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매일 안녕하길'…다시 나의 일상에서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22]

등록 2017.04.25 15:09수정 2017.04.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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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9일 시작해 올해 1월 29일까지 대만, 중국, 베트남 세 개 나라를 여행했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 전 바랐던 대로 다시 나의 일상에서 삶을 잇고 있다.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으로 떠나는 여행. 그래서 여행은 내가 가는 곳 어디나, 나와 같은 존재, 나와 같은 삶이 있음을 체감시켜 준다.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인터넷과 티브이 뉴스에서는 연일 칠레 화재 소식이 전해졌다. 칠레 역사상 최악이라는, 결국 한국 제주도의 2.5배 면적을 다 태우고서야 진압된.

그때 나는 '여행 메모'에 이렇게 적었다.

'칠레 화재의 열기는 지금 이곳 베트남 하노이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내 나라 한국의 겨울 추위도, 시리아를 비롯한 전쟁 중인 어느 곳의 공포와 아픔 역시. 그러나 내가 대만을, 중국을, 베트남을 여행하기 전에도 이 수많은 '삶들'은 존재했으니 돌아가 내 자리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분명 존재하는 이 모든 삶들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비 내리는 월요일 아침, 자연스레 대만의 지우펀 옛거리, 중국 쑤저우의 핑장루, 베트남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의 비 내리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밖에도 여행 동안 함께 한 많은 것들이.

그 모두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대만 아름다운 바이샤완(Baishawan)의 게스트하우스 주인 팡(Pang), 안녕? 오늘도 게스트를 위해 손수 빵을 구웠겠죠? 간밤엔 맥주 파티도? 여러 번 말했지만 맥주까진 공짜로 주지 말라고요. 나 같은 게스트가 또 오면 큰 일이니까! 부인 카타(Cata)에게도 안부 전해줘요. 아, 그 다정했던 이웃들에게도.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대만 킬룽(Keelung)의 착한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때 버스정류장까지 길을 안내해주셔서 무척 감사했어요. 먼저 가셔도 괜찮았는데 결국 버스가 온 뒤 기사 분께 제 행선지까지 설명해주셨죠. 당신의 어린 자녀와 부인, 지인들 모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대만 지우펀 '옛거리'에 누렁이도 안녕? 네 이웃들도 잘 있겠지? 매일 같이 몰려와 거리를 꽉 채우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지겹지? 네 표정을 보니 짐작이 되더라. 그거 알아? 너처럼 생긴 개들은 내가 사는 도시에선 대부분 좋은 대접을 못 받아. 하지만 넌 인기 짱이지! 너희 동물들이 훨씬 행복한 세상이 되길.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중국 샤먼(Xiamen)의 경극 배우 분들, 안녕하세요? 당신들의 열연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것도 길거리 천막 무대에서 공짜로. 아마도 많이 힘드시겠지요? 오래된 작은 집들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떠난 모습을 봤어요. 부디 아름다운 옛것들이 전부 세월 속에 매장되지 않길. 당신들의 무대와 그것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부디 자유로워지길' ⓒ 이명주


중국 '샹하이 동물원'의 장수도롱뇽아, 네게는 차마 '안녕?'이라고 물을 수가 없네. 여전히 그 좁고 단조로운 우리 안에 갇혀 있겠지. 무지몽매한 어떤 사람들이 또 유리창을 쾅쾅 두들겨대며 너를 놀래키진 않았니? 부디 자연으로 돌아가 네 본성껏 자유로이 사는 날이 오길. 너무 미안해. 노력할게.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중국 쑤저우의 멋진 호스텔 직원 한스(Hans). 이제 곧 성수기니 바빠지겠네. 나 있을 땐 호스텔이 영 썰렁해서. 그래도 너와 고양이 따이따이 덕에 즐거웠어. 있잖아, 넌 "여행을 하고 싶지만 너무 가난해서 다음 생애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했지? 그런데 정말 원하는 건 돈으로 하는 것 같진 않아. 너가 더 큰 세상, 더 큰 너 자신을 '이번 생애'에서 만나길 바라!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베트남 하노이의 내 두 여동생, 호아(Hoa)랑 펌프킨(Pumpkin, 개) 안녕? 하하. 너희들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난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호아. 여전히 열심히 영어를 가르치고, 카우치서핑(Couchsurfing)으로 여행자들을 만나고, 너의 멋진 여행 또한 준비하고 있겠지? 진심으로, 너와 같은 사람이 네 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 거야. 너 자신은 물론. 펌프킨에게도 안부 전해줘. 사랑스러운 미친 녀석!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안녕, 여행자.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서 당신의 거리 공연을 봤지요. 실력과 재치가 대단하더군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어떤 열정이, 어떤 용기가 그렇게 낯선 거리 위에, 낯선 사람들 앞에 스스로를 세우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지. 나도 좀더 뜨거운 열정, 좀더 큰 용기를 내고 싶어요. 모든 선한 여행자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모두 매일 안녕하길' ⓒ 이명주


열흘간 머문 하노이 항박(Hang Bac) 거리 국수 가게 청년. 당신의 어머니인 듯한 여인이 만든 생선국수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지금도 먹고 싶네요.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깔끔하고 호화로운 가게보다 당신이 일하는 그런 노점을 더욱 많이 찾았음 합니다. (청년이 당시 입고 있던 스웨터의 한글 문구가 마치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꼬집는 듯했다. '남한 참'······)

나 ⓒ 이명주


※ 지난 해 11월 9일 시작해 총 85일간의 대만, 중국, 베트남 여행의 기록을 이로써 마칩니다. 다시 한 번 여행을 통해 만난 모든 이들에 감사와 애정을 전하며, 나와 내 삶과 꼭 같은 그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또 만나요! - 필자 이명주
#대만여행 #중국여행 #베트남여행 #여행 #나의일상에서그대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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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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