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입시학원이 즐비, 왜 제주도에 왔나요?

제주에서 산 5개월, 떠날 무렵 읽은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등록 2017.04.02 20:30수정 2017.04.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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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한라산. 구름 위로 홀로 우뚝한 한라산과 꼭대기 백록담은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을 이고 있다. ⓒ 석문희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곳은 제주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5개월 가까이 살아온 이곳 생활을 남편과 함께 정리를 하면서 쓰고 있다.

물가와 집값은 서울에 살다 온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턱없이 높은데 임금은 대체로 육지보다 낮은 이곳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내 말에 남편은 한동안 심란해 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곧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작년 늦가을에 와서 겨우 몇 개월이지만 반은 여행자로서 반은 생활인으로서 제주, 그것도 서귀포에 살면서 느낀 점은 제주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사전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오동명)는 이런 사람들에게 냉철한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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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무작정 오지마라> 책 표지 ⓒ 시대의창

제주에 오면 육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경험해 보고,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을 보고, 육지에서는 할 수 없는 호사들을 누릴 수 있는 게 꽤 있다. 당장 올레길과 오름, 감귤밭을 떠올릴 분들이 많겠으나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도 찾아보면 도처에 널려있다. 몇 개월간 제주살이를 하면서 내가 찾아낸 것들의 목록은 대강 이렇다.

서점을 비롯한 헌책방, 모텔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들과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 회를 비롯한 값싸고 풍부한 해산물들, 그 끝을 알 수 없이 꾸불꾸불 이어지는 미로와 같은 아기자기한 돌담길들, 내가  40여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지금껏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외국어스러운 독특한 사투리는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눈 덮인 한라산을 보면서 목욕하는 호사이다. 슬슬 관절에도 변화가 오고 겨울이 되면 이따금 온몸이 뻐근한, 사십대 아줌마로서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대중 목욕탕에 갔다가 왜 창문 위쪽만 시트지를 안 붙여놨나 했더니 다른 이유는 없다. 오직 한라산 백록담이 보인다는 이유였다. 한라산과 백록담은 제주의 상징이요, 제주인들의 자랑이다. 때론, 제주 그 자체다.


"자신의 고향을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심약한 초심자이리라. 또 어디를 가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강건한 사람이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은 온 세상을 낯선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리라."

이 책은 첫 장은 생 빅토르 후고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국민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있다가 제주에서 약 5년간 살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제주도를 떠났다.

'의미 있는 삶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장소가 제주도일까요?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는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이들이 꼽는 공통된 이유일 것입니다. 또한 한적함과 여유로움도 제주도의 매력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면에서 제주도는 엄청난 특혜 지역이 분명합니다.'

저자는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하게 제주도로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된 젊은이들을 소개하면서 얼치기 강사들의 말에 속지 말라고 한다.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설파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말은 유혹을 넘어선 현혹입니다. 현혹은 거짓보다도 더 나쁜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는 그들의 이력만 봐도 그 말이 현혹임이 드러납니다. 그들은 애초부터 명문 대학을 나와 의사나 변호사, 대학교수와 같은 평생이 보장된 직업을 가진 기득권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10대, 20대 때에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학과나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또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학과나 직업을 저버림으로써 지금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율배반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변신이며 혁명일까요? 그들은 니체가 말하는 이기적인 권력의지의 또다른 화신일 뿐입니다. 그들만의 욕심이며 그들만을 위한 욕망일 뿐입니다.

이를 권력욕이라고 합니다. 권력욕은 비단 정치에 국한된 단어가 아닙니다. 이러한 현혹은 우리에게 당장에는 대리만족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곧 우리를 자괴감에 빠트리고 낭패의 한숨을 쉬게 합니다. 현혹되어 속는 일은 참으로 바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절박한 인생이 생존이 아닌 축적과 축재, 여분과 여력의 삶을 즐기는 극소수의 현혹에 빠져 지금뿐 아니라 미래에까지 더 아프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현혹은 결코 희망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겐 그 어려움을 견뎠거나 그 어려움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실패자의 말 한마디가 더욱 귀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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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집을 개조해 만든 서귀포 중심가의 한 카페. 제주에는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이런 멋스러운 카페가 참 많다. ⓒ 석문희


