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묻는다, 세월호 왜 이제야 꺼냈나

[게릴라칼럼] 세월호 정치적으로 이용한 특정세력, 반성과 사과해야

등록 2017.03.23 15:04수정 2017.03.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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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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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천73일째다. ⓒ 사진공동취재단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뒀던 2015년 4월,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줄곧 주장했던 그는 "첫째, 원형보존 인양이 어렵다", "둘째, 비용이 많이 든다. 최소 1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 "셋째, 인양 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인용비용에 대해 "국민혈세" 운운하며 "국민적 합의"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일부 '세월호 인양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근거가 됐다. 

이제는 자유한국당 대선주자가 된 김진태 의원, 어디 그 뿐일까.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주호영 의원)라거나 "일종의 해상교통사고"(홍문종 의원)라는 구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 종교인과 언론인, 교수 등이 무참한 막말을 쏟아냈다.   

어디 말 뿐이었을까.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등장하는 '長 세월호 인양 - 시신인양 X, 정부책임, 부담' 등을 비롯해 80여 회가 넘는 세월호 관련 회의 내용이 그 증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고 은폐,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생생히 드러내 준다.

그리고, 오늘(23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꼭 12일 만이다. 23일 오전 심하게 훼손된 배의 오른쪽 측면부가 드러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국민들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인양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 와중에, 다수의 국민들은 자연스레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왜 3년 만인가?

"처음부터 인양할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상하이샐비지는 처음부터 기술력이 없었던 거고요. 해수부는 기술력이 없는 회사를 데려와서 인양을 시작했던 게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해수부도 마찬가지, 정부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인양할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23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무려 1073일이다. 인양이 결정된 이후 702일 만이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동시에 '왜?'에 대한 의구심 역시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왜?'는 '어째서', '누구 때문에'로 자연스레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 선체인양추진단이 세월호 인양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것이 작년 6월이다. 3번이나 시도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인양이 진척됐다는 특별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해수부가 인양 업체로 선정한 상하이샐비지의 기술력이 주먹구구식 아니냐는 의문은 수없이 제기됐다. 인양을 위한 핵심 구조물인 '리프팅 빔'의 설치 지연을 비롯해 정부와 해수부의 판단 실수 등도 인양을 늦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후 12일 만에 본인양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시의적절할 수 없다. 왜 하필 탄핵과 파면 이후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러나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외부 변수나 정치적 고려는 없다"며 이런 '합리적 의심'을 일축했다. '왜?'와 '누구 때문에?'가 왜 중요하느냐고? 간단하다. 진상규명 때문이다.

특조위 좌초시킨 박근혜 정부, 그렇게 흐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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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천73일째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관련 여론조작 내용이 포함된 민정수석실 문건을 보고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월호 노란색만 봐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그런 대통령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원이 나섰고, 어버이연합과 일베를 위시한 관제데모가 난무했다. 그 사이 세월호를 거론하는 이들은 '종북좌파'로 몰렸다. '세월호 특별법'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철저하게 무시했고,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좌초시켰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이제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이 특정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흡사 "용서해야 한다"로 들린다. 어불성설이다. 다시금 막말이 횡행하는 중이다. 이제껏 '정치적 목적'에 세월호를 A부터 Z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자들이 누구인가. 그 특정집단이 세월호 유족 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시도했던 야당들인가, 아니면 진상규명을 위한 동조 단식을 벌였던 국민들인가. 

"어제 아침 신문에서 오랜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기사를 읽었다. 바른정당 의원 33명과 당직자들이 26일 천안함 폭침 7주기를 맞아 천안함 배지를 착용하기로 했다는 기사였다. 한 여고생이 디자인한 배지는 수병의 상반신을 형상화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의원 배지를 떼고 대신 천안함 배지를 단다고 한다.

여행길에 불행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세월호 배지를 다는 정당은 지지율 1위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군인 46명을 추모하는 천안함 배지를 다는 정당은 지지율 꼴찌다. 세월호 배지를 달고 팽목항에 가서 "너희가 촛불의 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쓴 사람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이고, 천안함 배지를 달기로 한 대선 주자는 그 사람 지지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배지 때문은 아니겠지만 무언가 상징하는 것이 있다."

23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이제야 의원들 가슴에 달리는 천안함 배지"란 제목의 칼럼 서두다. 솔직해서 좋다. 세월호 말고 천안함도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 말이다. 아마도 홍 지사가 지칭한 '특정세력'은 '세월호 배지'를 다는 사람들과 정당이리라.

<조선일보>는 하필 세월호 인양이 한창인 23일 이런 칼럼을 실었다. 그러면서 다시 세월호를 정치 논리로 환원시키려 한다. 굳이 지지율 1위인 후보를 거론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왜 고맙다는 것인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가 천안함 장병들에게 그런 진지한 감사를 표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홍 지사가 일종의 망각과 배제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조선일보>는 천안함 사고와의 균형을 맞춤으로서 "정치적 목적"에 세월호를 이용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접어두더라도, 바른정당에게도 묻고 싶다. 지난 3년 간, 언제 한 번 세월호 배지, 노란 리본 제대로 한 번 달아 봤느냐고.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국회 앞에서 무릎 꿇은 세월호 유족을 무시했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그 때 그 장면'이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 세월호의 인양. 그래서 더더욱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이 특정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홍준표 지사의 주장은 철저하게 무시해야 할 '막말'로 들려온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3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세월호를,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이들에게 국민들이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다.

인양이 개시됐던 22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 본회의 결과를 앞두게 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배상·보상금 지급 기한 연장(1년에서 3년), 민사 소송 제기 기간 연장(3년에서 5년) 등을 담은 법안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유가족이나 국민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안전한 인양과 더불어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유족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2기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다. 국회에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있는 2기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관련 법안이 통과되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시 묻자. 언제까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으로 남을 것인가. 23일 "세월호와 천안함, 모두 위로하고 포용해야 한다"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바른정당은,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특정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홍준표 지사는 입장을 명확히 하시라.

인양 이후 세월호 특별법과 2기 특조위 활동과 관련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인지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1073일 만에 물 위로 나온 세월호와 유가족들,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할 제대로 된 '반응'일 것이다.
#세월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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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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