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노동당 일부 민주당 대선 경선 참여, 왜?

전 현직 노조위원장 등 민주당 지지 선언 "명분보다 정권교체가 중요"

등록 2017.03.28 16:56수정 2017.03.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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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울산노동포럼 '모두'가 28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참여를 알리고 있다 ⓒ 박석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중 울산선거인단 ARS투표가 29~30일 이틀간 진행된다. 민주당 중앙당선관위에 따르면 울산을 포함한 영남권 선거인단 규모는 21만~22만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28일, 그동안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큰 노동영향력을 행사했던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민주당 선거인단 참여를 선언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200여 명의 노동자(울산노동포럼 '모두')를 대표해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의 면면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김광식·이경훈·윤해모 전 현대차노조위원장은 한때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현대차노조 파업'을 이끌던 당사자들이다. 권진회 전 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한 현대중공업노조의 간부다. 이들 민주노총 조합원 외 한국노총 산하 노조간부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2월 15일부터 시작된 민주당 대선 국민경선인단에 조직적으로 참여했고 후보들의 노동정책을 분석하고 노동의제를 제안했다"면서 "공약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가고 있다"면서 사실상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이같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현직 노조간부, 그리고 노동당 전 시당위원장의 사실상 민주당 지지선언은 지금까지 사례로 보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진보정당 외 타 정당에 대한 조합원의 정치적 참여를 금기시 해왔다.

또한 진보정당 간부가 당내 비판을 무릅쓰고 민주당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비판을 무릅쓰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을까?

민주당 경선 참여한 조합원들 "정권교체 위해 소신껏 노동자 위한 후보지지"


과거 현대차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이 지난 2009년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에 나섰다 곤혹을 치른 일은 유명하다. 그는 이후 노동계와 진보진영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혀 민주당 소속으로 야권단일화에 나서면서 배척되기도 했다.

이상범 전 구청장은 최근 국민의당 대선 경선에 나선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 지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는 "내 정치적 소신이지만 그동안 '배신자'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이를 감내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룰 수 없는 명분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 사례에서 보듯 이번 울산노동포럼 결성과 민주당 지지에 나선 조합원들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도 비판적이다. 지난 2월 8일 이들 노동자들이 민주당 국민경선참여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을때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성명을 내고 "묻지마 정권교체에 줄 서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 들리는 소문에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모임이며 민주당 국민 경선에 참여해 자신들이 명명한 친노동자 후보인 문재인 당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면서 "보수 야당 선거캠프 합류는 자유지만, 민주노조의 주요전략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모색을 운운하며, 보수 야당에 터를 잡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노동포럼 측은 이제 노동계도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자 권리 찾기에 나서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진회 울산노동포럼 '모두' 공동대표(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것에 대한 당내 비판이 예상되지만 이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정권교체와 노동성 회복을 위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노동법개악에 맞서 집회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은 이미 사문화됐다. 노동개혁과 사회통합적 관계는 노조할 권리, 노동조합 인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헬조선을 야기한 원인은 역대 정부의 재벌중심, 노동배제적 기조"라면서 "1700만 촛불이 연 새로운 민주사회를 위한 구상에는 노동가치 존중, 노동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노동없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 차별과 배제가 없는 모두를 위한 노동개혁, 노동과 함께 할 때 현실화 된다"면서 "노동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경쟁을 응원하며 후보들의 노동의제가 결연한 노동선언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ARS투표 대상은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중 ARS투표를 신청한 자와, 권리당원 중 투표소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자를 대상으로 한다. 오는 31일 부산실내체육관에서 영남권 순회투표일에 현장투표하는 전국대의원은 제외된다.

ARS투표 선거인단에게는 28일 투표 안내문자가 발송됐고, 29일에는 전화를 받고 투표하는 강제적ARS투표가 총 5회에 걸쳐 안내되고, 만약 강제적ARS투표기간 중에 투표를 못 했을 경우에는 그 다음날인 30일에 자발적ARS투표를 시행하는데 문자 및 홈페이지에 안내되는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투표를 할 수 있다.
#울산노동포럼 #이상범 전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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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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