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적은 안희정? 과거 인터뷰 속 다른 모습

[주장] 한나라당에는 공세 발언, 호남 두고서는 '패권'

등록 2017.03.24 19:18수정 2017.03.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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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2003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모습 ⓒ 이종호


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와 지지자들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했다.

안 지사는 그간 대연정 발언, 선의 발언, 전두환 표창 발언 모두 문 전 대표 측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하며 네거티브를 하고도, 정작 자신을 네거티브 정치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대해 격정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안 지사가 과거에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안 지사가 했던 말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안 지사는 보수진영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자유한국당을 포괄하는 대연정이 가능하다고 발언해 야권 내의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호남을 '패권'으로 지칭했지만 지금은 호남 민심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 보수진영, 적대에서 연정으로

안 지사는 2007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무능론․실패론에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부당한 공격이자 주술"이라면서 "이들과 싸우지 않으면 열린우리당과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한 반사이익밖에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 지사는 10년 뒤인 지난 2월, 한나라당을 계승한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이 가능하다고 발언해 야권 내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불가피한 선택임을 밝히면서, "한국당까지 국가개혁 과제에 동의하면 연정한다는 것"이라며 대연정론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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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선의 발언으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 JTBC


하지만 한나라당의 승리가 점쳐지던 17대 대선에서조차 적대적인 진영 논리를 갖고 있었던 안 지사가, 정작 자신이 선거를 치를 상황이 되자 연정론을 꺼내드는 것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은 의구심을 품는다. 물론 안 지사는 2007년 인터뷰에서도 "'한나라당 반대하는 사람 다 모여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서 오히려 정책 경쟁을 강조했지만, 이번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는 '안식년' 공약 발표 전까지 이렇다 할 정책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선의' 발언의 대상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지금과 달랐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안 지사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두 사람에 대해 "양극화와 서민고통 다 해결해 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서민의 친구가 아니면서 친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지적해 주겠다"고 말했다.

○ 승리 전략, '원칙'보다 '확장'

안 지사는 같은 해 한겨레21 인터뷰에서 17대 대선 승리전략으로 '원칙과 신념'을 들었다. 안 지사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소신과 원칙대로 가고 그런 쪽이 이기는 것"이라며 "동네 중국집도 장사 잘된다고 떡볶이를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운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쪽에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려는 야권 내의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었다. 안 지사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것을 '원칙과 신념'으로 여기면서, 탈당과 신당 창당은 '원칙과 신념을 지키지 않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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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네 명의 후보들 ⓒ 더불어민주당


그런데 10년 뒤 안 지사는 원칙보다 확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폐쇄적', '독선적'으로 규정하면서,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높은 자신이 본선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엇박자가 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김종인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에 영입되자 안 지사는 "더민주에서 충분히 영입할 만 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전 의원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자 "(문 전 대표가) 적폐세력을 영입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 호남은 패권세력? 상처받은 민심?

2003년 안 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호남의 지역민심을 부추기는 정치인에게는 부채의식이 없다"면서 당시 동교동계를 "지역감정의 피해자가 아니라 기득권자"로 지칭했다. 물론 동교동계가 호남 민심을 전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도 14년 전의 동교동계는 지금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2010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도 안 지사는 "영남 패권과 호남 패권 등 지역 패권 내에서 충남은 그야말로 제3세력"이라며 호남을 패권의 하나로 규정했다. 이는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충청 민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필요에 따라서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호남을 '패권'으로 규정했던 안 지사 측의 캠프에서는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을 두고 "호남에 사과하라"며 공격했다. 논란이 되자 안 지사는 "애국심에 기초한 발언이었을 것"이라면서도 표창장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당원들도 문 전 대표가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文 독주 속 '우클릭' 덕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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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해 광주시청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 안희정 캠프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여론조사 하위권에 머물던 안 지사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사퇴하자, '우클릭' 전략으로 지금의 2위 자리에 올라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2배에 가깝고, 야권 지지층으로 좁히면 격차가 30%까지 벌어지는 조사도 있다.

안 지사가 우클릭 전략을 택한 것은 문 전 대표가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확고한 1위 주자가 됐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즉 야권 지지층에 갇혀서는 자신의 지지세를 불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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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빚은 선의 발언 ⓒ JTBC


하지만 '우클릭'은 '몸에 안 맞는 옷'이었다. 특히나 안 지사에게는 그랬다. 안 지사는 누가 봐도 '친노'다. 그 스스로가 노무현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최대 적수였던 보수 세력과 날을 세우던 그가, 이제 와서 통합과 연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일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것 아닐까?"

안 지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지난 17일 YTN이 보도한 대선주자 빅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에 대한 언급량 중 80%가 정치노선과 관련돼 있었다고 한다. 안 지사 스스로는 "우클릭이 아니라 애국심"이라 말하지만, 유권자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닮아버린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안희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친노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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