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에 쓰인 글자, '국기'의 비밀은?

볼수록 신기한 번호판에 담긴 숨은 의미

등록 2017.03.27 14:25수정 2017.03.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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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보는 '국기' 번호판. 운전자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 김학용


지난 주말,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내차 앞으로 가고 있는 차량 한 대. 그런데, 번호판이 '국기 13O-1OO'이다. 국기? 난생 처음 보는 번호판이다. 말로만 듣던 '국가 기밀' 차량인가? 아니면 '국가 기술 요원'?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언론을 장식하는 국기(태극기)를 수호하는 차량일까. '국기'와 관련된 몇 개의 줄임말을 떠올렸지만, 전혀 추측하기 힘들다.


일단은 번듯한 모습의 정상 번호판으로 보이는 것을 보니 장난이나 위장번호판은 아닌 것 같다. 또, 차량의 연식이 최소 10년은 넘어 보이고, 아이가 타고 있다는 'Baby in Car'라는 스티커를 붙인 걸 보면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보기관의 차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경적이라도 울리면 과연 누가 차창을 내리며 맞을지 궁금해진다.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국토교통부)를 찾아봤다. 결론은 내가 봤던 '국기' 번호판은 국제기구를 뜻하는 외교용 차량이었다. 차량번호판의 앞뒤 숫자는 국가기구 번호 3자리와 국가기구 내 차량의 순번(서열)을 의미하는 뒤 3자리라고 한다.

특수자동차 번호판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비밀은 의외로 많이 숨어있다. 지난 2004년부터 등록지역의 표기를 없앤 전국 번호판이 시행되면서 차종 기호와 용도 기호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외교용 차량은 조금 특별하다. 외교관용은 '외교', 영사용은 '영사', 준 외교관용은 '준외', 준영사용은 '준영', 국제기구용은 '국기', 기타외교용은 '대표, 협정' 등으로 구분하여 쓴다.

특히 '대표'는 주한 대만대표부와 같이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의 차량을 의미하며, '협정'은 별도의 협정을 통해 외교사절단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에 부여된다. 예컨대 '외교 001-001'은 대한민국과 첫 번째로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 대사관의 대사 차량이다. 그러나 외교 차량에 부여되는 국가별 번호는 테러위험 등의 이유로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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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용 차량은 '외교', 영사용은 '영사', 준 외교관용은 '준외', 준영사용은 '준영', 국제기구용은 '국기', 기타외교용은 ‘대표, 협정’ 등으로 구분하여 쓴다. 사진은 '국기' 번호판은 국제기구용 차량을 의미하며, 번호판의 앞뒤 숫자는 국가기구 번호 3자리와 국가기구 내 차량의 순번(서열)을 의미한다. ⓒ 김학용


이외에도 자동차 운수 사업용 차량의 경우 택시(버스)는 '아, 바, 사, 자' 번호판을 달고 있다(늦은 밤 택시를 타는 것도 불안한 시대, 정상적인 택시번호판은 '아빠 사자'로 기억하면 된다). 특이한 표기로 택배 차량이 있는데, '배'를 쓴다. 택배 차량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적용됐는데, '택' 자처럼 받침 있는 글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잘 식별하지 못해 받침이 없는 '배'를 사용하기로 했다.


대여용 차량인 렌터카는 '허, 하, 호'(2013년부터 '하', '호' 추가)를 쓴다. 군용차량의 경우에는 차종 번호는 구분이 없고 부대별로 부여된다. 국방부 및 직할부대는 '국', 합동참모본부 및 직할부대는 '합', 육군은 '육', 해군과 해병대는 '해', 공군은 '공'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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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경고나 지시가 대부분인 고속도로 전광판에, 구수한 전라도사투리로 속도를 제한하라는 애교섞인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 김학용


그런데, 앞서가던 이 '국기' 차량 앞에 곧이어 도로공사의 전광판이 펼쳐졌다. 이 차에 타고 있었던 국제기구에서 온 직원은 과연 이 전광판의 문구를 무슨 뜻인지 이해는 했을까?

"허벌나게 빠르구만요, 쉬엄쉬엄 가시랑께요~"
#국기 #번호판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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