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에 스티커까지... 삼성동 자영업자는 '울상'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가게들, '탄핵 무효' 시위대에 조용할 날 없어

등록 2017.03.28 21:21수정 2017.03.28 21:21
23
원고료로 응원
a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 외벽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스티커를 붙였다. 점주 김아무개씨는 "남의 가게에 이렇게 해놓으면 안 된다"며 "건물주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 신민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출근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가게 외벽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A4용지 크기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김씨가 스티커를 떼자 하얗게 자국이 남았다. 김씨는 "어젯밤에 퇴근할 땐 없었는데 아침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붙인 것 같다"며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2주 넘게 집회를 이어가면서 인근 상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벽에 스티커를 붙이고 가게 앞을 막는 등 영업에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a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을 청구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영장청구 소식을 들은 지지자들이 몰려와 탄핵무효를 외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기자들과 경찰들에게 거친말과 고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 이희훈


지난 27일 오전엔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의 한 음식점 관계자와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참가자에게 음식점 관계자가 "영업방해니까 비켜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말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참가자는 "비를 피해서 잠시 있는 건데 무슨 영업방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말리는 경찰을 향해서도 "경찰이 영업방해가 뭔지도 모른다"고 고함을 질렀다. 음식점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선 이미 편의를 많이 봐줬다"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한 지난 12일 이후부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란 피우면 경찰 부르겠다', '경찰 우대한다' 문구도

'사상검증'을 당한 이도 있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카페 게시글과 문자로 '회원 총동원령'을 내린 27일 오후, 삼성동에 위치한 한 카페 점주 김아무개씨는 집회 참가자인 손님으로부터 "총동원령 문자를 받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씨가 아니라고 답하자 해당 참가자는 "좌파냐"라고 되물으며 김씨의 정치성향을 물었다. 김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가게에 자주 찾는다"고 말하면서도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밤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삼성동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최근 편의점 앞에 '가게 안에서 소란을 피울 시 경찰을 부를 수 있습니다'란 내용의 경고문을 붙였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영장도 청구되면서 분위기가 과격해져 문구를 붙였다"며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밤에 편의점 안에서 몇 차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a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 위치한 한 뷔페는 가게 문 앞에 ‘경찰 우대’란 문구를 붙였다. 실장 박상민씨는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붙인 것은 아니다”며 “하루에 경찰 버스 두 대 정도는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신민정


한편 집회에 투입된 경찰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써붙인 가게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의 한 뷔페는 가게 문 앞에 '경찰 우대'란 문구를 붙였다. "집회 이틀 후부터 문구를 붙여놨다"고 설명한 박상민 실장은 "경찰분들이 힘들게 일하시는데 뷔페에서 많이 드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문구를 썼다"고 말했다.

28일에도 '정도령 알몸시위'... 기자에겐 벽돌 들고 "죽여버린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 상인들도 어려움이 크지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더 고역이다. 28일에도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일부 지지자는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취재진을 향한 욕설과 공격은 이날도 계속 이어졌다. 오전 11시 20분쯤 취재진을 향해 벽돌로 위협을 가하려던 허아무개(65)씨가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게 "너 이 새끼 죽여버린다"며 욕설을 하고 인근에서 주운 벽돌을 들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격렬하게 저항하던 허씨는 180m가량을 끌려간 뒤 경찰차를 타고 서울 강남경찰서로 향했다. 그의 가방 속에서 또 다른 벽돌 한 장이 더 발견됐다. 강남경찰서는 허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날 오후 7시 15분에는 방송기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김아무개(60)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a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자택 앞에서 취재중인 기자들을 벽돌과 욕설 등으로 위협하던 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에 연행 되자 다른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이희훈


a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자택 앞에서 취재중인 기자들을 벽돌과 욕설 등으로 위협하던 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에 연행 되자 다른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쯤엔 이아무개(50)씨가 박 전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알몸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20일에도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알몸으로 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자신을 '정도령'이라 칭한 이씨는 한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경찰서는 이씨를 공연음란혐의로 조사 중이다.

자칭 '엄마부대 애국여성 연합'도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집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 회원 100여 명은 오후 2시쯤 "법원은 박근혜 대통령 영장 기각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그런 정말 좋지 않은 여자와 인연을 맺은 것을 한탄한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이나 특검에서 아무리 파도 파도 정치 생활 20여 년 동안 단 돈 10원도 받은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성대통령을 발가벗겨서 구치소 수의복 입길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고도 말했다. 이런 주 대표의 발언에  집회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맞습니다", "말도 안됩니다"라고 호응했다.

이날 집회는 전날인 27일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오전 11시 20명 정도에 그쳤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5시쯤 약 350명으로 불어났다. 참가자들은 애국가를 부르거나 동요 '고향의 봄'을 부르며 사이 사이 '탄핵 무효', '김수남 파면', '황교안 사퇴' 등을 외쳤다.
#박근혜 자택 #삼성동 자택 #박근혜 삼성동 #삼성동 집회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