동적으로 중앙에 배치됐다. 하지만, 측면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윤일록은 중앙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 청춘스포츠 윤승재


#3. 23세 이하 규정, 전반은 포기?

K리그는 현재 만 23세 이하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다. 18명의 선수 명단 중 23세 이하 선수가 포함돼야 하며, 선발 명단에 한 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구단은 해당 경기의 교체 가능한 선수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전술 변화의 폭이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서울은 수원과 강원 전에는 김한길을, 광주전에는 임민혁을 선발 출전시켰다. 하지만 그들의 출전 시간은 약 40분. 심지어 임민혁은 25분 만에 교체돼 나왔다. 출전 시간만 봐도 이들이 즉시 전력감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아직은 규정을 지키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하지만, 전반 초반에 실점을 많이 하는 서울로서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시즌을 버틸 수는 없다.

현재 23세 이하 서울 선수 중 두드러진 선수는 윤승원, 김한길, 김정환, 임민혁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민혁을 제외한 3명이 모두 측면 공격수라는 것. 게다가 황선홍 감독은 측면 자원 김한길을 선발로 출전시킬 때 궁여지책으로 윤일록을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중앙에 고용된 적 있던 윤일록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가장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는 윤일록이기에, 중앙에 윤일록을 배치시킨 전반전의 서울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어렵다. 부상 중인 윤승원이 돌아온다 해도, 지금처럼 다른 포지션의 선수로 빈자리를 돌려막는다면 서울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광주전에서야 서울은 임민혁을 투입하고 윤일록을 측면으로 보내 정상적인 플레이를 꾀했으나, 공을 잡은 임민혁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임팩트가 없었다. 23세 이하 선수에 대한 서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갈 수밖에 없다.

#4. 측면 플레이 고집, 그리고 고립된 측면

이번 시즌 황선홍 감독은 팀 색깔을 바꿨다. 측면 공격 강화가 화두였다. 이를 위해 서울은 수원에서 이상호를 영입했고, 아드리아노 대체자(?)로 마우링요를 영입하면서 순식간에 서울의 측면 공격수 자리가 과포화 상태가 됐다. 윤일록, 이상호, 마우링요와 더불어 조찬호와 23세 이하 유망주들까지 계산한다면 서울의 측면 공격수는 5명 이상이 된다.

이러한 황 감독의 결단은 결과물로도 나타났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세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서울이 넣은 골은 총 8골(6경기). PK와 프리킥 골을 제외한 필드골 5골 중 세 골을 측면 공격수가 터뜨렸다.

하지만 내용은 좋지 않다. 빠른 발을 살린 측면 공격은 나오지 않았고, 집중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그나마 윤일록과 이상호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으나, 마우링요와 김한길은 단순한 횡적 패턴만 반복하다 수비수들에게 막히기 일쑤였다. 결국, 원톱 자원인 데얀이나 박주영에게 이어지는 볼은 별로 없었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을 끌어 올리거나 박주영을 미드필더 자리로 내렸을 때야 유기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발 빠른 측면 자원을 활용한 효율적인 플레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 2주일의 A매치 휴식기간이 주어졌다. 황선홍 감독은 이 A매치 휴식 기간에 수비를 다듬겠다고 다짐했지만, 시간은 충분치 않다. A매치 기간이 끝나면 서울은 전북-제주-울산과 리그 3연전을 치르는데, 화끈한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팀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서울은 2주 동안 준비를 얼마나 잘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비어있는 아시아 쿼터 자리에 누구를 영입하느냐도 올 시즌 서울 반등의 핵심이다. 여러 선수를 후보에 올려놓고 신중히 고려해 영입하겠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별다른 소식은 없다. 오히려 다카하기의 빈자리만 커보이는 서울이다.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여러 번 구긴 서울, 서울은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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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윤승재
K리그 FC서울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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