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 "컴퓨터 교육은 생존의 영역"

광명시 결혼이주여성 교육 현장... "한국은 모든 게 컴퓨터로 진행"

등록 2017.04.02 16:01수정 2017.04.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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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쫑쫑쫑~'

광명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컴퓨터 교육 삼매경에 빠졌다. 이주여성들은 윈도우즈 메모장에 한글 쓰기를 연습하면서 줄바꿈을 할 때는 엔터 키를 누르고 다시 줄을 붙일 때는 백스페이스 키를 누른다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을 배웠다.

컴퓨터가 익숙한 사람들은 '그런 거까지 배우냐'고 할지 모르지만 컴퓨터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다문화가족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교육이다.

"한국에 와 보니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 유치원 신청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만 접수를 받아요. 병원진료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기다리는 수고가 줄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6년 전에 한국에 시집 온 김안나씨는 낯선 나라 한국에서 인터넷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한국어만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컴퓨터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이 뒤늦게 마음에 걸려 광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컴퓨터교육에 지원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컴퓨터가 있지만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컴퓨터는 중요해요."

"컴퓨터 못하면 좋은 일자리 얻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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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광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컴퓨터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이주여성들 ⓒ 송하성


베트남에서 온 또 다른 이주여성은 취업 때문에 컴퓨터를 배운다.

"취업을 하고 싶은데 컴퓨터를 하지 못하면 공장이나 식당에만 갈 수 있어요. 저는 힘들어서 못해요. 더 좋은 일자리,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컴퓨터부터 배워야 해요."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컴퓨터 교육에 도전한 이주여성은 모두 14명. 노트북 없는 참여자 10명은 센터의 컴퓨터를 이용하고 노트북이 있는 참여자 4명은 자기 노트북을 가져온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컴퓨터교육에 대한 열의와 집중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에요. 대부분 한국에서 생활하며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온 분들이기 때문에 매우 집중해서 교육에 참여하고 있어요."

센터의 정보화교육 담당자 이연재씨는 그래서 유튜브(동영상 공유 사이트) 접속하는 법을 알려줄 때도 한국 유튜브에서 베트남, 중국의 유튜브 홈페이지로 전환하는 법을 함께 알려준다.

"예전엔 가족들에게 전화로 자신의 소식을 전했겠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서비스가 있잖아요. 이주여성들이 컴퓨터에 익숙해지면 소통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편이에요."

광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6월 13일까지 총 20회 교육을 실시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자녀 성장 동영상 만들기'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문서작성, 이력서 만들기는 기본이다.

"저는 한국에서 살 거예요. 한국에서 살아야 하니까 배울 것이 많아요. 한국어도 중요하지만 컴퓨터도 중요해요. 아이들이 점점 크니까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는데 엄마는 하나도 모르니까, 미안해요.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컴퓨터를 배울 거예요."

컴퓨터 앞에 앉아 메모장에 글을 쓰는 이주여성의 손가락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광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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