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의하여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됐듯, 법에 의하여 정경유착한 재벌들이 엄벌을 받아야 합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을 쓴 조정래(74) 작가가 30일 SBSCNBC 방송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 이후의 사회적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정경유착 행위로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며 "정치권과 사법부가 (집행유예나 사면복권 등으로) 국민에게 사기 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꼭 해결해야할 문제로 정경유착을 꼽은 조정래 작가.
ⓒ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조 작가는 "지난 40여 년 동안 (국민이) 계속 최면에 걸려왔던 게 경제인을 압박하거나 엄벌하면 국가경제가 나빠진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 경제는 오천만 국민이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면서 다 같이 만든 것"이라며 "그 혜택을 절대적으로 입은 재벌이 정치와 결탁해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작가는 "정경유착은 다음 정권에서 또 일어날 수 있다"며 "국민이 철저히 감시하지 않으면 또다시 (관료, 재벌로부터) 개돼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해 조 작가는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一葉片舟)다.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다"는 당나라 고사를 인용하며 "대한민국은 건전하고 완벽한 민주주의를 향해 닻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한중관계 망치지 않을 사드 해법 있었다"
▲ 정부가 성급하게 사드배치를 결정함으로써 한중관계를 망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조정래 작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지난 2013년 중국을 무대로 한 소설 <정글만리>를 발표해 190만부 판매기록을 세운 조 작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악화일로인 한중관계에 대해 "현재로선 해법이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4, 5년 전부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중 등거리 외교' 전략을 제시했지만 정치하는 자들이 듣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 작가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구할 때 전국적으로 공청회를 열면서 시간을 끌고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밟았다면 경제보복 등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풀꽃도 꽃이다’를 통해 성적비관 자살과 학교폭력 등 교육현장의 문제를 고발한 조 작가는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울 국가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지난해 교육현장의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발표한 조 작가는 "창조적 발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수십 년 전 일본식 암기교육을 시키면서 점수 0.1점을 가지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라는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한 해 사교육비가 40조원 이상(현대경제연구원 추정)이며, 공교육은 무너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탄식한 그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공교육을 되살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10월 유신'으로 쫓겨나 전업작가가 됐다는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인 강교민 선생이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학생이냐, 공부 못하는 학생도 학생이다 하는 뜻에서 소설의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한 뒤 강교민 선생이 칠판에 적었던 글귀가 자신의 교육철학이라며 해당 부분을 낭송했다.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 중의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해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이다. 공부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은 그 누구에게나 한 가지 이상의 능력을 부여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듯이 인간의 모든 노력도 평등하고 공평하다. 학교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은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규정하고 속단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한 평생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해내기 위해서다."
30일에 방송된 <제정임의 문답쇼, 힘>은 <단비뉴스>와 SBS CNBC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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