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은 하나님 아닌 '맘몬' 섬기는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83] 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

등록 2017.03.27 11:25수정 2017.03.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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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 ⓒ 이영광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변칙세습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1980년에 김삼환 목사가 성도 200명과 함께 개척한 명성교회는 현재 매주 4만5000명이 출석하는 우리나라 대형 교회 중 하나가 되었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2015년 말 정년퇴직하며 후임자를 찾던 중 청빙위원회가 하남에 위치한 새노래명성교회와 인수·합병하는 형식으로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명성교회는 공동의회(교회의 최고 의결기구)를 열어 총 8104명 중 찬성 6003표(72.07%)로 김하나 목사 청빙 안건을 통과시켰다.

올해는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중세교회를 비판하며 종교개혁을 한 지 500주년 되는 해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연초부터 대형교회의 변칙 세습 문제로 또 한 번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궁금해 지난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교회 개혁 실천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를 만나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함께 탄핵 무효 집회에 대형교회 교인 동원 문제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방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최근 김삼환 목사가 시무했던 명성교회와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가 시무하는 새노래 명성교회의 합병안을 놓고 변칙 세습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3년 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우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그쪽에 보낼 때부터 저희는 변칙세습, 지교회 합병 세습을 할 것이라 예상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여러 방면으로 호소했죠. 김하나 목사에게도 여러 번 확인했는데 세습은 나쁘다는 원칙론적 이야기만 했지 절대 안 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어요.

김삼환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머슴 목회로 유명해요. 그걸로 교인과 많은 목회자에게 감동을 줬는데 세습을 하는 건 결국 교인을 속이고 머슴이 주인 되는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진 거죠. 이것을 통해서 다시 한번 교회가 한국 사회에 부끄러운 모습, 신뢰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 목사님이 새노래명성교회를 지교회라고 하셨잖아요. 지교회라면 본 교회 목사가 담임 목사고 지교회 목사는 본 교회 부목사이면서 지교회 담당 목사로 아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새노래명성교회와 명성교회는 법적으로 분리된 교회예요. 지교회라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두 교회가 독립된 교회로 노회나 총회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예전 여의도순복음교회와는 달라요.

그러나 제가 새노래명성교회 등기부 등본을 봤어요. 교회 재산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대표로 등기되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법적으로는 독립된 교회지만 재산도 하나고 실질적으로 하남에 교회를 세울 때부터 합병해 데리고 오려고 하는 계획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김하나 목사나 그 교회는 합병 결정을 안 했어요. 그리고 김하나 목사가 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명했어요. 그렇게 될지는 모르죠,"


- 김하나 목사의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제가 김하나 목사와 예전부터 좌담회나 토론회 등 여러 방면으로 서신도 보내고 했었는데 김하나 목사가 고민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왜냐면 이 사람도 공부도 할 만큼하고 유능한 사람이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유혹을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김하나 목사는 지금 있는 새노래명성교회도 2천 명 모여서 잘할 수 있는 데 여기까지 와서 아버지의 후광을 덧입고 부와 명예를 다 물려받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유혹이라고 하셨는데 자신이 능력과 자신감이 있다면 별로 유혹이 안 될 것 같아요. 세습은 멍에만 쓰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거나 목사의 양심을 가지고 있으면 이걸 물리쳐야죠. 그렇지만 워낙 큰 교회입니다. 수만 명이 모이고 재산도 어마어마해요, 또 그 교회의 부설기관도 대단합니다. 그 부와 힘과 명예를 쉽게 뿌리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죠. 누구라도 아버지로부터 대를 이어 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어요? 우리 재벌 기업도 그렇잖아요. 사실 제대로 된 경영자가 맡는 것이 원칙인데 세습하는 건 세상에서도 비일비재하죠."

"교회 세습은 믿음에 대한 배신행위"

- 세습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형 교회의 경우 교회가 흔들리고 원로 목사와 담임 목사 간 갈등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아들 목사가 맡으면 안정되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고 성도들은 그의 몸을 이루는 걸 부정하는 것이죠. 목회자나 성도는 하나님을 의지해야지 아들이 오면 안정된다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대한 배신행위죠. 또 하나는 성경에서도 보면 그게 안정적이지 않아요.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왕권을 이어받았지만 나라는 분열 되는 등 어려움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걸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시라는 것을 믿고 성도들이 그 교회를 잘 이뤄갈 수 있도록 해야죠.

또 하나는 그렇게까지 크게 해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할 정도로 불신하는 형태는 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아니에요. 너무 교인 수가 많고 힘이 세고 너무 커질 때 사람들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오게 되면 불안정하고 어떻게 유지해 나가나를 생각하는데 이렇게 만들어낸 그 자체도 문제가 있죠. 또 그렇게 해서 아들 목사를 데려오는 것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대한 배신행위예요. 하나님을 믿어야지 왜 아들 목사를 믿고 혈연관계를 믿나요? 혈연적으로 해서 안정된다는 건 성경에도 없고 논리에도 맞지 않아요."

