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때 패권주의 있었지만 지금은 용납할 수 없어"

[인터뷰] 국민의당 광주·전남 경선 앞둔 손학규 후보

등록 2017.03.23 15:17수정 2017.03.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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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국민의당 대선경선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계 은퇴했던 사람이 다시 나올 때에는 거기에 대한 온갖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것이고, 국론으로부터 받은 모든 축복을 돌려주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겨야죠. 초반이고 광주·전남에서 승기 잡아야 한다. 우리 운동원들이 전의에 불타고 있다."

25일 국민의당 첫 경선(광주·전남 지역)을 앞둔 손학규 후보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손 후보는 2007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 임하는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출마 선언에서 "손학규가 마지막 애국할 길을 열어 달라"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 대선 도전으로 봐도 되느냐?"는 물음에 그는 확답하지 않았다. 2014년 7월 3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 선언을 했다가 2년 3개월 만에 돌아온 과정이 개운치 않은 눈치다.

"주변 사람들이 '마지막'이라는 얘기는 쓰지 말라고 했는데... 하여튼 나는 내 모든 것을 던지겠다. 그 동안 이 나라로부터 받은 모든 축복과 혜택을 돌려드리겠다는 거다. 정계 은퇴했던 사람이 다시 나올 때에는 거기에 대한 온갖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손 후보는 "내가 국민의당 후보가 되면 세력을 모아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맞서볼 만하다. 각 당 후보가 결정된 후에도 빅뱅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내가 후보가 돼서 연립정부를 주도하면 민주당에서도 참여할 의원이 많다"고 귀띰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다른 당으로 갔지만, 경선 단계라도 손 후보를 돕겠다"며 그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는 친손학규계 의원들이 적지 않다.

손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같은 부류로 분류하더라. 그런 두 사람이 붙으면 문재인이 이긴다. '안철수 현상'이 지금도 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안철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고,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점잖은 사람으로 안 본다. 한번 고집 있으면 절대 안 물러선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손 후보는 '패권주의 청산'과 관련해 "김대중(DJ)과 김영삼(YS), 김종필(JP)의 3김 시대에는 3김의 패권주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라며 "내가 당대표 두 번 하는 동안 '친손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있는 '손학규의 저주(또는 징크스)'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고 하면서도 "그 동안 좋은 일도 얼마나 많았는데? 나에게 그런 징크스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국회의원 네 번에 장관과 도지사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공교롭게도 손 후보의 인터뷰를 마친 뒤 2시간 정도가 지나자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23일 새벽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속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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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국민의당 대선경선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불리한 전망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성격상 문재인이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가 가진 불안정성, 좌파지향성에 비해 안정적인 국정개혁 능력 가진 손학규가 부각될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만약 손 후보 대신 안철수가 후보로 올라서면 문재인과의 대선 구도에서 무엇이 취약하다고 보나?
"안철수와 문재인 양자 구도에서는 안 후보가 조금 올라가겠지만, 결코 문 후보를 넘지는 못할 거다. 그런데 문재인과 나는 성격이 다르잖아? 이런 점을 얘기해도 기자들이 잘 못 알아듣더라."

- '안철수 현상'이 지금도 있다고 보는가?
"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는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설사 그런 현상이 지금도 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안철수라고 볼 수는 없게 됐다."

"문재인의 불안정성, 좌파지향성에 비해 손학규의 안정성 부각될 것"

- 25일 호남권 첫 경선 앞두고 있는데 안철수 보다 본인이 앞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불리한 전망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성격상 문재인이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문 후보가 가진 불안정성, 좌파지향성에 비해 안정적인 국정개혁 능력 가진 손학규가 부각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올라가서 폼 잡을 때는 대단한 줄 알았겠지? 근데 사드 문제로 중국이 공격해오는 걸 보세요. 이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정세에서 국제적 식견 필요하다. 그리고 민주당 대표 두 번 하면서 야권대통합도 다 이뤘죠. 특히 두 번째 통합은 전당대회 아수라장 되고, 민주당 중앙위 분열을 뚫고 해낸 거다. 이런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거죠."

- 2월까지는 사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가 최근 들어 방송토론에서는 "어떻게 들어온 것을 내보내는가 난처하게 됐다"고 했다. 입장 변화가 생긴 것인가?
"지금 사드가 들어와 있는데, 바로 나가라 할 수 있나? 한국이 나서서 중국과 미국을 한 테이블에 모아서 협상해야 한다는 거다. 전혀 바뀐 게 없다. 그때는 들어오기 전이니까 들어오지 말라 한 거고 지금은 들어와 있으니 또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안철수 후보는 방송토론에서 "상황이 바뀌면 정치인은 국익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게 맞다"고 했다.
"상황 바뀐 건 맞지만, 손학규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안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은 지금 사드 반대 당론 변경을 요구하는데, 그건 안 된다는 거죠."

- '제7공화국' 개헌론자인데 대선일 개헌투표에는 반대 입장이다. 손 후보와 가까운 김동철후보가 주도해서 오해를 받은 면도 있다.
"나는 벌써 5개월 전에 개헌하자고 했는데 문재인과 친문이 개헌 얘기 꺼내지도 못하게 해서 안 된거 아니요? 김동철 의원은 개헌안 발의하겠다는데 탄핵 이후 대선 날짜가 정해져버렸다. 그런 현실론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

- 민주당 경선이 치열한데 "안희정이 친문 패권주의에 패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변함없나?
"민주당의 성격상 문재인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 체제가 그렇다. 선거인단도 이미 결정됐는데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 정치 입문 전에 5년간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예전 3김 시대에는 '패권주의'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요즘 들어 회자되는 패권주의는 정치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김대중(DJ)과 김영삼(YS), 김종필(JP)의 3김 시대에는 3김의 패권주의가 있었다. 그때는 권위주의 시대니까 야당의 생존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다. 패권은 자기 세력이 독점적으로 권력 행사하는 거다. 시대에 안 맞는 현상이다. 손학규가 당대표 두 번 하는 동안 '친손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온 적 있었나?

