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조상에게 제사 지내라고 한 이유

[중국문화기행 ⑦ ] 공림과 기도 약발

등록 2017.03.28 11:19수정 2017.03.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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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고향 중국 산동성 곡부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공자의 혼을 모시는 공묘(孔廟)에서 간단하게 제사 드리는 예를 갖춥니다. 공자의 시신이 묻혀있는 공림(孔林)을 찾은 중국 관광객도 역시 제사 드리며 예를 갖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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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대성전에서 예를 올리는 모습 ⓒ 김기동


중국 사람이 예를 갖추는 절차는 아주 간단합니다. 절을 세 번만 하면 되는데, 관리사무소에서 관광객의 편리를 위해 푹신한 방석을 준비해 놓아서 편하게 절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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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림 공자 무덤 앞에 있는 방석 ⓒ 김기동


공림(孔林)은 한자로 풀이하면 공자 산림지역인데, 공자를 포함하여 공자 후손이 묻힌 무덤입니다. 무덤이 숲처럼 많아서 공림(孔林)이라고 하는지, 무덤 사이에 숲이 많아서 공림(孔林)이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쉽게 말하면 공자 집안 공동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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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곡부시 공자 묘가 있는 공림 ⓒ 김기동


이곳에는 공자의 아들과 맹자의 스승으로 알려진 공자의 손자 '자사'의 무덤도 있습니다.

공자가 제사를 지내라고 한 이유

제사는 예를 드리는 대상에 따라 분류됩니다. 우리나라 '종묘제례'처럼 예의 대상이 국가가 되는 경우도 있고, '사월초파일'(석사모니 생신)과 크리스마스(예수 생신)처럼 예의 대상이 종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나 종교를 대상으로 하는 제사는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관심 있는 일이기에, 여기서는 일반인이 자신의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경우만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조상이 돌아가신 날이나 명절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한국에서 제사 지내는 풍습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민속학자가 연구할 일이기에, 저는 공자가 제사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자는 제자가 귀신과 사후 세계에 관해 물었을 때, '사람의 일도 아직 잘 모르는데 귀신의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 또 살아생전의 일도 아직 잘 모르는데 죽어서의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답합니다.

그러니까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사후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잘 모르는 일은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은 사람이 해결해야 하고, 사람이 세상일을 해결하는 이데올로기로 '인(仁)'이라는 사상을 만들게 됩니다.

공자는 인(仁)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예(禮)'를 말하고, '예(禮)'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관혼상제(冠婚喪祭)를 강조합니다. '관혼상제'에서 상제(喪祭)는 조상이 죽었을 때 어떻게 제사를 지낼지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공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말하면서도, 제사의 대상이 되는 조상이 귀신으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성껏 제삿밥을 만들었는데, 정작 제삿밥을 먹을 조상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묵자(묵가를 만든 제자백가 중 한 사람)는 귀신도 없는데 제사를 지내라는 공자가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고 비판합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공자가 '재여'라는 제자와 부모에게 제사 지내는 문제로 논쟁한 내용이 있습니다. 공자는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이유는 부모가 나를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준 근본을 잊지 않고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3년을 품에 품고 지내기에 자식도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시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공자가 말하는 제사는 조상의 사후 귀신을 모시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낳고 키워준 조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동입니다.

이런 공자의 답변에 '재여'가 다시 질문합니다. 부모가 죽은 후 3년 동안 시묘를 하면 생활에 피해가 생긴다며,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해 먹고 살아야 하는데, 3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으면 뭘 먹고 사느냐고 항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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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 ⓒ 출처: 바이두


'재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예기''곡례편'에 나오는 '예는 서민에게 내리지 않는다'는 구절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예(禮)'를 실천하는 관혼상제(冠婚喪祭)는 일반 서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공자가 살았던 봉건시대의 사회 계급은 위로 '천자'가 있고 그 아래로 땅을 하사받은 '경대부'가 있고 '경대부' 아래에 행정관료 역할을 담당하던 '사(士)'가 있었습니다. '사(士)'를 선비라고도 해석하는데 조선 시대 양반에 해당하는 계급입니다.

결론적으로 공자가 말한 제사는 '양반'이상의 계급에만 해당되는 거고, 일반 서민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한국 사람 모두가 '양반'의 후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제사를 지냅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조상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중국 일반 사람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실용적인 중국 가정 제사

작년 구정에 중국친구 초대로 시골에 있는 중국 친구 아버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설날에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상이 단출합니다. 튀긴 닭고기 한 접시와 튀긴 물고기 한 마리 그리고 과일이 있습니다. 물만두도 한 그릇 있네요. 당연히 술도 있고요. 다른 친척이 와서 절을 할 수 있게 제사상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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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일반 가정집 구정 제사상 모습 ⓒ 김기동


저의 중국 친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제사상을 이렇게 차렸다고 생각할 수 있어, 중국 친구를 소개합니다. 중국 친구는 나이가 쉰셋이고 한국으로 치면 중소도시 국립인민병원 의사이고, 대학에서 강의도 합니다. 중국 친구 부인은 중국공상은행에 근무하는데 직위가 한국으로 치면 부장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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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지방’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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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쓴 돌아가신 조상의 이름 ⓒ 김기동


