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를 잡아라', 미국 호텔의 '007' 작전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9] 첩보영화 방불케 하는 호텔직원들의 감시

등록 2017.03.24 10:41수정 2017.03.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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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인이 미국에 출장 갔다가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피운 일 때문에 벌금을 낸 적이 있다며 너스레를 늘어놓았다. 아무도 보지 못했을 거라며 '완전범죄'를 자신했는데 체크아웃 할 때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담배를 피운 사실을 지적하며 우리 돈 30만원에 해당하는 추가요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벌금을 낸 일보다도 오히려 자신이 흡연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더 궁금하다는 그의 순박함의 이면에는 흡연자들에 대한 미국 호텔의 철저한 감시망이 작동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비흡연자들의 권리를 위한 미국인 재단(Americans for Nonsmokers' Right Found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스타우즈 웨스틴(Starwood's Westin)'호텔이 전국 77개 체인점의 객실, 바, 식당 등에서 금연정책을 처음으로 시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후 메리어트, 르네상스, 리츠칼튼 등이 여기에 동참하게 된다.

미국 웨스틴 오헤어 호텔에 부착된 금연정책에 관한 안내문 ⓒ 이건


같은 해 '더 뉴욕 메리어트 다운타운(The New York Marriott Downtown)'호텔이 처음으로 객실 내 흡연자에게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월 현재 호텔과 모텔에서의 흡연을 주법(State Law)으로 금지시킨 곳을 살펴보면 인디애나, 미시건, 노스다코타, 버몬트, 위스콘신 주 등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법으로 흡연을 금지시킨 곳만 해도 176개소에 이른다.  

사실 호텔 객실에서의 흡연은 해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3900여 건의 호텔(모텔 포함)화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흡연문제는 화재뿐만 아니라 호텔 종업원들의 업무량을 가중시켜 추가 노동비용을 발생시킨다. 비흡연자가 객실에 체크인했다가 담배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방을 바꾸어 달라든가 혹은 자신의 물건에 담배 냄새가 난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몸살을 앓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한 호텔의 금연 경고문. 위반 시 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 이건


한편 흡연은 만만치 않은 '객실 복구비용(Room Recovery Fee)'도 발생시킨다. 객실 복구비용이란 흡연으로 인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객실 내부 침대시트, 커튼, 카펫 등을 다시 세탁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어찌 보면 호텔이 객실 흡연자에게 부과하는 250달러의 벌금은 객실 복구비용에 대한 배상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호텔의 무분별한 벌금 부과는 손님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다. 객실에서 단지 담배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담배를 피우지도 않은 손님에게 벌금을 부과했거나, 손님의 동의도 없이 신용카드 회사에 요청해 벌금을 인출해 간 사례도 있었다. 이는 종종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분쟁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호텔에서는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흡연자 적발을 위한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투숙객이 잠시 퇴실한 사이에 수시로 방을 청소하면서 담배냄새가 나는지 직접 냄새도 맡아보고 쓰레기통을 비롯해 의심이 갈 만한 곳을 일일이 확인해 사진을 촬영하는 등 마치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시카고의 스위쏘텔(Swissotel)에서는 직원이 투숙객의 흡연사실을 보고했을 경우 건당 1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받는다. 

'나 만의 공간'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공간의 안전과 청결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하는 미국 호텔들의 노력은 여러 논쟁 속에서도 여전히 직진중이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미국 호텔 금연정책 #흡연 #객실복구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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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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