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액주주들 "최치훈 사장 나가라"

[현장] 삼성물산 주총서 불만 터트려 "물산합병 원상태로 되돌려야" 성토

등록 2017.03.24 17:34수정 2017.03.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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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 ⓒ 삼성물산


"여기 계신 임원들은 석고대죄해도 부족한데 박수를 받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삼성물산 합병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고, 이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되는 국가적 불행을 맞고 있습니다. 최치훈 사장은 물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의장을 보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24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53기 정기주주총회. 이날 주총에는 150여명(주주 주식비율 74.75%)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소유비율 5.57%)은 위임장을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불만 성토장이었다. 발언권을 얻은 소액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정치권과 결탁해 합병이 이뤄지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했다. 최치훈 사장은 주주들의 항의에 "법대로 처리했다"며 맞섰다. 합병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의장인 최치훈 사장이 첫 번째 의안인 연결재무제표 승인건을 상정하자 한 주주가 작심한 듯 불만을 터트렸다. 최 사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박수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물러나야 할 사람이 박수를 받는다"고 했다.

황 아무개씨는 "합병 당시 비율 문제는 있었지만 엘리엇의 반대가 있었고, 애국적 차원에서 합병에 동의했다"라면서 "합병으로 인한 최대수혜자는 이재용 부회장이고, (이 회장의 이익이) 8000억원이 넘는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고, 소액주주는 손해만 본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제시한 (현금)배당이 아닌 주식 배당으로 40%를 배당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합병 이후 주가가 25% 가량 하락했고, 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위한 15%를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 이 아무개씨도 "삼성전자 액면가가 5000원이었을 때도 이런 배당은 안했다"면서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경영진이 삼성을 경영하기 위해서 삼성물산을 (합병)해줬는데,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법에 따라 양심적으로 했나"라고 물었다.


최치훈 사장이 "법에 따라 양심대로 했다"고 하자 그는 "양심있게 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왜 구속됐나. 우리나라 법이 죄 없는 사람을 잡아넣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이어 "삼성물산 합병을 원상태로 돌려놓고 당신(최치훈 사장)은 나가야 해, 부회장까지 구속된 마당에..."라고 비판했다.

이씨가 발언을 계속하려 하자 최 사장은 "본 총회 의안과 무관한 발언은 삼가달라"며 말을 끊고, 연결재무제표 승인 건을 표결에 부쳤다. 주주들의 손해에 대한 사과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주총이 끝날 때까지 입을 닫았다.

이날 참석 주주 150여명을 대상으로 14분간 진행된 표결 끝에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건은 전체 주주 가운데 98.45%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황씨가 발의한 주식배당 40%안은 표결도 되지 못했다. 한 주주는 표결 과정이 못미더웠는지 전자개표대 앞으로 나와 개표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최치훈 사장 끝내 사과 없어... "주주 소통도 미흡"

주주들의 성토는 계속됐다. 장달중 사외이사 선임 의안이 상정되자, 한 주주는 장 이사가 위원장인 거버넌스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지난 2015년 9월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립, 운영하고 있지만, 주주들과 전혀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에 8억원을 투자해 현재 2억5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한 소액주주는 "장달중 위원장은 거버넌스 위원장인데 재임 기간 동안 우리 주주를 위해 뭘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위원장이) 주주 신뢰를 잃어버리면 끝나는 것"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었고, 주주권익보호 담당으로 이해관계자와 소통도 적극 실시해 거버넌스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주주는 "주주친화정책을 한 사실이 없고, 탁상 경영을 했다"면서 "(주총 참석을 위해)시골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어떻게 주주친화정책을 하고, 어떻게 권리보호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라며 거듭 불만을 나타냈다.

최 사장은 "앞으로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단시일 내에 주주환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어려우나 점진적으로 상향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53기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이사(2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장 선임, 이사보수한도 등 4건의 부의안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합병 이후 주가하락 등으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을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8조1027억원, 당기순이익 2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81조원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08억 흑자로 전년(2조6857억원)대비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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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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