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으로 단일화 판 흔든 유승민

[분석] 중도·보수 연대 전면 재검토, 완주 의지도 내비쳐

등록 2017.03.28 21:42수정 2017.03.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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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남소연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정면 승부'를 택했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보수후보 단일화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원칙없이 단일화할 바에는 차라리 독자적으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일종의 '배수진'이다.

유 후보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저조한 지지율로는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의 지지율은 1%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대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을 전액, 10%~15%면 절반을 국가에서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하는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그동안 유 후보와 바른정당이 합리적인 중도·보수 세력의 단일화를 언급해온 이유 역시 '현실론'이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이 지지율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비문연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국민의당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제3지대와의 연대도 거론됐다.

바른정당의 '키맨'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은 김종인 전 대표에 이어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만나 연대 물꼬를 텄다. 홍 지사도 중도·보수 단일화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오는 31일 한국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다음 주부터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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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축하받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김무성 의원과 인사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유승민의 단일화 전제는 '친박 청산'과 '안보관'

유 후보의 전략 변경으로 향후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중도, 제3지대와의 단일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8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라고 선언했다. 당장 단일화의 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선 자강, 후 단일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유 후보는 "우리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첫 과제다, 단일화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라서 거기에 목을 매고 쳐다볼 생각은 없다"라며 "단일화의 첫 기준은 국민적 요구와 명령이 얼마나 강한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일화를 진행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당과의 단일화는 '친박(친박근혜) 청산'이 전제 조건이다. 보수 개혁을 앞세운 유 후보가 국정농단 세력인 친박과의 관계 정리 없이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명분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한국당 (대선) 후보들은 지금 문제가 상당히 있다"라며 "한국당이 누가 봐도 '진박'에 대한 인적 청산을 확실히 하고 개혁적 보수의 길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정한다면 (단일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면서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 보수를 지금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당연히 인적 청산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와의 단일화에도 선뜻 나설 수 없음을 시사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재판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연대를 논의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대다.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 법원에 재판 받으러 가는 상황은 제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간다"라며 "(홍 지사가) 대법원에서 어떻게 될지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단일화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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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에 답하는 유승민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당과의 단일화를 두고는 '안보관'을 원칙으로 세웠다. 유 후보는 국민의당을 두고 "사드에 대해서 오늘 이 순간까지 당론으로 반대하는 당이고, 박지원 같은 분은 대북송금사건에 연루됐다"라며 "안보관·대북관에 문제가 있는 정당이니 분명히 하지 않고 단일화하는 건 쉽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 후보는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단독 후보로서 완주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라며 "단일화하려고 출마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후보로서 문제 삼지 않았지만, 예비후보 감이 많음에도 (당에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라면서 김무성 의원의 행보에 에둘러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캠프 내부에서도 "스스로 강해질 필요 있다"

유 후보의 방향 전환에는 캠프 내부의 '단일화 재검토'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유 후보의 구상에는 홍 지사라는 '변수'가 없었다. 보수의 대항마로 등판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상대로 두고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보수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냈다.

그러다 반 전 총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고, 대선판에 뛰어든 홍 지사가 범보수 진영에서 지지율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단일화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낸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유 후보의 한 측근은 "원래 처음 보수후보 단일화를 꺼낼 때는 반기문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데, 지금 엉뚱하게 홍 지사가 튀어 올라오고 있다"라며 "범죄자랑 단일화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캠프의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자강론'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국민의당·제3지대와의 연대에서 '들러리'로 설 바에는 차라리 독자적으로 힘을 기르자는 주장이다.

바른정당 한 재선 의원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며 "자꾸 이곳저곳 기웃거리면 존재감은 어떻게 해보지 못하고 사람만 망가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도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를 국민이 납득하겠나, '묻지마 단일화'는 '묻지마 정권교체'만큼 명분이 없다"라며 "이쪽저쪽 볼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강해질 필요 있다, 그래야 설사 단일화를 한다 해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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