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마을은 지금 한 폭의 수채화

노란 산수유꽃 활짝 핀 지리산 자락 구례 산수유마을

등록 2017.03.24 10:22수정 2017.03.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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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천변에 활짝 핀 산수유꽃. 너럭바위와 어우러져 매혹적이다. 여행객들도 이 바위에 앉아 쉬어간다. ⓒ 이돈삼


대통령 파면에 이은 검찰 수사, 대통령 선거, 세월호 인양... 굵직한 이슈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현란한 정국에서도 새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활짝 펼쳐지고 있다. 자연의 순리이고 이치다.

매화로 시작된 남도의 꽃봄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매화는 정점을 찍었고, 산수유는 샛노란 빛깔로 초절정을 맞고 있다. 화려한 꽃봄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망설이다가 자칫 제대로 된 꽃구경을 못할 수도 있어서다.


지리산 자락을 온통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을 찾아간다. '영원불멸의 사랑'이란 꽃말로 우리의 마음까지 들뜨게 하는 봄꽃이다. 산수유꽃을 만나려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지난 3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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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마을 저수지 가에 핀 산수유꽃. 산수유마을보다 한산해 호젓한 분위기에서 산수유꽃을 감상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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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 핀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마을주민이 지나고 있다.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에서다. ⓒ 이돈삼


산수유꽃 군락지는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에 있다. 이른바 '산수유마을'로 이름 난 곳이다. 구례는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의 4분의3을 생산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 만복대(1433m) 서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산동면은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산수유 군락지다.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에서 곡성읍을 거쳐 곡성 고달면과 구례 산동면을 관통하는 고산터널을 넘으면 구례 산동으로 연결된다. 88고속국도 남원나들목에서 구례·순천 방면으로 밤재를 넘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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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산수유마을 풍경. 상위마을의 산유정에서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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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이 돌담 가에 핀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3월 21일 상위마을에서다. ⓒ 이돈삼


산수유마을은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노란 물감을 듬뿍 쓴 한 폭의 수채화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산수유꽃을 피웠다. 골목길과 돌담은 물론 산기슭과 골짜기, 다랑이논의 논두렁과 밭두렁 할 것 없이 눈길 닿는 곳마다 어김없이 꽃무더기다.

산수유꽃은 가까이서 꽃송이를 보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 꽃무더기를 보는 게 한결 아름답다. 상위마을의 산유정에 서니 풍경이 더 황홀하다. 노란 산수유꽃과 하트 조형물이 세워진 상관마을의 산수유사랑공원에서 조망하는 풍광도 예쁘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지리산의 반야봉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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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천변 반곡마을에 활짝 핀 산수유꽃. 그 사이로 나무 데크가 다소곳이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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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서시천 너럭바위에 앉아 쉬면서 산수유꽃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이다. ⓒ 이돈삼


마을과 돌담을 따라 걸으며 보는 꽃도 예쁘다. 마을과 돌담, 다랑이논의 논두렁 밭두렁과 버무려진 풍경이 정겹다. 상위마을과 하위마을의 산수유꽃은 깊은 산과 계곡, 시간의 흔적이 쌓인 마을의 돌담, 오솔길과 어우러져 있다. 평촌마을은 노란 꽃이 논두렁과 밭두렁까지 줄지어 피어있다.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대음교가 있는 반곡마을은 계곡의 너럭바위와 조화를 이뤄 더 매혹적이다.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사진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마을이다. 현천마을은 저수지에 반영된 노란 꽃이 예쁘다. 호젓하게 산수유꽃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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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시목을 찾은 여행객들이 첫 번째 산수유나무의 위용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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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월계계곡에도 노란 산수유꽃이 줄지어 피었다. 지리산 만복대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 이돈삼


계척마을에 있는 첫 번째 산수유나무, 산수유 시목도 노란 꽃을 몽실몽실 피우고 있다. 옛날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키가 10m를 훌쩍 넘는다. 밑동도 느티나무처럼 우람하고 기품이 묻어난다.

산수유가 이곳의 특산물이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때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많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깊은 산중이어서 농사를 짓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산수유영농조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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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산수유꽃망울과 함께 달려있는 산수유 열매. 지난해 가을 수확되지 않은 채 겨울을 난 열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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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빛으로 익은 산수유 열매. 산수유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 이돈삼


산수유나무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효자나무'였다. 주민들은 산수유 열매를 팔아서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산수유나무 두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주민들이 '대학나무'라 불렀다.

산수유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가을에 빨간 선홍빛으로 익는 산수유는 맛이 시고 떫다. 술에 담그거나 차로 끓여 마신다. 한약재로도 쓴다.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당뇨,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계통에 좋다. 원기도 보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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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예술인마을 풍경. 당동저수지에 반영된 산자락과 마을 풍경이 호젓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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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 손질을 하지 않고 매끈하게 뒤틀린 모과나무를 그대로 사용했다. ⓒ 이돈삼


지척에 가볼만한 데도 많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구례예술인촌이 광의면 당동리에 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선 품격 높은 홍매화를 만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심은 나무다. 수령 300년 됐다. 꽃의 색깔이 검붉어 '흑매'로도 불린다.

화엄사 대웅전 뒤에 있는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도 별나다. 손질을 하지 않고 매끈하게 뒤틀린 모과나무가 암자의 처마에 떠받들고 있다. 지리산을 등지고, 앞으로 구례들을 품은 고택 쌍산재와 곡전재, 운조루도 다소곳하다.

체험형 문화테마파크인 구례 자연드림파크도 있다. 아이쿱생협 사업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다. 개봉 영화관이 있고 수제맥주 하우스와 카페도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펜션도 즐비하다. 라면, 빵 등 관심 있는 생산 공방 견학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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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자연드림파크 라면 공방의 생산라인. 길게 늘어선 면발이 다음 공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산수유마을 #산수유꽃 #계척마을 #반곡마을 #자연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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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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