- 2011년 '혁신과 통합'과 힘을 합치면서 문재인 등이 당에 들어왔는데 당의 주도권을 내준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가?
"당시 대선 앞두고 박근혜가 여의도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야권대통합은 필연의 과제였다. 그 사람들, 내가 대표됐을 때 당을 나갔던 사람들인데 내가 그 친노 세력들을 다시 불러들인 거다.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해야지. 지금 친노가 민주당 주인이 된 것은 손학규 잘못이라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 패권주의라는 게 한번 권력을 쥐면 놓지 않는다, 다른 쪽으로 영원히 안 넘어갈 것으로 보나?
"지금까지 그래 왔잖은가? 자기들 비판하면 떼로 나서서 전화 하고 문자 폭탄 돌리고. 거기다가 문재인은 '정치인이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거기다가 모바일 선거까지... 나는 모바일 선거는 절대 안 된다고 본다. 그건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고, 전화 여론조사도 안 되는 거다. 2007년에 모바일 선거 하자고해서 좋다고 받아들였는데, 지난 10년 동안 선거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술이 말도 못하게 발전했다."

"내가 연립정부 하겠다면 민주당에도 참여할 의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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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국민의당 대선경선 후보는 “수처작주(隨處作主)가 좌우명이다"며 "국민에 대한 사랑, 주변인들에 대한 존경, 공무원에 대한 존경 등을 제대로 다 활용해 국민을 주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 민주당 탈당 직전 김종인 전 대표를 만나는 등 제3지대 얘기가 많다. 국민의당 후보가 되면 세력을 모아서 문재인에 대항할 생각인가?
"그렇다. 국민의당이 중심이 된 개혁세력의 확대, 그것이 연립정부의 기초가 될 거다. 우리당이 39석 가지고 어떻게 정부를 구성하겠나? 사전에 어떻게 연립정부를 구성할지를 만들어놔야 한다. 내가 후보가 되면 적극적으로 해볼 거다. 내가 하면 민주당에서도 참여할 의원이 많다. 자유한국당 안에도 개혁적인 의원들이 있을 텐데 지금 얘기하기에는 이르다. 각 당 후보 결정되는데 앞으로 10일 정도 걸릴 텐데, 그 이후에 빅뱅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요즘엔 연락이 없다. 당에서 함께 활동할 때도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그리고 홍 지사도 한국당 후보로 나선 상황에서 내가 이렇다저렇다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 혹시 '손학규의 저주'라는 말 들어봤나? 손 후보가 뭔가 하려고 하면 큰 일이 꼭 터진다는 얘기다. 그저 우연일까?
"나는 처음 듣는데? (배석한 김유정 대변인이 '저주가 아니라 징크스'라고 첨언하자) 누리꾼이 하는 말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 안 된다. 그게 맞는 얘기도 아니고. 그 동안 좋은 일도 얼마나 많았는데? 손학규에게 그런 징크스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국회의원 네 번에 장관과 도지사, 당 대표 두 번을 했겠나? 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20년 전에 했는데 아직도 복지부에서 '손학규가 잘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철수 지지자들 당사에 항의왔지만 '손학규 사람들'은 안 그래"

- 8일 오후 부산진구 정책간담회에서 존경하는 지도자를 묻자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세종대왕'이라고 답했다. 정계 데뷔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시켜줬는데, 존경하는 지도자는 DJ만 꼽았다면 YS가 섭섭해하지 않을까?
"YS가 나를 발탁한 건 사실이다. YS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민주화도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삶의 역정이나 이뤄놓은 것을 보면 DJ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을 만하다. 그 분의 삶이 보통 사람이 살 수 없는 삶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게 놀라웠고, 1970년대 대중경제론을 쓰는 등 미래를 보는 눈이 놀라웠다. 국무총리를 자민련 사람으로 다 쓰면서도 남북정상회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만든 사람이다."

- 2006년 12월 1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나도 팬클럽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무슨 사모… 이런 것 나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저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셨다. 손학규 팬클럽이 크게 활성화됐다면 다른 경쟁자들과 대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제 팬클럽이 지금 열 개 정도 된다. 손사모, 손수건, 손수레, 학규마을 등등. 팬클럽 연대체도 만들었다. 그런데 역시 손학규 팬클럽이다 보니 팬클럽도 손학규다워 지더라. (경선 룰 논란 때)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당사에 와서 항의도 했지만 '손학규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아무래도 팬클럽이 후보를 따라가지 않겠나? 그런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모바일 경선 투표에서 사고가 나니까 이분들도 계란 던지고 삭발하고 그러더라."

- 문재인 후보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중에도 '후보 자신은 점잖은 성격'이라고 평하는 분들이 많던데...
"나는 그 사람, 점잖은 사람으로 안 본다. 문 후보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사람인데... 자기 한번 고집 있으면 절대 안 물러선다. 그 사람 논리를 보세요.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다."
#손학규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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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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