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생리대 고르는 방법, 4가지를 확인하자

화학물질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대 위해선 '전성분표시제' 도입 필요

등록 2017.03.24 22:14수정 2017.03.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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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볼일로 사무실에 처음 방문한 분께서 우연히 활동가들의 수다에 참여했다. 그때 우리는 "자궁 혹이 커져서 병원에 갔는데 MRI 검사비만 무려 9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며 "왜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자궁질환으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업무 따위는 잊은 채 이 주제에 흥분하다가 자연스레 생리대 유해물질 이야기로 이어졌고, 결국 본연의 업무로 되돌아왔다.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기사가 나간 후 콜센터 상담원처럼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마 생리통, 자궁내막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유산 등으로 홀로 아파하던 여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싶었으리라. 전화의 8할이 "왜 제품명을 밝히지 않느냐, 내가 쓰는 00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 안 들어있는지 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때마다 작아지는 심정이었는데, 특히 "유산을 한 적이 있다"거나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 제발 알려달라"는 말에는 더욱 그랬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식질환에 고통받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생리양이 많아 재사용 가능한 대안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다. 질병이 없다 해도 각자의 사정이나 바쁜 일정으로 쉽사리 대안생리대를 선택하지 못한다. 결국 대부분의 여성들은 좋든 싫든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회용 생리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생리통으로 고생하거나 피부 짓무름을 경험하는 많은 여자들이 면생리대로 바꾼 후 증상이 나아졌다고들 했다. '한국 여성에서 다회용 생리대의 월경통 및 피부 불편감 감소 효과' 연구(추혜인 외) 역시 일회용 생리대에서 면생리대로 바꾼 후 생리통과 진통제 복용개수가 줄었고 피부 불편감 역시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경험은 위약 효과처럼 증거도 없이 떠드는 비과학적인 느낌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일회용 생리대 안 쓰니 생리통 감소...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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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목소리 면생리대 사용자들의 경험 변화 ⓒ 여성환경연대


2014년 미국의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 for the Earth)'에서 피앤지(P&G)사의 생리대 '올웨이스'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아, 이거다 싶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시장 점유율과 제조사, 향 제품을 기준으로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그리고 면생리대 1종을 골라 시험을 의뢰했다. 

며칠 전 보도되었듯 11개 제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나왔고 발암성 물질도 포함돼 있었다. 생리대에서 유해성분이 나왔다니 찜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생리대가 여성질환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국내 생리대에서 방출된 유해물질 농도는 미국 생리대보다 낮았다. 그렇다 해도 노출경로, 피부흡수율 등을 고려해 장기간의 건강 영향을 조사하는 위해성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여성단체들의 요구로 국립보건원(NIH)과 환경청(EPA)에서 생리대와 탐폰의 화학물질 조사에 나섰다. 여성환경연대 역시 생리대 유해물질 관리와 위해성 연구를 관리부처인 식약처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검출시험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가 월등히 높게 나온 제품은 향이 첨가된 팬티라이너 제품이다. 팬티라이너는 생리기간이 아닐 때도 편리성 때문에 사용되는데, 생리기간이 아닐 때는 가급적 팬티라이너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향료는 화학업계의 연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백 가지 성분을 혼합해 제조된다. 국제향료협회(IFRA)가 밝힌 향료 성분에는 스티렌옥사이드, 1,4-다이클로로벤젠 같은 발암성 물질을 비롯해 프탈레이트와 같은 생식독성물질, 그리고 수많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다. 생리혈의 냄새를 희석하기 위해 생리대에 향이 첨가되는 대신 유해물질이 나오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26종의 인체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할 경우 '향료'가 아닌 구체적인 성분명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장시간 피부와 접촉하는 생리대에도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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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향 인공향 속 유해물질 ⓒ 여성환경연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도 생리대와 관련해 우려되는 성분들이 있다.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는 생리대에 농약 잔류성분인 다이옥신과 퓨란을 비롯해 접착제 성분인 메틸이브로모글루타로니트릴(MDBGN) 등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 성분들은 암, 생식기능 장애, 알레르기,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00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4종의 탐폰에서 미량의 다이옥신과 퓨란이 검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GMO 목화에 살포되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성분은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이다. 아르헨티나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면봉, 거즈 등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85%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제품명이 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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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생리대 유해물질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보고서에서 인용 ⓒ 여성환경연대


