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개정안 22개나 되지만 상인들 한숨만 깊어

대통령 탄핵으로 '개혁법안 처리' 적기 왔지만 답보상태

등록 2017.03.29 09:59수정 2017.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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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반대 농성 인천대책위는 지난 23일부터 부천시청 앞에서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철회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8일로 6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김갑봉


인천 중소상인들, 부천시청서 복합쇼핑몰 반대 농성 6일째

김만수(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부천시장이 신세계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인천지역 중소상인들과 부천시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부천시가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예정 토지 매각 면적을 7만 6034㎡에서 3만 7374㎡로 줄이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백화점 중심으로 개발하는 변경협약을 체결하려하자,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은 '꼼수 협약'이라며 반대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입점 예정지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등록제'로 입점을 규제하는 반경 3km 안에는 부평구와 계양구의 전통시장ㆍ지하도상가ㆍ상점가 20여개에 점포 1만여 개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 이미 대형마트만 11개 입점해있어, 대형마트가 없더라도 초대형 백화점을 갖춘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현대백화점 판교점 사례처럼 음식점ㆍ식자재납품 도매업ㆍ전통시장 식품가게ㆍ지하도상가 패션잡화점 등, 전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인천지역 상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에 인천지역 상인단체와 시민단체 20여개로 구성한 '부천ㆍ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인천대책위(이하 인천대책위)'는 부천시와 신세계 간 변경협약 체결이 이달 말로 알려지자, 이를 막겠다며 지난 23일부터 부천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인천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상인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돌아가며 낮엔 1인 시위를 하고 , 밤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28일 현재 6일째다.


"경제민주화 내건 민주당 시장이 재벌편이라니 한숨만"

인천대책위 관계자는 "이미 대형마트 11개가 쓸고 지나갔다. 여기에 초대형 백화점을 갖춘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지역 상권은 이제 끝이다. 그래서 생업을 접고 1인 시위를 하고 농성장에서 잠을 청하며 부천시와 재벌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 재벌정책을 고수하던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촛불민심은 박근혜 정부의 나쁜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에 미온적이다"라고 한 뒤 "게다가 경제민주화가 당론이라는 민주당 소속 시장이 중소상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재벌을 편들고 있으니 한숨만 나오고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하남시에 있는 신세계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 규제는 유통산업 발전과 소상공인 보호를 균형 있게 절충한 결과다. 새로운 규제 도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신세계와 토지 매매계약 체결을 강행하겠다는 게 부천시의 입장이다. 부천시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매각 면적을 축소하고, 이마트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을 제외하고 백화점 중심으로 개발계획을 변경했다"며 "신세계는 이에 맞춰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유통법 개정안 22개나 발의돼있지만 상인들 한숨만 깊어

부천ㆍ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인천대책위 인천대책위는 28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인천시민 8만인 서명부를 전달한 뒤,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다시 한 번 유통법 개정을 촉구했다. ⓒ 김갑봉


현재 국회에는 유통법 개정안이 22개나 발의돼있다. 이 개정안들의 핵심 내용은 모두 복합쇼핑몰 규제다. 하지만 국회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중소상인들의 한숨만 깊을 뿐이다.

조중목 인천도매유통연합회장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법안 정비가 유통재벌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늘 뒤늦게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 후 유통법 개정안이 숱하게 제출됐지만, 뭐 하나 된 게 없다.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현행 유통법은 전통시장 등에서 반경 3km 이내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가 입점할 경우 입점 예정지역 지자체장에게 등록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의 경우 입점 시 반경 3km 이내 피해는 부평구와 계양구 상인들이 입게 되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부평구청장 등은 자기 지역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반경 3km 이내 인접한 지자체와 합의를 의무화한 게 유통법 개정안의 골자다. 일부 의원은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하고, 건축허가 신청 전에 등록 신고를 의무화하는 개정안까지 제출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복합쇼핑몰 입점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지난해 4월 총선으로 열린 여소야대 국회와 연인원 1600만명의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적폐 청산과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적기가 왔지만,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교섭단체가 합의 처리를 고수하는 상황이라, 유통법 개정안과 같은 개혁 법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이 '개혁 법안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합의안을 만들어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해야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유통법 개정 전에 부천시가 토지 매매계약을 강행할 경우, 부평구와 계양구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있는 점포 1만여개는 향후 초대형 복합쇼핑몰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 가능성이 높다.

"'페이퍼컴퍼니 외투법인 계약' 위법 논란, 부가 감사해야"

인천대책위는 더 이상 국회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며 28일 오후 국회를 찾아가 국회의장에게 개정안 처리를 호소하고, 행정자치부를 찾아가 특별감사 민원을 제출했다.

인천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인천계양갑)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유섭(인천부평갑) 국회의원 등과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인천시민 약 8만명의 입점 반대 서명부를 전달한 뒤, 유통법 개정을 촉구했다.

신규철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유통법을 즉각 개정하라는 취지로 국회에 청원했다"고 한 뒤 "부천시의 행정이 2개 이상의 시ㆍ군 또는 자치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인접 지자체는 권한이 없다. 지자체 간 갈등 해소에 행정자치부가 나서야 한다는 민원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통법상 상권영향평가는 반경 3km 이내라 지자체 경계구분이 없는데, 건축허가와 지역협력계획 등의 권한은 소재지 단체장한테만 있다. 행정자치부 또한 이 같은 '입법부작위' 해소를 위해 유통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지난 2월 '실체 없는 외국인투자 법인 계약' 위법 논란에 대해 부천시민들이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대한 특별감사를 행정자치부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대책위는 오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같은 취지로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며, 부천시가 토지 매매계약을 중단할 때까지 부천시청 앞에서 철야농성과 규탄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박근혜 탄핵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경제민주화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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