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대 없는 출산 이야기, 감동입니다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 통해 본 꼭 필요한 출산 정책

등록 2017.04.18 14:53수정 2017.04.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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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나라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걱정입니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이모저모 편다는 이야기가 꽤 예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인다고 하는 정책은 하나같이 '아기 머릿수에 돈을 주는' 일이기 일쑤예요. 도시에서는 그나마 덜하지만 시골에서는 셋째를 낳으면 천만 원이니 넷째를 낳으면 또 얼마이니 하는 이야기가 쉬 오갑니다.

아기를 낳아서 돈을 벌라는 정책일까요? 아기를 돈으로 바라보라는 정책일까요? 이렇게 한다고 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돈을 더 주겠노라 하면서 높이는 출산율은 얼마나 보람이 있을 만할까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돈 때문에 바들바들 떠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아기'를 돈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정책은 이제 멈출 노릇이지 싶습니다.


"좋아요, 원장님, 그러면 제가 집에서 아기를 낳을 때 의사가 아니라 친구로서 와 주시겠어요?" "친구로요? 의사가 아니라?"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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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샨티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샨티 펴냄)는 '아기를 받는 일'을 하는 의사 한 사람하고 '자연주의 출산 어머니 아버지' 스물한 사람이 함께 쓴 책입니다.

'분만대 없는 병원'을 꾸리는 정환욱 님은 의사로서 자연주의 출산이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밝혀 줍니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아기를 만난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분만대 아닌 곳'에서 아기를 만나려 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수술대나 수술도구로 '출산'을 하는 이야기는 이 책에 없습니다.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라는 책은 모든 아기가 사랑을 받아 어버이 품에 기쁘게 안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자연주의 출산이 추구하는 바는 바로 이것, 가족이 함께하는 출산이요 그 과정에서 가정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 전문성을 앞세워 서둘러 출산을 끝내려 하기보다는, 기다려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18, 19쪽)


남편은 아내의 임신과 진통, 출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화되어, 어느새 자신이 방관자나 관찰자가 아닌 임신과 출산의 또 하나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 (31쪽)

저는 두 아이를 도맡아 돌보는 어버이로서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를 읽으면서 '출산·아기'란 무엇인가를 돌아봅니다. '출산·출산율' 같은 말을 쓸 적하고 '아기·아이'라는 말을 쓸 적에는 사뭇 다릅니다. 어버이는 아기를 낳고 받아요. 아기는 어버이한테 찾아와요. 어버이는 아기를 기다리며 배냇이름을 짓고, 아기가 태어나면 새로운 이름을 지어서 부릅니다.
가시내하고 사내가 서로 사랑으로 어우러지는 동안 작은 씨앗이 만나 작은 목숨이 깨어납니다. 작은 목숨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느긋하게 자랍니다. 어머니는 아기가 열 달 동안 천천히 자라도록 기다리면서 지켜봅니다. 이동안 아기가 태어나는 길뿐 아니라 앞으로 아이로 자라는 삶을 곰곰이 생각하지요. 새롭게 맞이하는 목숨이 아름답게 살아갈 날을 그립니다.

모든 아기가 놀라운 까닭은, 이른바 출산이 기적인 까닭은, 사랑하고 사랑으로 만나서 태어나는 새로운 사랑이 우리 삶을 아름답게 지피는 작은 씨앗이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어머니나 아버지는 '출산율 높이기'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아요. 어머니나 아버지는 '보금자리에 사랑을 지피려'고 아기를 낳아요.

오랫동안 많은 엄마들이 회음 절개를 하지 않고 아기를 잘 낳아 왔다. 그 곁에서 조산사들은 회음 절개가 아닌 호흡으로 엄마가 분만 속도를 조절하도록 도와주었으며, 아기가 저절로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었다. (47쪽)

태반을 폐기 처리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미라화'된다. 자연주의 출산 환경에서 아기 출생 직후 탯줄을 자르지 않고 태반이 말라 탯줄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아기와 함께 두는 것을 연꽃 출산이라고 한다. 아기와 태반의 혈액 순환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놔두고 관찰한다는 뜻이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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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은 어버이. 어버이한테 안긴 아기 ⓒ 샨티


어느 어머니나 아버지도 '새롭게 맞이해서 아름답게 보금자리를 가꾸려는 사랑'으로 아기를 낳습니다. '출산 장려 정책'을 펴려고 한다면, 아기 머릿수에 맞추어 돈을 얼마 주겠노라 하는 정책 따위가 아니라, 어머니랑 아버지가 '아기를 느긋하게 사랑으로 맞이할' 수 있는 자리부터 펼쳐야 마땅합니다. 중앙정부나 지역정부에서 '출산·출산율'을 잘못 바라보는 까닭은 숫자에 얽매여 '사랑·보금자리·살림'을 자꾸 놓치기 때문이에요.

'자연주의 출산'은 바로 이처럼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새로운 살림을 즐겁고 아름답게 걷도록 이끄는 작은 징검돌이에요. 두 어버이가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서 아기를 낳아서 맞이하고 기뻐하도록 북돋우는 터전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산부인과나 조산소가 아닌 여느 살림집에서도 넉넉히 아기를 낳는 터전을 이룰 수 있어야 아름다워요.

그리고 아기를 낳아 돌보는 동안 천기저귀를 쓸 수 있도록 북돋우고, 기저귀뿐 아니라 배냇저고리라든지 모든 살림살이가 정갈하고 알맞도록 도와야 할 테고요.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안 쓸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먹고 입고 자는 살림살이가 아름답고 깨끗하도록 거드는 정책이 되어야 하고요.

남편은 머리만 나온 상태에서 스스로 몸을 돌린 아기가 처음 눈 뜬 순간을 봤다고 한다. 남편은 그 눈빛과 그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아직까지 이야기한다. (121쪽)

오늘날에 사람들이 아기를 적게 낳거나 안 낳으려고 하는 뜻을 나라에서 잘 읽어야 합니다. 아기를 막상 낳고 보니, 온통 사교육에 입시교육에 피멍이 드는데, 어느 어버이가 선뜻 아기를 즐겁게 낳을 마음이 될까요? 겨우 사교육하고 입시교육을 지나갔어도 취업이 지옥 같고, 취업을 뚫었어도 일터에서 살아남는 일로 골머리를 앓는다면, 이런 사회에 아기를 낳아 돌볼 엄두를 못 낼 만합니다.

아기가 태어날 자리, 아이가 뛰놀며 배울 마을하고 보금자리,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새롭게 꿈을 품고 살아갈 터전, 이 여러 가지가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맞물리도록 슬기를 모을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끼우는 첫 단추가 바로 자연주의 출산일 것이라 확신했다. 아내 역시 우리 출산은 우리 둘만의 힘으로 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부터 아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267쪽)

아기를 낳으려는 어머니나 아버지라면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를 곁에 두고서 더욱 씩씩하면서 고운 마음이 될 만하지 싶어요. 아기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닌 벼슬아치도, 또 어린이집 교사나 여느 학교 교사도, 이러한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우리가 바라보거나 돌보는 모든 아이가 얼마나 놀라운 사랑으로 태어나서 이곳에 있는가를 헤아려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푸름이한테 두 어버이가 사랑으로 만나서 사랑으로 아기를 낳아 돌보는 아름다움을 알려줄 수 있으면 참으로 좋아요.

아름답게 태어난 아이들이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빌고,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사랑을 널리 나누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기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정환욱과 자연주의 출산 엄마 아빠들 글 / 샨티 펴냄 / 2017.3.11. / 18000원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 #정환욱 #자연출산 #출산율 #출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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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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