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밭에서 나온 까닭은?

텃밭에 감자를 심으면서

등록 2017.03.24 10:43수정 2017.03.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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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낮 텃밭에서 땅을 파는데 1년 반 전에 잊어버린 안경이 나왔습니다. 2015년 가을 11월 쯤 결명자를 수확하고 갓씨를 뿌리기 위해서 밭을 파면서 잊어버렸던 안경입니다. 땀을 흘리며 땅을 파는 사이 옷을 벗다가 안경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차리고,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땅을 파면서 나온 잊어버린 안경과 반쯤 땅을 삽으로 파 엎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일부 자연농법을 하시는 분들은 땅을 팔 필요없이 씨앗을 뿌리고, 푸성귀를 가꾸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그 말을 듣고 그렇게 해 보았습니다. 참을성이 없어서인지 한번만 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푸성귀가 풀속에 묻혀서 거의 자라지 않고, 열매가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대로 봄, 가을 씨를 뿌리기 앞서서 땅을 삽으로 파 엎은 다음 씨를 뿌립니다. 땅을 삽으로 파기 전에 마굿간에서 얻어온 말똥 섞인 대패밥을 땅에 뿌립니다. 삽으로 땅을 파는 일은 쉽지 않지만 운동도 되고, 흙냄새도 맡을 수 있습니다.

저희 밭 둘레에서 푸성귀를 가꾸시는 분들 가운데 저와 같이 흙을 삽으로 파서 씨앗을 뿌리는 분은 없습니다. 모두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르신들도 자신이 어려서는 그렇게 삽으로 땅을 파서 씨앗을 뿌리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은 힘들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감자씨를 땅에 묻기 전에 눈을 중심으로 잘라놓은 모습과 감자를 다 심은 다음 밭 모습입니다. ⓒ 박현국


해마다 봄에는 감자를 잘라서 땅에 묻고, 결명자 씨를 뿌렸습니다. 올해는 감자만 잘라서 묻었습니다. 가로 3미터 세로 10미터 땅에 감자 7킬로그램을 잘라서 묻었습니다. 감자는 눈을 중심으로 비교적 작게 잘라서 묻었습니다. 모두 16 고랑이었습니다.

감자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으나 감자는 비교적 자라는 기간이 짧고, 어느 땅에서나 잘 자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질이 그다지 필요 없습니다. 가끔 감자 주변에 풀이나 없애고 북을 북돋아주면 그만입니다.


밭에서 자라는 갓 모습과 김치를 담기 위해서 갓을 소금에 절인 다음 씻어놓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지난해 11월 씨를 뿌려서 거둔 갓은 소금에 절인 다음 씻어서 갓 김치를 담궜습니다. 갓김치는 오래 두고 먹어도 시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해 동안 먹을 수 있습니다. 갓 맛이 맵큽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없고, 갓이 질기기 때문입니다.

안경을 잃어버린뒤 세번째 삽질을 했는데 이제야 안경을 찾았습니다. 비록 겉에는 흠이 있지만 깨어지지 않고 제대로 흙 속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흠이 많아서 쓸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쓰던 안경을 찾아서 새롭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갓김치를 담기 위해서 마늘, 양파, 생강, 새우젓, 파, 고추가루 따위 여러 가지를 넣어서 섞은 모습과 갓을 양념에 버무리는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 아래> 밭을 파면서 본 민들레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갓 #갓김치 #감자 #밭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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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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