이름도 생소한 화학명을 나열하고 있자니 "그래서 제품명이 뭐냐고?"고 묻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번 검출시험은 생리대 전수조사와 노출평가를 하지 않았고, 현재 법적 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을 조사했기 때문에 브랜드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진심으로 문의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시험 결과는 딱 부러지게 특정 브랜드가 더 유해하거나 더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높게 나온 제품은 향이 첨가된 제품인 반면 발암성 1급 성분, 생식독성 성분 등은 제품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방출된다. 유감스럽게도 이 제품을 저 제품으로 바꾸는 소비자의 선택만으로는 유해물질을 피하기가 어렵고, 생리대 성분과 부산물 관리 및 제도 마련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사실 일회용 생리대보다 면생리대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높게 검출됐는데, 면생리대 특징 상 삶아서 빨래할 경우 99%가 제거될 뿐이다. 아마 면생리대 안의 방수필름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시험을 계기로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과 제도에 관심이 기울여지기를 바란다. 생리대 관련 유해화학물질 기준은 20여년 전 제정되었던 포름알데히드에 멈춰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2017년, 이제 생리대 속 유해물질 규제가 업그레이드돼야 하지 않을까. 이번 시험결과는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실태조사의 의미가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화장품처럼 투명하게 성분 정보를 공개하는 '생리대 전성분표시제'를 제안한다. 앞서 언급한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는 피앤지와 클라크 케이블 사의 일부 생리대 제품에 전성분표시를 이끌어냈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이라 제품의 성분을 식약처에 신고한 후 허가를 받기 때문에 이미 성분 정보가 쌓여 있다. 전성분표시제가 실시되면 생리대에 의도적으로 들어간 성분이 표시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때 향료 중 인체 알레르기 유발 성분은 '향료'가 아닌 성분명으로 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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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성분공개 여성들의 요구로 일부 생리대 성분을 공개하다 ⓒ 여성환경연대


무엇보다도 생리대를 비롯해 기저귀, 물티슈 등 위생용품 전반에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성분이 규제돼야 한다. 미 식약청은 탐폰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말 것을 권고하나 국내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 일회용 기저귀의 환경표지 기준은 살충제 잔류량 0.5mg/kg 이하인데, 이처럼 잔류농약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유해한 중금속, 프탈레이트, 파라벤, 타르색소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에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생리대에 의도적으로 들어간 성분이 아니라 합성수지의 부산물로 생각된다. 이처럼 비의도적으로 포함된 물질의 경우 제조 생산 과정에서 오염을 줄이는 공정을 통해 관리가 돼야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한킴벌리는 파라벤 등의 보존제, 향 알러젠, 특정 불순물, 벤조페논, 프탈레이트 등 59종의 사용을 제한하고 원료를 공개하고 있다며, 공동조사와 안전 기준을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제안했다. 다른 생리대 기업들 역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식약처는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현재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위생용품 관리를 식약처에서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를 모니터링해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월경 없이 어떤 인간도 태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월경은 여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건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을 쓴 것처럼 월경은 감춰야 하고 수치스러운 생리 현상으로 취급 받아왔다. 월경을 처리하는 생리대 역시 여성건강보다는 청결, 깨끗함, 향기 등이 강조돼왔다. 작년에 '깔창 생리대'가 큰 충격을 주었지만 생리대 유해물질은 조명을 받은 적이 없었다. 생식질환으로 아파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해,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대를 위해 함께 변화시켜가면 좋겠다.

 [별첨]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요? 
이번 조사로 많은 분들께서 놀라시고 우려하시면서, 결국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궁금해하십니다. 여성환경연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 드립니다.

1) 향료가 들어있는 제품을 피한다.
2)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생리대의 경우 삶아서 사용한다.
3)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팬티라이너라도 면생리대로 바꾼다.
4)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는 브랜드의 제품은 즉시 교체한다.

덧붙이는 글 고금숙 시민기자는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입니다.
#생리대 #월경용품 #여성건강 #유해물질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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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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