- 개척한 목사가 은퇴하고 후임 목사가 왔을 때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가 갈등하는 건 사실 아닌가요?
"갈등은 있을 수 있죠. 후임 목사는 그가 생각하는 것 때문에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재능이 다르니 민주주의에서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나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뜻에 맞도록 교회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원로목사나 후임 목사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거든요.

아버지 목사와 아들 목사 사이에도 갈등은 있습니다. 충현교회가 세습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원수까지 됐어요. 이건 어느 곳이나 다 있는 데 그게 두려워서 세습하겠다는 건 믿음 있는 모습이 아니고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이죠."

대형교회 세습은 교회 내 기복신앙 탓

- 잊힐 만하면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불거지는 데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교회에 기복신앙이 있는 거예요. 교회가 커지고 헌금, 즉 재정이 커지면 하나님께서 하셨다거나 하나님께서 축복하셨다는 논리에 빠진 거예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경고를 듣지 않아요. 그래서 모든 게 커지고 많아지고 부를 쌓게 되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더 커지면 감당할 수 없는 거예요. 많고 큰 걸 감당할 수 없죠. 교회는 오히려 나눠야 하는데, 교회가 분립하여 작은 교회가 되어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걸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니 세습의 꼼수가 나오는 것이죠. 세습은 맘몬( 부, 돈, 재물, 이익)을 섬기고 탐욕을 뿌리치지 못한 데서 나왔다고 봅니다."

- 보수 교회가 북한의 김일성 3대 세습은 비판하며 왜 자기들은 똑같이 할까요?
"대형교회는 물론 세습한 교회도 북한 정권의 세습은 아주 미워합니다. 물론 북한 세습도 나쁩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생각하는 건 세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온갖 핑계를 대며 북한의 세습과 다르다고 하는데 똑같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요? 말이 안 되는 걸 한국교회가 해요. 왜냐면 자기 생각에 빠져서 자신이 생각하는 건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교회가 생각하는 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아주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북한 세습은 비판해도 자기들은 세습이 아니라고 우기는 거죠."

- 김삼환 목사를 만나신 줄로 아는 데 뭐라고 하던가요?
"'세습 철회하셔야 한다. 목회 말년에 세습으로 종지부를 찍느냐? 아들 목사도 똑똑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아들 목사 스스로 목회하도록 해야지 왜 세습하는 목사로 만들려는 것이냐? 철회해 달라'고 했더니 김 목사는 잘 알겠고 깊이 고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공동의회 때 철회하길 끝까지 바랐어요. 그래서 1인시위 하며 들어가는 교인에게 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얘기를 했었죠."

-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되었잖아요, 선고가 있기 전 탄핵 반대 집회에 대형교회가 교인을 동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탄핵 정국에서 촛불 시민은 80% 가까이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나라가 이 꼴이냐고 하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런데 친박 집회의 가장 핵심적인 그룹이 한국 대형교회들이었습니다. 제가 가보니 '목사님', '집사님','장로님'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기에는 십자가를 들고나와 통성기도 하더라고요, 그들이 오히려 80% 가까이 되는 시민의 목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음을 닫는다는 것은 어처구니없이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후원금을 대고 교인을 동원하는 교회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왜 한국교회가 지탄받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왜 한국교회가 이렇게까지 폐쇄적으로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팠죠. 친일과 독재를 옹호했는데 아직도 똑같아요. 이런 교회는 사실 교회가 아닙니다. 잘못된 교회고 거기에 교인들이 속지 않아야 되겠습니다."

- 보수교회는 정교분리를 주장하지만 행동은 달라요.
"역사적으로 종교와 국가는 늘 갈등관계였습니다. 때로는 종교가 국가 위에 있으려고 하고 국가는 종교를 이용해서 표를 얻으려는 것이 쭉 내려왔습니다. 한국교회는 국가와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종교가 국가권력에 편승해서 힘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건 역사적으로 계속 있는 일인데 종교는 국가의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야죠."

- 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에 분별력을 가지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종교가 해야 할 일이고 교계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죠. 그리고 교회는 힘을 키우기보다는 작고 낮은 자세에서 지역과 이 사회를 섬기고 아픈 사람들, 힘든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섬김의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성도들도 그런 겸손한 자세와 담대한 분별력을 가지고 옳은 건 옳다고 틀린 건 틀렸다고 해야죠."

- 올해가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잖아요. 하지만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이 일어나던 때의 가톨릭보다 더 타락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한국교회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대형교회인 명성교회가 세습을 강행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건 종교개혁 500주년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우리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참회할 때입니다. 대형교회는 나뉘어서 작은 교회로 분립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교회도 큰 교회가 되기 위한 작은 교회가 아니라 지역이나 주변에서 이웃과 함께 섬기며 사랑을 나누고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로 가야겠습니다.

예수님은 작은 자로 이 땅에 오셨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평화를 일구어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섬기면서도, 세상 불의에 대해서는 담대하게 외치셨습니다. 한국 교회가 그렇게 나아가서 분단 문제도 극복하고 양극화 문제도 극복하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소망이 되는 작은 교회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방인성 #명성교회 #변칙세습 #김삼환 목사 #김하나 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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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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