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고'급 막말 홍준표, '세월호' 입밖에 꺼내지도 마시라

[게릴라칼럼] 연일 '세월호' 관련 막말 쏟아내는 홍준표 경남지사

등록 2017.03.26 18:57수정 2017.03.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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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준비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26일 오전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대선후보 경선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도지사, 당신의 입이야말로 재난사고다."

지난 24일 노동당 경남도당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겨냥해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이날 노동당 경남도당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등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막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홍 지사의 연이은 세월호 관련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23일 이후 홍 지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를 입에 올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 '혐오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며 경계를 넘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일단 홍준표 경남지사의 '막말'이 어느 수위인지 짚어 보자. 

"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한 지 3년이 지났다."
"이것(세월호 인양)도 한 보름 할 것이다. 우파 진영에서는 아주 어려운 선거환경이다."

오늘(26일) 열린 KBS 주관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홍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해난사고"라 명명한 부분도 걸리지만, "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발언은 비난을 자처하는 대목이다. 지난 23일에도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이 특정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 세월호 사건을 가지고 정치에 이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파면되었고 사법처리도 앞두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한 정권이 몰락하는 시발점이 될 정도로 폭발적이였지만 이젠 우리는 가슴 아픈 사건은 뒤로 하고 꿈이 있는 미래로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도록 당부드립니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에 이용 당했다는 홍준표 지사, 진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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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주자 토론회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왼쪽부터),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방송4사(MBC·KBS·SBS·YTN)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누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 아니, 누가 이제와서 '세월호 장사'를 하는가. '막말' 홍준표 지사가 주장하는 대로 '좌파'들인가. 홍 지사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어불성설'과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하필 왜 이 시점에 인양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걸 또 (좌파가) 이용하려고 묘하게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세월호가 떠올랐다"고 '특정세력'을 비판했다. 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광주·전남·전북·충청권 TV토론 후에도 "해난사고를 지난 3년간 정치적으로 이용을 했으면 이제는 마쳐야 할 때"라며 같은 주장을 했다.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는 "(박근혜 정권이) 오히려 세월호 사태에 정략적으로 이용당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연이은 홍 지사의 세월호 관련 막말은 아마도 이날 펼친 홍 지사의 논리에 기반이 됐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세월호는) 가슴 아픈 해난사고죠. 특히 학생들이 꽃다운 학생들이 희생을 당했으니까. 그리고 희생당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청의 구조활동이 저도 그 당시에 봤습니다만 기울어진 배 빙빙돈 게 30분입니다. 그 바람에 희생자가 커졌고 그 바람에 해경이 해체가 됐고. 해양경찰청이 해체되어 가지고 국민안전처로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를 정부가 잘못했고 그 잘못한 것 때문에 3년 동안 질타를 받았고 그걸 시점으로 해서 사실상 탄핵이 시작됐고 최순실 사태가 폭발을 했죠. 그쯤 했으면 이제는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됩니다. 더 이상은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거기에서 뭘 더 밝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수사했지 재판했지 그다음에 보상했지. 그러면 그런 사고가 안 나도록 국가가 정리하는 게 맞지 다시 그것을 뒤집어가지고 이미 담당하는 정부가 파면이 됐어요. 파면되고 이제는 감옥 가기 직전입니다. 그렇게 했으면 기소가 되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기소가 되면 나중에 확정판결이 나면 감옥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유죄가 되면. 세월호는 이미 3년 동안 모든 여론이나 그다음에 박근혜 정부 파면까지에 반영이 다됐습니다.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데 세월호 사건이 장애가 된다는 것은..."

요약해 보자. 박근혜 정권은 충분히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탄핵이 됐다. 수사도 했고, 재판도 했고, 보상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 가기 직전이다.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세월호 사건이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홍 지사의 발언을 정리하면 이쯤 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리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인양된 세월호의 처참한 형상, 당신들 '막말'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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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부분 갈라진 세월호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 해양수산부 제공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르던 지난 23일,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올림머리 미용사'를 불렀다고 한다. 당시 외출은 없었다. 그에 앞서 '세월호 7시간'의 행방은 끝끝내 밝히지 못하던 전직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 수사 당시 자신의 조서를 검토하는데 7시간을 꼬박 들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3년 동안 꼬박꼬박 '골든타임'을 입에 올렸고, 단 한 번도 자신과 청와대가 '콘트롤타워'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정부와 해수부의 늦장 인양이 두고두고 뒷말을 남기고 있다. 눈치를 본 것은 정부와 해수부지, 홍 지사가 바라는 대로 '특정 세력'이 아니다. 인양을 못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5년 4월 인양을 결정한 정부가 무려 2년 간 업체 선정부터 인양 방식 결정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지지부진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홍 지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 왜 하필 지금에야 인양을 하느냐고? 지금 시점이 대선을 위한 정략적 이용이라고? 다르게 묻자.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했다면, 지금에서라도 세월호가 인양됐을까.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지 겨우 5시간 만에 세월호의 인양이 결정된 것이 비단 우연일까.

일반적으로, '정권 눈치보기'를 우리는 '정치적' 판단이라 부른다. '피의자 박근혜'씨의 구속 수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검찰을 두고 국민들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그럴 때 우리는 '정치적'이란 수사를 붙인다. 지난 2년간 세월호의 인양을 안 했다는 평가를 받는 해수부의 판단 역시 우리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9인의 미수습자와 그 유가족들의 '피눈물'을 외면한 정부와 해수부를, 이제야 태도가 표변한 그들을 쉬이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부정부패와 무책임, 무능력을 염치도 없이 정권 말기까지 끌고 간 때문이다.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선 안 된다"는 홍 지사 역시 새누리당을 함께 한 동조세력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우파' 대통령 운운하며 세월호를 다시 입에 올리고 있다. 흡사, 지지율 10% 내외 자기 지지 세력들의 구미에 맞는 말만 내뱉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 그 자체 발언들의 연속이다.

바로 오늘(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앞 해역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부식되고 헤진 처참한 외향이었다. 3년 동안 세월호를 할퀴고 헤지게 만든 것은 비단 해수의 파고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3년 간 구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 종교인과 언론인, 교수 등 수많은 이들이 쏟아낸 무책임하고 무참한 막말들이 세월호를 더 할퀴었던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유족들을 할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막말'들이 아니었다면, 세월호는 더 빨리 인양됐을지 모른다.

이제 그만 하시라. 아무리 권력이 좋다한들 그런 식으로 잡은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당장 경남도민들의 민심을 들으시라. 아니, 대선주자 중 비호감도 1위를 달리는 중인 자신을 향한 민심을 돌아보시라. 그리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자신의 뇌물죄 재판을 챙기시라. 그리고 다시는 '세월호'를 입밖으로 꺼내지도 마시라. 그것이야말로 홍 지사가 세월호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세월호 3주기' 선물일 것이다. 잊지 마시라. 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3주기다.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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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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