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회의에서 짬짜미, 회의 페북 중계하자"

[지방의회의 민낯 2 - 인터뷰]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 소장

등록 2017.04.10 07:25수정 2017.04.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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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일곱 번째 지방선거가 열린다. 독재정권에게 30여 년간 박탈당했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부활한 이후 일곱 번째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방자치제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있지만 무관심한 주권자의 책임 또한 없지는 않다. 이에 지방의회 개혁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전문가의 의견 등을 싣는다. - 기자 말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55) 소장 ⓒ 조호진


"지방정부를 제대로 감시하려면 의원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주민에게 필요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과 행정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지방의원들은 '징그럽게'도 공부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데 걱정이다. 지방의원의 주된 관심사는 공천권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서 또 다시 의원이 되는 것, 대선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보다 대선 바람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원들이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려면 예산과 정책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데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고 집행부의 달콤한 회유와 유혹은 계속된다. 결국 공부하던 의원들조차도 적당히 타협하기 마련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수준은 곧 주민의 수준이고 주민의 참여와 비판 없이는 지방자치 발전이 요원하다. 낙제 의원을 뽑아주는 낙제 유권자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가 매우 걱정된다."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55) 소장은 지난달 2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의원들이 '징그럽게'도 공부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 소장은 지방의회가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면서 "지방의원의 낙제점수는 곧, 주민의 낙제점수"라며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이 소장은 '좋은예산센터' 부소장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방․국회의원들, 해외연수를 외국으로 바람 쐬러 가는 것으로 잘못 인식"

이상석 소장은 해외연수 전담기관을 만들어 외유를 근절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조호진


-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질타가 계속되는데도 줄기차게 외유를 간다.
"해외연수를 제대로 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출발 전에 연수의 목적과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해외에 가서는 날마다 평가하고, 연수를 다녀와서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반 기업과 시민단체 등의 공무연수는 이렇게 빡빡하게 진행된다. 연수는 결코 놀러가는 게 아니다. 지방의회 해외연수를 이렇게 진행하면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의원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해외연수든 연찬회든 관광지가 포함되지 않으면 의원들이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외유성 해외연수가 진행되고 잡음과 말썽이 계속되고 있다. 일정표에 해외봉사 또는 벤치마킹 등 거창한 제목을 달지만 실은 놀러가는 게 목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지방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해외연수는 외국으로 바람 쐬러 가는 것으로 잘못 인식됐다. 해외연수를 제대로 가려면 의원들이 목적에 맞는 나라를 정하고 교통편과 가이드 정도만 여행사에 의뢰해야 하는데 우리는 여행사가 다 알아서 한다."


- (이 소장에게 일정표 등의 자료를 보여주며) 서울시 구의회 의장단이 라오스로 해외봉사를 갔는데 해외봉사로 볼 수 있는가.
"의장들이 돈을 모아서 해외봉사를 갔다면 봉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구민의 세금으로 간 것을 봉사라고 할 수 있을까. 라오스의 어려운 학교와 학생들을 돕고 싶다면 의장단 수십 명이 몰려가면서 예산 낭비하지 말고 대표 2~3명을 선발해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체 예산 중에 봉사예산이 10% 조금 넘는 것을 보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 바람직한 해외연수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방의원 해외연수와 연찬회를 전담할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의 지방의회가 250개나 되는데 해외연수 예산을 모으면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의회 산하에 자문기구 성격의 해외연수 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연수 전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외유 문제로 주민의 반발을 산 일부 지방의회에서 심의위원회를 만들기는 했는데 관변 인사들로 구성해 들러리로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주민을 속이려고 하니까 욕먹는 것이다. 제대로 좀 하자. 지방의회를 감시할 시민사회 인사들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외연수 계획을 심의하고 갔다 와서는 보고서를 검증한다면 외유 논란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의정비 올려 달라, 보좌진 만들어달라고? 누가 동의하겠는가!"

서울시 은평구의회 회의 장면. ⓒ 은평시민신문


-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

"지방정부가 제출한 예산서를 제대로 분석 못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극히 일부 지방의회와 의원들이 전문가를 초청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기득권 정당 소속 지방의원 상당수는 공부를 정말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책임은 공부하지 않는 의원뿐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있다. 공부하지 않는 의원들을 심판해야 하는데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면서 공부하지 않는 의원들을 양산시킨 책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방의회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의회 무용론과 폐지론에 대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의원들이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의정비를 올려 달라, 보좌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니 누가 동의하겠는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은 의원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방의회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낙제인 것을 알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지방의원들이 지방의회에 권한이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지방정부에 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이 있어서 권한이 많은 것 같지만 지방의회의 권한 또한 막강하다. 문제는 견제와 감시 기능을 사용할 줄 모르거나 짬짜미를 하면서 공생하기 때문에 지방의회에 힘이 없어 보일 뿐이다. 의회에 주어진 견제와 감시는 도외시한 채 잿밥에만 관심을 두려고 하니 힘이 발휘되겠는가. 지방의회가 복원된 지 30년이 다 돼 간다. 주어진 권한을 집행부와 짬짜미해서 자신들의 잇속과 바꾸는 것도 적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잡음 많은 의장 선거, 의장 뽑지 말고 순번제로 하면 된다!"

