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자락에서 즐기는 선비의 풍류와 환벽당

가사문화권 환벽당에 얼킨 송강 정철의 이야기

등록 2017.03.28 11:46수정 2017.03.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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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벽당 전경이며 추석 전후로 피는 상사화가 만발한 모습 ⓒ 임무택


풍류는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생동감에 동참하여 즐기노라면 괴로움도 쓸쓸함도 없는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면서 찾아가는 환벽당, 환벽당(環璧堂)은 푸르름이 고리를 두르듯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일진데 대나무의 푸르름은 없고 단아한 정자만이 무등산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환벽당 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경 ⓒ 임무택


이 정자의 주인은 조선 명종 때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1501~1572)이며 중종 때 문과에 급제한 후 홍문관 교리를 거쳐 나주목사로 있다가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인 충효리로 돌아와 그의 집 뒤에 지은 별당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한가로이 후진을 키웠는데 송강 정철이 27세로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머물면서 공부했던 곳으로 더 유명합니다.


환벽당 뒤편에서 무등산을 내려다보는 모습 ⓒ 임무택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소쇄원을 양쪽에 두고 흐르는 광주천을 옛날에는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렀는데 개울 양쪽으로 아름다운 배롱나무가 늘어서 있어 얻은 이름일 것이며 이 자미탄 여울가에 있는 환벽당은 비스듬한 비탈에 자연석 축대를 쌓고 지은 정자로 무등산을 내려다보는 눈맛이 가히 일품입니다.

광주문화재단이 주최한 남도풍류의 일환으로 환벽추구학당(서당)을 열고 있는 모습 ⓒ 임무택


환벽당을 답사하면서 광주천 건너 최근에 복원한 서하당을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은 김성원이 이 자리에 옛날에 서하당을 지으면서 자미탄을 중심으로 한 호남가단(湖南歌壇)이 형성되었고 김성원은 그의 스승 석천 임억령을 위해 식영정을 지었으며 송강 정철은 김성원에게서 글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환벽추구학당에 참여한 학동이 천자문을 외우고 있는 모습 ⓒ 임무택


김윤제와 김성원은 매우 친하게 지내면서 개울 건너 마주보고 사는 것도 멀다고 느낀 나머지 무지개다리를 설치하여 수시로 오갔다 하며 환벽당 입구로 들어서면 낚시하기에 딱 알맞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것이 <성산별곡>에 나오는 조대(釣臺-낚시터)입니다. 이 곳에서 김윤제와 그의 손님들이 낚시를 즐겼다 하며 그 위에 기념비도 세워져 있습니다.

송강 정철의 후예를 꿈꾸며 공부하는 모습 ⓒ 임무택


특히 조대 바로 밑 용소에 서린 전설 하나, 어느 여름날 김윤제는 환벽당에서 낮잠을 자다가 집 아래 용소에서 용이 놀고 있는 꿈을 꾸었는데 그가 잠을 깨고 가보니 한 소년이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이 바로 어린 시절 송강 정철이었으며 정철은 식영정 옆 지실마을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곳 용소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호는 영천자 신잠이 지었으며 우암 송시열이 쓴 제액 ⓒ 임무택


정철은 이런 인연으로 환벽당에서 공부를 하게 되고 김윤제의 외손녀 사위가 됩니다. 정철은 이곳에 머물면서 기대승, 김인후 등 고명한 학자들에게서 학문을 배우고 임억령에게서 시를 배웠으며 여러 사람을 사귀게 되고 차차 성장하면서 체득한 주변의 자연환경과 풍류를 <성산별곡>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성산별곡에 나오는 조대에 마주보며 서있는 늙은 소나무 ⓒ 임무택


<성산별곡>은 서사, 본사, 결사의 3단으로 구성되었으며 서사에서는 식영정 주인의 풍류와 선경과 같은 경치를, 본사에서는 식영정 주위의 사계절 가경을, 결사에서는 혼탁하고 무상한 세상을 떠나 술과 거문고로 무아경에 빠진 신선의 풍모인 서하당 주인인 김성원의 멋과 풍류를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철 자신의 풍류를 읊은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체험에서 우러난 전원생활의 흥취와 송강 정철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벽당에서 그 주인인 김윤제의 인재를 키운 덕망을 더듬어 보고 한국의 국문학사에 거목인 송강 정철의 가사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본다면, 문화에 대해 아는 것민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끼게 되는 묘미를 만끽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진정한 선비문화는 지,덕,체를 겸비한 인격을 완성해가는 지난한 과정이며 이러한 문화를 통틀어 선비의 풍류라고 지칭하는 것같습니다.

조대의 기념비에 새겨 놓은 성산별곡의 한 구절 ⓒ 임무택


위의 기념비에 새겨놓은 글은 [성산별곡] 본사3 – 성산의 가을풍경 중 한 구절입니다.

"마주보는 늙은 소나무 낚시터에 세워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대로 놓아두니
홍요화 백빈주 어느사이 지났길래
환벽당 용소에 뱃머리가 닿았구나."

※ 홍요화(紅蓼花) : 물가에 피는 붉은 여뀌의 꽃.
※ 백빈주(白蘋洲) : 흰 마름꽃이 피어 있는 물가.

환벽당  광주광역시 북구 환벽당길 10 (충효동) 
광주기념물 제1호(1972년 1월 29일 지정)  
명승 제107호(2013.11.06 지정)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cyphoto)에도 게재됩니다.
#환벽당 #송강정철 #성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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