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비판 쏟아진 영화 <세월호>, 누가 참사를 이용하는가

[하성태의 사이드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등장한 조악한 포스터

17.03.23 17:52최종업데이트17.03.23 18:08
원고료로 응원

제작을 예고한 영화 <세월호> 포스터. 이 포스터와 영화에 대한 비판이 SNS에서 쏟아졌다. ⓒ 골든게이트픽처스


1073일 만이다. 23일 세월호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통령이 내려가자 세월호가 떠올랐다. 국민의 애도와 탄식이 넘쳐난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의 눈물이 생생하다. 진상규명의 외침이 다시 힘을 얻는 중이다.

재빠르게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인도 등장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누가 그간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했는지 재확인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다. 반면 누가 앞으로 세월호를 "자신의 목적에 활용"하는지 감시하는 일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완성되지도 않은 한 편의 영화(와 제작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는 휴먼 드라마 장편 재난영화입니다. 2017년 4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작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영화 프로젝트입니다. <세월호> 제작팀에게는 더욱더 의미가 깊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는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려드립니다."

'키다리펀딩'이란 사이트에는 '재난영화' <세월호> 감독-출연배우 첫 단독 인터뷰를 포함해 제작의도와 펀딩 상황, 포스터가 올라와 있다. 지난 며칠간, 세월호 인양이 결정되면서 펀딩을 진행 중인 영화의 제작 관련 소식이 SNS에서 먼저 입길에 올랐다.

물론,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의 장르 공식인 '재난영화'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에 비난이 쏟아지는 중이다. 영화인들 역시 이 정체 모를 영화의 제작 소식에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 제작 과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비난은 정당하다 못해 부족해 보일 정도다.

정체불명의 <세월호> 영화화, 감독이 유가족 만난 적 없다고?

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영화 관련 감독 인터뷰. ⓒ 키다리펀딩


이미 SNS상에서 문제시된 <세월호>의 티저 포스터는 그 조악함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몰이해를 바로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무성의한 소개 영상은 그 조악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포스터의 수준 역시 목불인견이다. 골든게이트픽처스란 제작사도, 오일권 감독이란 이름 역시 생소하긴 마찬가지다.

주연배우라 소개된 배우 이창훈, 임성민씨 만이 낯익은 얼굴이다. 반면 일반 상업영화의 홍보비에도 못 미치는 1억 원을 크라우드 펀딩 전체 비용으로 내건 저의도 이해하기 힘들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 벤처기업 '지엔엠파트너스'와 협약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홍보 지원이 이뤄진다"는 설명은 제작사와 홍보지원사의 정체에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모두의 가슴이 찢어지는 대형 재난 사고를 이 영화 하나로 막을 수는 없지만, 이 재난 영화를 보며 같이 슬퍼하고, 울면서 가슴 아픈 심정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지친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현실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의 씨앗이 모두의 가슴 속에 뿌려지길 바라고,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독의 제작 의도다. 좋은 의도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의도를 좋은 의도로 포장하는 예는 영화의 탄생 이래 차고 넘친다. 설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영화라는 대중예술이 가진 파장을 간과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실화를 다룬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이 제작 과정에서 조심 또 조심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

22일 YTN PLUS에 따르면, 오일권 감독은 "포스터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 수정하겠다. 극장용 포스터 아닌 임시 포스터이다"면서 "(유가족을) 만나 뵌 분은 없고, 유가족들도 아직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가 '세월호'를 이용하는가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작년부터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일보> <환경미디어> 등 몇몇 군소 매체들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기재된 감독 인터뷰나 제작 의도, 배우 인터뷰를 고스란히 싣기도 했다. 23일 현재까지, 목표 금액이 1억 원인 이 영화의 크라우드 펀딩은 58명이 후원했고, 모금액은 250만 원을 조금 넘겼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제작 소식을 알렸다가 좌초됐던 몇몇 실화, 실존 인물 관련 영화들의 예는 들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영화 제작과 관련해 '투자 사기'가 이뤄진 사례도 부지기수다. 크라우드 펀딩 이후 '먹튀' 사례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감독의 설명대로, 세월호 참사는 '정치 논리'로 풀 참극일 수 없다.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그래서 더더욱 '재난영화'를 내세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아픔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전국민적 참사를 지극히 상업적인 형식인 인간적인 '재난영화'로 풀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아니, 그 의도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했던 한 여학생이 사고가 나기 전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 여학생은 이번에도 신발을 사면서 자기 발보다 큰 사이즈를 샀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는 엄마와 같이 신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이 여학생의 가족애에 눈물이 났다."

감독이 소개하는 영화 관련 숨은 이야기다. 제발, '가족애'를 다루고자 한다면 다른 소재를 찾으시라. 어설픈 휴머니즘이 신파로 흐른 예는 굳이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어설픈 실화 소재 영화들이 실존 인물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영상 콘텐츠야말로 유가족들의 비통함을 더 하고 국민적 비난을 자초하는 '자살골'과 같은 시도일 뿐이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인물과 소재로 진지하게 영화화를 접근 중인 여타 영화인들에게도 민폐다. 오일권 감독 이하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이 <세월호>라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 <세월호> 관련 홍보 이미지. 이 포스터의 조악함과는 별개로, 재난을 그저 선정적으로 '재현'만 하는 것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 골든게이트픽처스



세월호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