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다"는 조사위, 미수습자 가족들 결국 '오열'

가족들 조사 방식 사전 합의 요구... 세월호 선체조사위 "법 권한 밖의 일"

등록 2017.03.29 19:23수정 2017.03.2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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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29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조사 방식에 대한 세부 합의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무릎을 꿇은 채 수습 방식에 대한 사전 합의 등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사를 호소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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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29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조사 방식에 대한 세부 합의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습 방식에 대한 사전 합의 등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사에 힘을 모아달라는 호소와 함께 국민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 정민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아래 조사위)가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선체 수색 방식과 관련한 의견차만 드러내며 헤어졌다. 29일 오후 출범 뒤 첫 공식 활동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은 조사위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5개 사항에 대한 합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다. 

1.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방식에 관하여 세월호 가족과 반드시 사전에 합의한다.
2.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미수습자의 수습방법을 4월 5일까지 제시한다.
3.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지정하는 1인 (조은화 어머니:이금희)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지정하는 조사위원 1인을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관한 유일한 창구로 한다.
4. 세월호가 목포 신항 육상거치 완료시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즉각 돌입한다.
5. 세월호 진상조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단,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으로 선행이 된 후에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구를 확인한 조사위가 난색을 표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오후 4시 자체 회의를 거친 뒤 다시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난 조사위는 일부 항목을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특히 조사위는 가족들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이었던 '사전 합의'를 권한 밖의 일이란 이유로 거부했다. 흥분한 가족들은 문을 박차고 나왔고, 바닥에 드러누워 오열하기도 했다.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씨는 "당신들 자식이면 그러겠나"라면서 "조사위 없이 우리가 직접 수습하겠다"고 절규했다. 

"미수습자, 가족들 품으로 돌려달라" 눈물로 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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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29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조사 방식에 대한 세부 합의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조사에 앞서 가족들과 사전 합의를 해달라는 요구를 조사위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오열하던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업혀서 나오기도 했다. ⓒ 정민규


취재진을 만난 김창준 조사위원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구가 법적 권한 밖의 일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사위가 정한 기준에 맞춰서 최대한도로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반대제안을 한 것"이라면서 "(가족들이) 법에서 허용치 않는 제안을 수용하라고 이야기 했다"고 의견차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조사위는 관련 법상 업무 범위가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이란 점을 들었다. 법이 권한을 '점검'으로 한정하는 만큼 수습 방식을 가족들과 합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따로 의견을 나눈 가족들과 조사위가 오후 6시부터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진전은 없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사위와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선 가족들은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금희씨는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하나"라면서 "세월호 속에 있는 미수습자를 마지막까지 가족 품으로 돌려달라는 국민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국민 여러분이 9명의 국민을 엄마, 아빠, 가족의 마음으로 찾아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 10명은 단체로 절을 하며 눈물로 다시 한번 호소했다.

조사위는 다음달 5일까지 미수습자 가족들과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추후 일정도 잡지 못했다. 미수습자 가족들 역시 의미없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28일 '세월호 선체조사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창준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이외 김영모 인적안전진흥협회 운영위원장, 이동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선임연구부장 (자유한국당 추천), 김철승 목포해양대 해사대학 교수(국민의당 추천),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조교수(바른정당 추천), 권영빈 변호사, 공길영 한국해양대 해사대학 교수, 이동권 전 대우조선해양 부장 (유가족 선출) 등 총 8명이 조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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