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망리단길', 떠나는 동네 주민들

[써니's 서울놀이 ②] ‘둥지 내몰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망원동

등록 2017.04.02 10:45수정 2019.06.26 15:04
0
원고료주기
a

40년 간 망원동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온 '털보 사진관' ⓒ 김종성


다양한 맛집과 별별 카페들이 생겨나고, 방송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핫한' 동네가 된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이태원의 인기 상권인 '경리단길'을 붙여 '망리단길'이란 이름까지 생겨났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경리단길만큼이나 많은 외지인들이 찾아와 북적이는 명소가 됐다. 한강으로 오갈 수 있는 나들목이 이어져 있고 자전거 가게들도 많아 나도 한강 자전거길 라이딩을 하다 꼭 들리는 동네기도 하다.

지인이 운영하는 자전거 가게에 들러 얘기를 나누다 건너편 작은 빵집에 줄을 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동네가 떠서 좋겠다"고 하자, 그건 좋은데 주민들도 동네를 뜨는 게 문제란다. 알고 보니, 이 동네에도 신촌이나 홍대, 연남동 등지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말로 '둥지 내몰림' 현상이라고도 한다. 도시의 다양성을 해치고 도시 공간을 획일화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옥 카페거리'로 거듭난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은 고질병처럼 이 도시에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다.

'핫 플레이스'가 된 동네의 그늘 

a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는 망원동. ⓒ 김종성


이색적이고 개성적인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동네가 한층 활기를 찾게 되는 건 좋으나, 외부 자본 혹은 투자자들이 들어와 건물주가 바뀌고 월세가 껑충 뛰면서 원래 살던 주민들과 상인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임대료가 오르니 미용실·식당·슈퍼 등을 이용하는 생활 물가도 같이 오르게 된다. 자연스레 기존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전거 가게 주인장이 3월 말에 문을 닫는 곳이라며 알려준 '털보 사진관'에 찾아갔다. 털보 사진관이란 이름은 젊은 시절 턱수염을 무성하게 기른 사진사 아저씨(김선수씨)에게 주민들이 지어준 것이고, 정식명은 '행운의 스튜디오'. 사진관 이름하며 젊은 시절 털보 아저씨 사진 등 재밌다며 농담을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특이하게 신학대학 출신이라는 아저씨는 존경하는 어느 목사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사진을 배운 것이 평생 직업이 됐단다.

영화는 못 찍었지만 1977년에 사진관을 개업, 무려 40년간 망원동 주민들의 돌사진, 주민등록증 사진, 가족사진을 찍어왔던 토박이 사진관. 놀랐던 건 단돈 1만원에 증명사진 9장과 여권사진 8장을 찍어 주었고, 돌사진도 액자포함 1만원에 제작했단다.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그런 가격을 책정하고 유지했다고 한다.

a

동네 주민들의 삶이 담겨있는 사진관 풍경 - 가운데가 젊은 시절 털보 사진사 아저씨. ⓒ 김종성


a

사진촬영 후 편집작업을 하는 사진사 아저씨, 착잡함과 회한이 느껴졌다. ⓒ 김종성


사진관 폐업을 하게 된 건 얼마 전 바뀐 건물주가 요구하는 월 임대료 200만 원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그전엔 80만 원을 냈단다. 소식을 들은 동네와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가족사진, 여권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 촬영 후 컴퓨터를 보며 편집 작업 중인 사진사 아저씨의 모습에서 착잡함과 회한이 느껴졌다. 왜 안 그러겠는가, 40년 세월을 동네 주민들 사진을 찍으며 살아 왔을 테니.

아저씨는 더 이상 사진관을 하지 않고 당분간 쉴 예정이라고 하셨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다 보니 불안함과 함께 섭섭한 표정을 짓던 이웃 가게 아주머니가 사진관을 카메라에 담는 나를 보더니 어디 가서 '망리단길'이란 말을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듯 말을 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지인은 서울에서 이런 일은 일종의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다른 곳들이 그랬듯 2~3년이면 사람들이 물거품처럼 빠져 나갈 것이라고 한다. 3년이면 빠져나갈 물거품 때문에 30년이 넘게 정 붙이며 살아온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고 있다.  

a

사진사 아저씨가 손수 쓴 폐업 안내문. ⓒ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6일에 다녀왔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AD

AD

인기기사

  1. 1 '피의자와 성관계 검사'가 보여준 절대 권력의 민낯
  2. 2 조국 PC 속 인턴증명서 파일은 서울대 인권법센터발
  3. 3 김세연 '동반 불출마' 사실상 거부한 나경원... 패스트트랙 때문?
  4. 4 김남길 "이젠 저도 건물주 됐으면 좋겠어요"
  5. 5 '데드크로스' 대통령 지지율? 여론분석전문가도 "처음 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