중국에서는 6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내는데, 하나의 제사상으로 한꺼번에 제사를 지냅니다. 죽은 사람의 이름표인 '지방'은, 개인별 이름표를 가진 우리나라와 달리 단체 이름표를 사용합니다. 제사상 앞에 있는 '단체지방'(제가 만든 단어입니다) 족자에 6층 건물 그림을 그리고 맨 아래부터 1대, 2대 ~~ 순으로 조상의 이름을 적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도 간단한데, 단 한 번 절하고 제사를 끝냅니다. 공자의 말처럼 조상귀신이 없으니, 제사를 지내는 동안 문을 조금 열어 조상귀신을 모시는 절차도 없습니다.

중국사람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일 보다, 친척들이 모인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공자에게 복을 빌다

원래 이야기인 공림(孔林)으로 돌아옵니다. 공자 무덤 옆 구조물에는 빨간 표찰이 걸려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런 막대기를 허원패(許願牌)라고 합니다. 공림을 방문한 관광객이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내용을 써서 걸어 놓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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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무덤 옆에 있는 ‘허원패(소원표찰)’ ⓒ 김기동


이런 '소원표찰'은 공자의 시신이 있는 공림(孔林) 공자 무덤뿐만 아니라 공자의 위패가 있는 공묘(孔廟) 대성전에도 있습니다. 당연히 돈을 내고 표찰을 사서 원하는 내용을 써서 걸어 놓아야지요.

참고로 공자의 혼이 있는 공묘(孔廟) 대성전에서 파는 '소원표찰'은 중국 돈 60위안(한국 돈 10,000원)이고 공자의 시신이 있는 공림(孔林) 공자 무덤에서는 중국 돈 20위안(한국 돈 3,300원)입니다. 그러니까 공자의 혼에 소원하는 기도 약발이 공자의 시신에 비는 기도 약발보다 3배 높은 거지요.

한국 네이버 사전에서는 '제사'를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이라고 풀이하는데, 중국 바이두 사전에서는 신이나 조상에게 음식을 바쳐 숭배하고 보호해 주기를 바라는 의식이라고 풀이합니다.

중국 사전의 풀이처럼 중국 사람은 '제사'라는 예(禮)를 표하면 당연히 '제사'의 대상이 되는 신이나 성인이 나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보호해 준다는 단어는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게 해 준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중국 사람은 유원지에 놀러 갔는데 그곳에 절이 있으면 '소원 표찰'을 사서 걸어 놓고, 산에 등산 갔는데 그곳에 도교 사원이 있으면 또 '소원 표찰'을 사서 걸어 놓습니다. 마찬가지로 공자 고향에 놀러 왔으니 당연히 '소원 표찰'을 하나 사서 걸어 놓는 겁니다.

특별히 불교나 도교나 유교를 종교로 믿는 게 아니라, 모두 훌륭한 신이나 성인인데 예(禮)를 표하면 소원을 들어 줄 걸로 생각합니다. 물론 예(禮)를 표하기 위한 '소원 표찰'을 사는 데 돈이 들기는 하지만요.

중국 사람은 신이나 신선, 성인 모두가 나름대로 기도 약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일신을 주장하는 종교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공자는 최고의 스승님이다

공묘(孔廟)와 공림(孔林)에 걸려 있는 '소원 표찰'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중국 사람에게 공자는 최고의 스승님이기 때문에 '소원 표찰'에는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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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기원하는 글 ⓒ 김기동


학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초등학생이 쓴 베이징대학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글과 중등학생이 쓴 나와 오빠 모두 공부 잘하게 해달라는 글, 그리고 부모님이 쓴 아들, 딸 모두 공부 잘하게 해 달라는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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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건강을 빌고 부부가 화목하게 살기를 바라는 글 ⓒ 김기동


그 외 다른 내용으로는 친가와 시댁 부모님 모두 건강하고 남편 사업 잘되게 해달라는 여자분의 글이 있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영원히 잘 살게 해달라는 신혼부부의 글도 있습니다.

화장해야만 공자 집안 공동묘지에 묻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림(孔林)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공자 후손이 들려준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공자 묘에서 많은 사람이 예(禮)를 표하기는 하지만, 공자가 이천오백 년 전에 돌아가셨기에, 현재의 공자 무덤에 공자의 시신이 정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공자 집안 공동묘지인 공림(孔林) 어디인가에는 공자의 시신이 묻혔기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랍니다.

유교 경전 '효경'에는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는 글이 있지만, 공림(孔林)에 남은 묫자리 공간이 많지 않기에, 공자 후손이 죽어서 공자 집안 공동묘지인 공림(孔林)에 묻히려면, 반드시 시신을 불태워 손상시키는 화장을 해야만 한답니다.
#중국 #공자 #유교 #제사 #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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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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