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여론조사, <동아> <조선> 해석이 왜 이럴까?

[신문모니터위원회] 여론조사 관련 보도 1차 주간 모니터 보고서

등록 2017.03.28 20:45수정 2017.03.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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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주요 일간지의 여론조사 보도를 모니터하기로 했다. 모니터는 △ 선거 보도의 보조수단인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가십성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실시 과정에서 편향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 그럼으로써 여론을 파악하기보다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보도, 타 매체 대비 최소 2배 

3월 넷째 주(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5개 일간지 지면에 실린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총 21건이었다. 매체 당 평균 4.2건 보도한 꼴이다. 가장 많은 여론조사 보도를 내놓은 곳은 <중앙일보>(9건)였다. 2건에서 4건 사이의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내놓은 여타 매체 대비 최소 두 배에서 네 배에 달하는 여론조사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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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들 보도에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4가지였는데,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국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2017년 3월 3주(3/14~3/16 https://goo.gl/bBKubG) △ MBN이 의뢰한 리얼미터 전국 정례조사 2017년 3월 3주 주간집계(3/15~3/17 https://goo.gl/Llhlvz) △ <한겨레>가 의뢰한 리서치플러스 대선 여론조사(3/17~3/18 https://goo.gl/fs3IJv) △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19대 대선 D-50 설문(3/18~3/19 https://goo.gl/1PAVwj)이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매주 실시하는 정례조사 외에도 별도의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 내용은 주로 '대선주자 지지도'나 각 당의 경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중도층 호감도 더 높은데 '文 비호감 정서' 뚜렷하다는 <동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과는 과정에서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먼저 <동아일보>는 <대선주자 호감도 안희정 56%> 문재인 47%>(3/18 홍수영 기자 https://goo.gl/ql3YtL)에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해 "중도·보수층의 반문 정서"와 "비호감 정서"가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국민의당·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각각 62%, 99%로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다.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문 전 대표에 대한 중도층과 보수층의 '비호감 정서'가 여타 후보보다 눈에 띄게 높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의 이념성향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 후보에 대한 '중도' 성향 응답자의 호감도는 52%로 비호감도(44%)보다 높았다. 반면 비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철수 후보의 경우 '중도' 성향 응답자의 호감도가 41%, 비호감도가 54%로 나왔다. 호감도 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던 것이다. 바른정당에서 우위를 점한 유승민 후보 역시 중도 성향 응답자들의 호감도는 27%에 그쳤으며 비호감도는 67%에 달했다. 홍준표 도지사의 경우 호감도는 7%. 비호감도는 84% 수준이다.

문 후보가 소속되지 않은 정당 지지층의 비호감 정서 역시 다른 후보와 비교해보면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수치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의 경우 민주당 지지층의 비호감도가 60%에 달했으며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비호감도는 70%였다. 유승민 후보의 경우 민주당 지지 응답자의 69%가,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80%가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즉, <동아일보>가 우려한 '반문정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동아일보>의 '억지 해석' 결과물인 셈이다.

<조선>은 문재인 비판에 정치혐오 유발까지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결과의 일부를 침소봉대해 특정 후보와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사설/싫어하는 국민이 더 많은 대선 주자들>(3/18 https://goo.gl/Yj5V3q)에서 <조선일보>는 한국갤럽 대선 여론조사를 인용해 문 후보가 "선호도 33%로 1위를 기록"했지만 "비호감 50%로 비호감이 더 많았다"며 그를 비판했다. 반면 안희정 지사에 대해서는 "포용적 태도를 보여온 안 지사를 좋아하는 국민이 56%로 싫어하는 사람(37%)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라 치하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교 이후 내놓은 원인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유권자가 많은" 이유로 "안보 정책에 대한 불안감 영향이 클 것이다. 그와 주변 사람들이 생각이 다른 국민을 마치 적인 양 거칠게 공격하는 태도도 비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편을 갈라 거의 매일 같은 국민을 비난하던 정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러나 이런 '높은 비호감도의 원인'에 대한 <조선일보>의 분석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여론조사 수치를 들먹이며 실제 여론을 전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사실상 자사가 해당 후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다른 후보들은 비호감이 더 압도적이었"고, 이는 "유권자들이 마음을 둘 대통령감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 비정상적 대선이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걱정"이라는 해당 사설의 마무리 역시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쏠린다" "가장 덕 본다" 경마식 보도 전형 보여준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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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를 1면 머리기사로 부각한 중앙일보(3/20) ⓒ 민주언론시민연합


상대적으로 여론조사 관련 보도량이 많았던 <중앙일보> 역시 기사 제목, 지면 배치, 기사에 첨부한 인포그래픽 및 기사 내부의 표현 등 여러 면에서 경마식 보도에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불출마 이후 안희정, 안철수, 홍준표 3인이 상승세라는 내용을 여론조사 결과를 <황교안 불출마 뒤 안·안·홍 상승세>(3/20 서승욱·채윤경 기자 https://goo.gl/q6i9YZ)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아래 그림)

또한 4면 머리기사 <단독/안희정 탈락 땐 안철수·문재인에게 지지자 고루 분산>(3/20 정효식 기자 https://goo.gl/b6tF1c)도 6단에 걸친 인포그래픽을 넣어 비중있게 보도했다.
유난히 크게 부각한 이날 여론조사 관련 두 보도의 공통적 특징은 제목에서 특정 인물의 불출마 혹은 탈락을 가정하고, 그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와 '수혜의 정도'를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다.

기사의 결론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탈락하든 비민주당 진영에서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덕을 보는 것" "가장 수혜를 보는 것" "쏠린다" 등의 표현 역시 반복됐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앞세워 후보 간 손익 경쟁을 점치는 이 같은 보도는, 유권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의미한 선거보도라 할 수 없다.

모니터 대상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모니터 기간 : 2017년 3월 18일(토) ~ 2017년 3월 24일(금)

※ 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해 보고 싶으신 분 △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정리 : 김예리(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민언련 #조중동 #신문모니터위원회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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