이어 저자는 제주로 여행하는 것과 제주에서 사는 것은 다르다고 역설한다. 나 또한 잠깐이나마 살아보니 이 말에 백배 공감하게 된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 찾아 읽은 책들은 거의 다 성공담들 뿐이었다. 너무 틀에 박힌 뻔한 말 같기는 하지만 제주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담과 실패담을 골고루 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제주 이민'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유행에 현혹되어 즉흥적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삶은 결코 2박 3일 유행 따라 올 수 있는 여행 같은 게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삶의 장소를 제주도로 옮기는 것, 제주도를 삶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평생이라는 긴 시간에 비추어볼 때 아주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가 전환점이 아닌 임시 도피처나 은둔처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 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대단하고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지 떠벌리며 허세를 부리면서 스스로 제주도민과 융화되지 못하고 벽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제주 '원주민' 혹은 '토착민'과 자신들과는 '끕'이 다르다는 듯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제주 토박이들의 눈에 좋게 비칠 리 없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한 그들에게 저자는 대한민국 어디에서 존재하는 텃세가 제주라서 더 과장돼 보인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괸당(가까운 친척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문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제주스타일의 텃세라면 텃세다.

'문제는 제주도로 건너온 이주민들에게 있습니다. 이들에게 제주도는 '과거'의 섬입니다. 그것도 결코 생생한 삶이 새겨진 추억 어린 과거가 아니라 환상으로 치장되고 치장된 과거입니다.'

제주도로 이주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삶의 현장'으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몇 번의 여행으로 만들어진 환상 속의 섬이라는 인식을 갖고 온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삶의 현장으로서의 제주는 절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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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덜 번화한 날 찾은 서귀포의 대표적인 번화가 이중섭 거리 ⓒ 석문희


남편과 나 또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제주에 가더라도 감귤밭 일을 체험삼아 해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로 한겨울 서귀포는 감귤 농장에서 많은 인력을 구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게 과수원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남편은 딱 하루 체험해 보고 다시는 감귤농장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는 제주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섣불리 또는 얕잡아보고 있다면 제주도 이주를 말리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제주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행지로만 잠시 들르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제주 이주붐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올레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자. 제대로 작정하고 올레길을 걸어 본 적은 없으나 내가 가본 올레길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생태계라는 좀더 거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무분별하고 지나친 올레길 개발(?)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레'는 제주도 사투리로 자그마한 골목길, 오솔길 쯤 된다고 한다. 그 선을 넘은 올레길은 더 이상 올레일 수 없다.

'그 잘난 돈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부자연스러운 '공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온통 걷기 좋고 보기 좋은 올레길 공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이 모두 공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 합니다. 있는 그대로가 더없이 훌륭한데도 굳이 돈 들여 뜯어고쳐 기껏해야 보잘것없는 공원으로 만든 탓에 제주도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파괴되었습니다.

콘크리트투성이인 도시에서야 공원이 꼭 필요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냥 그대로가 더 좋은 자연을 굳이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훼손이자 낭비이며 결국에는 자연 파괴가 됩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백록담 주변에도 한라산 기슭에서 잘라낸 삼나무 테크가 깔릴 판입니다.

백록담 올레? 걷고 쉬기 편하니까 올레길을 만들자고요? 올레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바닷가에서 넘어오곤 하던 그 많던 도둑게가 올레로 인해 길을 잃어 다 사라져버렸답니다. 백록담의 노루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게 될 것입니다. 굳이 새로 길을 내거나 넓히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길이 올레였습니다. 이것은 분명 훼손을 넘어선 파괴입니다.'

제주가 거대한 공원이 되어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저자는 제주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디어와 각종 매체에도 휘둘리지 말것을 권고한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삶을 구체화해줍니다. 그런데 그 '무엇'이 무엇이든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세입니다. 삶의 자세가 흔들리게 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고 맙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현혹-방송에서 보여준 타인의 삶-에 휩쓸리는 일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 <인간극장>이나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은 괜찮지 않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몇 번인가 본 적은 있으나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과연 '리얼'할까? 비록 TV는 아니지만 글을 쓰면서 편집자의 '보이지 않는 손'을 좀 겪어본 나로서는 이 또한 의심스럽다. 드라마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덜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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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에서 바라본, 성산일대 ⓒ 석문희


저자는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방송의 메커니즘을 모르고 보는 '순수한 시청자'들의 폐해는 더 클 수 있음을 지적한다. 리얼이 그냥 리얼이 아니라, 편집되고 과장되고 왜곡된 리얼인 것이다. 그럼으로써 제작자들은 본의 아니기에 진실, 리얼을 가장한 교묘한 거짓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흥행이듯 TV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시청률이다. 시청률 앞에 장사없다. 리얼도 다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청자들 가운데서는 TV에서 보여주는 가공되고 편집된 '리얼'한 삶을 보고 자신 또한 언젠가 실행해 옮겨보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삶도 기획물이 되어버리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게 다 시청률에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을 높이려니 자극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어, 대단하네' 하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솔깃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화면에 자주 나와야만 합니다. 하지만 실제를 부풀리고 과장하면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거짓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면 큰 문제입니다. 방송된 내용을 다 믿으려 하는 게 '순수한' 시청자들이니까요.'