서울시구의회 의장협의회월례회의에 참석한 의장단. ⓒ 구의회


- 서울과 경기도 등의 의장협의회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장협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받겠지만 세금으로 국내외 연수, 체육대회 등으로 의장들의 친목을 도모하는데 치중되어 있는데 주민들에게 의장협의회가 왜 필요하겠는가. 주민들은 의장협의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 주민에겐 권력자보다 봉사자가 필요한데 지방의회 의장은 상당한 권력자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의전이 막강한 것도 문제다. 의장에게 고급 차량과 개인 집무실과 개인비서와 업무추진비 등이 주어진다. 국회를 흉내 내어 지방의회를 만들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의장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수수와 향응접대 등의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주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잡음을 일으키는 의장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의장을 뽑을 필요 없이 회의 때마다 순번제로 하면 된다. 지방의회가 발전하려면 권력은 내려놓아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에게 봉사하라고 뽑은 것이지 상전 노릇하라고 뽑은 게 아니다."

- 의회의 불투명한 운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회의 부패와 짬짜미는 비공개 회의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방의회에서 예산심사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면 정회한 뒤, 의원간담회에서 정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은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의원이 내부 고발하지 않는 한 집행부와 의회, 의원 간의 짬짜미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비공개 회의를 공개회의로 전환해야 한다. 값비싼 장비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예산심의에 가장 중요한 예결위와 상임위 회의 장면을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중계하면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지방의회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므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이에 대해 서약하게 하고 이를 거부하는 후보는 짬짜미 후보로 간주하면 어떨까 싶다. 지방자치의 중요한 요체는 투명성이다. 감추려고 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다."

은평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모습. ⓒ 은평시민신문


- 지방정부의 예산과 집행을 감시하긴 해야 하는데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가 낸 세금이 줄줄 새는데 어렵다고 외면할 순 없잖은가. 사실, 예산감시가 어렵지만은 않다. 예산을 계획대로 썼는지, 안 썼는지, 항목대로 썼으면 제대로 편성된 예산인지 아닌지 검증하고 그 다음엔 좋은 예산을 만들게 해야 한다. 예산 낭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예산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기능을 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체장은 주민들의 심부름꾼이다. 그런데 예산편성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지역 권력자가 됐다. 지방정부 예산편성권을 주민들이 가져야 하는데 지방정부와 의회가 예산 편성과 심의, 집행과 결산을 분점하면서 주민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바른 지방자치로 가려면 선거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잘못 뽑은 선출직은 소환해서 탄핵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광장 민주주의가 결합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확인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박근혜 같은 탄핵 대상이 없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지방정부와 의회 감시를 외면하는 시민운동"

전남 지역 시민단체들이 2013년 도서개발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신안군 담당공무원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발장을 든 사람이 이상석 소장, 이 소장 우측 두 번째가 김경진 변호사. ⓒ 이상석


- 지방자치 초기에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방정부와 의회를 감시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지방정부 사업을 위탁받는 등 이해관계에 얽히면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지방자치가 후퇴한 데는 시민운동도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방정부의 위탁사업을 하거나 생활운동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방정부와 의회 감시 운동에 구멍이 뚫렸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관변단체들보다 위탁사업을 잘해낸다. 시민운동의 영역과 저변을 확대시키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만 문제는 유행처럼 몰려가는 운동 방식이 문제다. 협동조합이 유행하면 협동조합으로 몰려가면 지방정부와 의회는 누가 감시하고 소는 누가 키우란 말인가.

종합백화점 혹은 문어발식 시민운동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란 비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성명서 발표 중심의 시민운동도 문제다. 언론 플레이에 치중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가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이름 걸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작은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평구회의를 감시하는 시민모임, 총무과를 감시하는 시민모임,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시민모임, 하천을 감시하는 시민모임 등 생업을 가지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모임이 매우 필요하다. 각자의 영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작은 모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지역 시민운동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 기사 :  지방의회의 민낯 1 해외봉사 간다는 구의회 의장님들 봉사활동비는 14%뿐... 나머지는? )
덧붙이는 글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공익재정연구소 #지방의회 #이상석 소장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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