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의 종식을 바라보며...

가축전염병이 남긴 쓰라린 생채기

등록 2017.04.03 15:33수정 2017.04.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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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8일 충남 천안에 소재한 산란장에서 처음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는 현재까지 근 5개월을 끈질기게 버티며 방역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2월 5일 충북 보은의 젖소 사육농장을 기점으로 시작한 구제역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거대한 재해를 예고했던 구제역은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경기도 연천지역에 국한되어 발생하고 돼지로 확산이 되지 않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소에 비해 사육두수가 월등히 많은 돼지로 전파되었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이동제한을 대부분 해제할 전망이며, 구제역 역시 방역당국의 이동제한조치 해제로 인해 충남의 전 지역과 충북 옥천, 강원도 인제를 비롯하여 한 달 넘게 휴장에 들어갔던 전국 가축시장들이 속속 재개장하고 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가축전염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대한민국은 안정을 찾아 서서히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유래 없는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이 겹치며 방역당국을 더욱 힘겹게 했다. 'H5N6형', 'H5N8형'의 조류인플루엔자와 'A형', 'O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사상초유의 사태로 2종류의 조류인플루엔자와 2종류의 구제역까지 총 4종류의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일련의 가축전염병 사태를 겪으며 방역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부는 2011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백신접종을 미루다 최악의 구제역사태를 불러온 것을 계기로 백신정책을 도입했다.

7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항체형성률을 97%로 발표하며 구제역 방역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의 경우 항체형성률은 20%를 밑돌고 전북 정읍의 경우는 이에도 훨씬 못미쳐 항체형성률이 고작 5%에 머무는 등 전반적으로 극히 저조한 실정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충북 보은의 2곳의 농장에서는 0%인 경우도 있었다.

방역당국은 당혹감 속에 부랴부랴 추가로 소와 돼지에 대해 일제접종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유산과 착유량 감소를 우려로 백신을 기피하는 농장, 보관이나 사용과정에서 백신의 효능 감소, 비전문가인 농장주에 의한 부실접종 등으로 항체형성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백신만 농장에 공급하고 백신접종 및 항체 파악과 같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이번 구제역 발병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백신과 표본검사 수치만을 믿고 방역활동을 해온 정부는 스스로 화를 키우며 허점을 드러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에는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야생철새라고 발표하고 야생조류에게 원인을 돌리며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본적인 방역시스템의 오류였다.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이 뚫리자 차례차례 전국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하게 됐다.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방역에 구멍이 뚫리며 차단은 고사하고 확산속도를 힘겹게 뒤 따라가는 뒷북행정이 되풀이 됐다.

그 결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매몰된 가금류 수는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의 20%가량인 3314만 마리에 달할 정도며 사상 최악의 역대 살처분을 기록한 2014년 1396만 마리의 3배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살처분 하는 현재 방역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백신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그러나 바이러스 무증상 잠복 가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를 유발할 수 있고 인체감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방역당국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변이가 심해 최적의 백신 개발이 어렵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은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시 긴급 투입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피해를 더욱 키웠다.

과도한 업무로 현장 전문 인력의 피로도만 높이고 업무 효율을 저하시키는 효과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방역방식은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냈다. 연일강행군으로 녹초가 된 방역요원의 격무에 따른 피로누적과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기도 했다.

이러한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이 할퀴고 간 생채기는 너무나 크고 쓰리다. 무엇보다 먹거리 급등 우려가 현실이 되며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번에는 닭고기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제역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다. 가축전염병이라는 꼬리표로 한우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매출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한우물량이 딸리면서 가격은 오르지만 소비하락 파장으로 한우농가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정적 공급으로 유통되는 수입산 쇠고기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돼지고기 값까지 덩달아 오르며 가축거래시장 폐쇄의 여파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구제역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란 언론보도로 수입산 소고기는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가축전염병 방역실패의 파장은 식탁의 먹거리 환경마저 바꿔놓으며 가정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안긴 이번 가축전염병의 종식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방역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게 한다. 현재와 같은 방역시스템으로 내년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사태를 계기로 질병과 방역전문가에게 컨트롤타워를 맡길 것인가. 모든 것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은평동물병원 #조류동물병원 #가축전염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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