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포기 각서' 쓰면 퇴직금 받을 수 없나

[뉴스속의 노동법⑬] 대법원 "퇴직 전에 퇴직금 포기하는 것 인정될 수 없어"

등록 2017.03.27 14:38수정 2017.04.04 09:26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월 백화점과 외형상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판매원도 그 실질이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해당 백화점이 향후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하기 위해 판매원들에게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는 이른바 '퇴직금 포기 각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 백화점은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을 받은 판매원들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판매원들에게는 '퇴직금 포기 각서'를 받는다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러한 '퇴직금 포기 각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퇴직 전에 퇴직금을 포기하는 것은 퇴직금 제도를 정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 무효의 법률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하여 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그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계속근로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하여 발생되는 것이므로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어 퇴직 전 약정한 '퇴직금 포기 각서'가 인정될 여지는 아예 없다.

다만, 근로자가 퇴직한 이후에 퇴직금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인정된다. 퇴직 전에는 아직 근로자에게 '퇴직금 지급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를 사전에 포기한다는 것은 인정될 여지가 없었지만,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지급 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채권자인 근로자가 '퇴직급 지급 청구권'이라는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퇴직금 포기 각서'는 민법 제107조의 제한을 받는다. 즉, 회사가 근로자가 작성한 '퇴직금 포기 각서'가 진의에 의한 것임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이 '퇴직금 포기 각서'는 비진의 의사표시가 되어 무효인 법률행위가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희망퇴직을 신청하도록 한 경우, 회사 중간관리자들이 계속적·반복적으로 퇴직을 권유하거나 종용하여 근로자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근로자들의 사직서는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렇다면 '퇴직금 포기 각서' 역시 비록 퇴직 이후에 작성된 것이라 할지라도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여러 가지 압력을 행사하여 근로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쓸 수 밖에 없었다면 이는 무효가 된다.

정리하자면, 기사에 인용된 백화점이 판매원들에게 퇴직 전에 '퇴직금 포기 각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효력이 없으므로 판매원들은 퇴직 후 퇴직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또 퇴직 후 판매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퇴직금을 포기시키더라도 이 역시 무효인 법률행위이므로 판매원들은 퇴직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백화점은 판매원들에게 퇴직금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편법'에 들이는 노력을 노무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다른 적법한 방법을 강구하는데 쓰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퇴직금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근로기준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