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미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 독려?

[발굴] 1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문화상품권 내걸어... 사행심 조장 논란

등록 2017.03.28 11:35수정 2017.03.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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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학교폭력 실태조사 함께하기' 이벤트 사이트 모습. ⓒ 인터넷 갈무리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 함께하기'란 상장 없는 행사를 벌이면서 수백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문화상품권을 내건 것은 사행심 조장 행위"라면서 교육부의 행사 안내 공문 이첩을 중지하는 등 말썽이 일고 있다.

27일 교육부와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일부터 오는 4월 28일까지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간에 '학교폭력 4행시 짓기'와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 캠페인 사진 올리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상은 전국 초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 학생까지 모두 450만 명이다.

'실태조사 참여 캠페인' 사진 올리면 상품권 준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부에서는 학생 간 자발적인 실태조사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태조사 참여홍보를 위해 학생 대상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시도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에 안내하여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이 같은 행사를 벌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번 행사를 벌이면서 상장도 없이 문화상품권만 상품으로 내걸었다는 점. 교육부는 '4행시 짓기'에 응모한 학생 71명을 뽑아 1~3만 원의 상품권을 준다. 또한 '실태조사 참여 사진 올리기'에 응모한 학생 41명을 뽑아 3~10만 원의 상품권을 준다. 상품권 전체 금액은 243만 원이다.

몇몇 시도교육청은 "초등학생까지 참여하는 행사에서 게임머니로 주로 활용되는 상품권을 내건 것은 사행심 조장 우려가 있다"면서 교육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지만, 올해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라면서 "일반 대회에서도 상금을 주듯 문화상품권을 주기로 한 것일 뿐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참여율 높이려는 꼼수" 지적에 교육부 "상금 주듯 상품권 주는 것"

이에 반해 27일 교육부의 공문을 받은 경기지역 한 중학교의 교사는 "그동안 교육부는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를 쥐어짜왔다"면서 "그러다가 올해엔 학생들이 돈보다 더 선호하는 문화상품권을 미끼로 내건 것이며, 이는 속이 훤히 들여야 보이는 반 교육적인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올해 고교 졸업생도 "문화상품권을 흔들며 학생들을 실태조사로 유인하려는 것은 교육부가 할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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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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