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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장사하는 MBC, 염치가 없어도 정도껏 해라

[하성태의 사이드뷰] 세월호 유족 모욕하던 MBC, 인양 생중계 대대적 홍보

17.03.23 17:33최종업데이트17.03.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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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MBC가 홍보 보도자료로 내보낸 생중계 화면. ⓒ MBC


"세월호가 마침내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MBC는 새벽 4시 47분 선체가 인양되고 있는 상황 현장 영상은 물론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헬기를 띄워 타사보다 가장 가까운 현장 상공에서 보기 좋은 각도로 인양작업을 선명하고 빠르게 방송하고 있다.

MBC의 헬기 영상은 새벽 6시 19분부터 약 15분 이상 단독으로 방송됐다. 항공 촬영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춘 MBC 헬기는 타사보다 커 안정적 촬영이 가능했고 선명하고 흔들림 없는 영상을 송출할 수 있었다."

세월호 인양이 한창이던 23일 오전, MBC가 배포한 보도자료 서두다. MBC는 "세월호 인양 중계방송, MBC가 가장 선명하고 빠른 영상 전달"은 이 보도자료에서 "유가족, 국민 여망 담아 생생하고 빠르게 중계 헬기를 통한 뉴스특보 방송"이라며 자찬에 나섰다. 게다가 "유가족과 국민 여망"이란 표현까지 등장시켰다.

의아하다. 언제부터 MBC가 그렇게 세월호 참사와 인양 보도에 열심이었는지. 반대로 그간 세월호 관련 보도를 무시하다 못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비판해왔던 MBC 아니었던가. '염치'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를 두고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꼬집었다.

"지금 진행하는 최대현 아나운서는 김세의 기자와 함께 MBC 제3 노조 공동위원장이고 최근엔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피켓 든 일베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세월호 폄훼 세력이 참여한 극우집회에서 '큰 응원'을 부탁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당일 MBC의 전원구조 오보에서 특조위 공격까지, MBC가 저지른 악행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일베류의 글을 퍼 나르고 세월호 유가족 폄훼한 자가 MBC 백분토론 담당 부장입니다.

다른 방송도 그게 그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항공 화면 보고 싶으시면 덜 나쁜 방송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잊자 말자 하면서도 쉬 잊습니다. 언론이 그렇게 만듭니다. 방송이 찌르는 망각의 주사는 고통 없이 분노를 제거합니다."

뻔뻔한 MBC, 세월호 생중계로 '홍보'를 하다

'성호 스님' 페이스북 이미지 갈무리. ⓒ 일베종정(성호스님)


이날 생방송을 공동 진행한 김세의 기자가 누구인가. 지난달 22일 성호 스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 공정방송노조 농성 텐트 격려방문. 좌 최대현 앵커 우 김세의 기자. 둘 다 공동위원장"이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이 성호 스님이 '빨갱이는 죽여도 돼'란 문구와 태극기, 성조기가 새겨진 방패를 들고 최 앵커, 김 기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성호 스님(본명 정한영)은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임을 자랑하며 지난 2014년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 투쟁을 했을 당시 조롱을 일삼은 바 있는 인물이다. 김 기자 역시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글러브를 착용했던 야구선수 이대호 사진을 게재하며 "스포츠 현장에서 정치적 표현은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은 추모의 의미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강한 상황에서, 아니면 현 정부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가 강한 상황에서, 정치적 행위에 해당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세의 기자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두고 "사실상 (가족이)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발언으로 김 기자는 일베 내에서 '스타'급 인사로 취급받고 있다.

MBC가 3년간 세월호 유족들에게 준 고통도 직간접적인 형태로 계속됐다. 세월호 문제를 축소·왜곡·편파 보도로 일관해 왔던 MBC의 행태는 유가족들은 물론 민언련 등 언론단체와 미디어오늘 등의 매체를 통해 줄기차게 지적됐다. 심지어 당시 MBC 안광한 사장과 간부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에도 끝내 불응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지난 5월 낸 논평에서 MBC를 이렇게 비판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MBC의 오보와 희생자·유가족들에 대한 조롱 섞인 편파, 왜곡 보도는 익히 알려져 있다.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로 실종자 가족들에 큰 상처를 준 MBC는 그날 밤 심야 뉴스를 통해 실종자 가족들의 보험료를 산출해 국민을 경악게 했다.

또,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유가족의 조급증 탓으로 돌려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광화문 천막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상후 전국부장은 '그런 놈들, 조문하지도 말고 관심도 가져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까지 내뱉었다고 전해진다. (중략).

이러할 진데 평소 정파성 보도를 일삼으며 박근혜의 충견으로 행세했던 MBC 경영진이 특조위를 향해 '정치적 의도', '언론 자유' 운운하며 진상규명을 막고 있는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행위이다. '언론 자유'는 그럴 때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레기'란 신조어 탄생에 일조했던 MBC의 현재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던 MBC. 지난 3년간 MBC엔 없었던 세월호가 MBC에겐 어떤 의미일까. 그 MBC는 지금 세월호 인양 장면을 단순히 '그림'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항공 촬영", "MBC 헬기", "선명하고 흔들림 없는 영상"을 홍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작심 발언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문 전 대표는 MBC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 방송에 나와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을 만들어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고 전 국민 앞에서 '외압 논란'을 공표해 버린 것이다. 방송 직후, 일각에서 이 '작심 발언'은 MBC의 실상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MBC는 22일 특히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MBC 공식 성명 '文, 공영 방송 장악 의도…사과해야'"란 리포트 등 이날 하루에만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고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뉴스를 6꼭지나 내보냈다. 여기에 문 전 대표의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반박이 아닌 보복 보도라 불러도 무방할 분량과 수위였다.

이미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버린 MBC의 일면이다. 작년 연말, 촛불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야 했던 MBC. 그 MBC가 다시 세월호를 꺼내 들었다. '염치'와 '후안무치'란 표현도 아까울 지경이다. MBC가 작금과 같은 현장 중계를 하고 '홍보'에 나서려면, 유가족들에게 사과 먼저 하는 게 도리다. 자신을 정권의, 일베의, 극우 보수의 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이라, '언론'이라 자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MBC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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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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