그러면서 저자는 가능한 서두르지 말고 오랫동안 숙고하고 준비한 끝에 제주로의 이주를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이제는 다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듯이, 제주도가 좋다고 덜컥 땅과 집부터 구입할 게 아니라 한 달, 혹은 몇 달 월세나 연세로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저처럼 어수룩한 사람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 일쑤입니다. 이런 일이 흔해서인지, 또 이러한 생리를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입도세'라는 말은 제주 토착민들의 입에서도 곧잘 나옵니다. 그러나 대개 이미 일이 벌어진 뒤에 우스갯소리로만 입도세, 입도세 할 뿐이지 미리 조심하게끔 알려주려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엿한 제주도민이 된 저마저 침묵할 순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혹독하게 치른 '입도세'를 육지에서 온 또다른 사람에게 치르게 하려는 삐뚤어진 욕심에 대해 경계하라고 한다.

'20, 30대의 젊은이들도 각박한 도시를 떠나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살림집을 겸한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차립니다. 물론 잘 되는 곳도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1, 2년 사이에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되팔려고 내놓습니다. ...투자한 본전 생각에 상황은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내놓는 가격은 오히려 올라만 갑니다. 성급하고 눈 먼 또 다른 외지인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지요.'

제주살기 붐으로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제주의 문화와 바뀌고 있는 풍토에 대해서도 말한다. '제주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제주'에 대해 외지인들이 한번쯤 그 원인을 생각해 보자는 뜻이 아닐까 싶다.

'제주도엔 '죽어지는 세'라는 게 있습니다. '죽어지는 세'란 연세, 즉 1년 동안 집을 사용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죽어지는 세'가 전세나 월세 등 육지 용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죽어지는 세'라는 말에는 세입자에 대한 주인의 미안함이 묻어 있습니다. 실제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1년이 지나면 없어지는 돈인데 괜찮겠느냐?"고 묻는 걸 몇 번이나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이 사라지는 거래 관계가 늘어나며 아름다운 문화가 옛것이 되어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로 이주를 한 극성 학부모들에 의해 제주의 교육 풍토 또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주시에 신흥 교육 지구가 만들어지고 명문학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곳엔 서울의 대치동처럼 입시학원들이 즐비합니다. 외지인들이 자녀 교육을 우려하여 모여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제주도에 왔느냐구요.'

그밖에도 제주에는 한라산이라는 크디 큰 산을 기준으로 동과 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오랫동안 미묘한 '지역감정'이란 것이 있었다는 사실로 알려준다. 그래서 저자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바로 제주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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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해변.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깨끗한 해변에 센 바람에 쓸려 돌아다니는(?) 비닐봉지와 여기저기 널려있는 바닷가 쓰레기들은 마치 제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 석문희


그 '지역감정'의 내용 가운데서는 각자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본 한라산과 백록담의 모습이 가장 빼어나다고 기싸움을 하는 웃지 못할 지역감정(?)도 있단다. 그래서 예부터 제주도민들끼리는 이 주제가 금기 아닌 금기 비슷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또한 마흔이 넘어 처음 본 한라산은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느낌이 너무나 달라 가슴 벅차고 놀랐던 경험이 있던지라 이런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최초로 한라산의 높이를 잰 사람에 얽힌 얘기와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를 제주도 사투리로 바꾸었을 때 얼마나 낯선지를 예로 들며 제주도 사투리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도 들려준다. 제주인들이 외지인들을 탓하기 전에, 외지인들이 제주인들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욕심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남편과 나는 처음 제주에 도착해서 모든 것이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주에 대해 적잖이 실망을 했다. 우리가 분명 제주의 땅값이나 집값을 높이는데 기여했거나 교육열을 과열시키는데 기여한 것도 아니고 지나친 욕심을 갖고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육지인으로서의 약간의 자만심은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언젠가 제주로 이주할 꿈을 꾸는 당신을 위한 냉철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듯싶다. 그리고 또 하나 팁을 주자면, 이 책을 우리 부부처럼 떠날 즈음에 읽을 것이 아니라 가능한 출발 전에 읽기를 권한다.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 제주도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40가지 이야기

오동명 글.그림.사진,
시대의창, 2014


#제주 #서귀포 #제주 이주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입도세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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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사쓰기에는 익숙하지 않군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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