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기도 전날 가족여행 계획, 가정사 때문이라니"

동료 "박씨, 실적·인사이동 스트레스 받아" 증언... 회사 측 "공식입장 없다"

등록 2017.04.05 12:02수정 2017.04.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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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베스트샵(구 하이프라자) 지점장의 자살기도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 충북인뉴스


LG전자 베스트샵(구 하이프라자) 지점장의 자살기도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는 지난달 21일 '두 딸 둔 40대 가장, 자살기도 이유는?'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OO지점장 박아무개씨가 과도한 업무량과 실적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취재진에게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회사와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의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사의 입장에 대해 가족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주변 동료들의 '업무스트레스가 과중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인사이동 거부, 스트레스 심했나?

박씨는 지난해 8월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사랑한다 딸"이라는 짤막한 문자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현재 박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다. 박씨의 부인은 "남편은 평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당시 경기도 ○○지점으로의 인사이동을 두고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박씨는 부인에게 인사이동과 관련한 문자를 보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부인에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출퇴근으로 80만 원이 나간다"며 "좋은 지점으로 가라는 것도 아니고 가서 (지점을) 살려보라는데 내가 재주꾼도 아니고 입바른 소리 듣기 싫다. 힘든 싸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나는 왜 이런 상황이 주기적으로 올까 이제 나도 짜증 난다. 이번에 넘어가도 또 이런 일이 생길 텐데 점점 싫어진다. 준비해야겠다"고도 말했다.


박씨의 부인은 "인사이동을 두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왜 회사는 자꾸 가정사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가 옮겨갈 곳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지점. 이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전 직원A씨는 "박씨가 전에 일하던 곳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점장 급여의 상당 부분은 판매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다. 등급이 낮을수록, 또한 소형매장일수록 급여가 적다. 두 지점은 같은 규모의 매장으로 급여는 비슷하지만, 출퇴근 거리가 멀어 사실상 급여가 깎이는 셈이 된다. 박씨를 ○○지점으로 발령 내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 LG베스트샵에서 일하는 직원도 "등급에 따라 급여 차이가 크다. C등급 지점장은 AB등급 지점의 매니저보다 급여가 적다"며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찍히면 당연히 지점장들은 등급이 낮은 매장으로 인사발령을 받는다"고 말했다.

"심적으로 항상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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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박씨가 아내에게 보낸 문자들. ⓒ 충북인뉴스


지난해 6월, 박씨는 "인생 뭐 있나. 아니면 마는 거지. 여기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채우기는 글렀다. 그래도 나름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는데…"라며 인사이동을 앞두고 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외에도 부인에게 "회사의 재고진단이 나와 진단을 받고 있다", "안 간다고 했다가 보복당하는 느낌이다", "작년에도 (재고조사를) 했고 깨끗하다 했는데 또 (재고조사를) 했다"고 문자를 보내는 등 인사이동과 관련 회사 측의 압박을 주장했다.

또 회사 관계자에게 "제가 말씀드린 대로 조용하게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주위에 사건이 생겨 묻히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나한테만 (안 좋은) 제안이 오다 보니 심적으로 항상 불안하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평소 박씨가 일하는 매장에 자주 들렀다는 친구 C씨는 "20살 때부터 함께해온 20년 지기 친구다. 평소에도 매장에 가면 회사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직장상사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며 분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직장상사가 자신을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사라고 하는데 자살기도를 한 다음 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펜션까지 예약을 해뒀다. 그런데 무슨 가정사냐"며 "평소에도 자신의 속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장동료 "직장에서 스트레스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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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박씨가 회사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 ⓒ 충북인뉴스


박씨와 함께 근무했다는 동료도 "가정사란 이유로 그런 결정을 할 사람이 아니다. 두 딸을 얼마나 아꼈는데 믿을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본사 관리자가 방문해 실적과 관련해 소리를 지르곤 했다"며 "인사이동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도 "본인 스스로 폐점 전문이라고 말했다. 진급이 늦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2015년 늦은 진급(과장)을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정사'라는 회사 측의 입장에 대해 동료는 "○○지점으로 가지 않아도 될 방법을 내게 물어 가정사 핑계를 대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며 "지점장 인사이동은 사전에 의견을 묻는데 그때 가정사를 이유로 대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베스트샵 조직문화팀 관계자는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겠다. 박 과장과 부인이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를 보라"며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대화내용을 어떻게 확인했냐고 묻자 "부인이 보여줬다"고 답했다.

이에 박씨의 부인은 "내용을 보여 준 적이 없다. 회사 측의 대응하는 태도에 두 번 상처를 받는다"며 "아직도 그날의 기억으로 고통스럽다. 인사이동 때 사표를 쓰게 했어야 했다. 지금은 온통 후회와 아쉬움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씨가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는 다음과 같다.

"미안하고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없어도 독하게 마음먹고 ○○, ○○이 잘 보살폈으면 한다. 미안했고 정말 사랑했었다. 두 번 다시 나 같은 사람 만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마지막으로 사랑했고 표현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내가 집착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 아무쪼록 못난 놈하고 지금껏 살아 줘서 고맙고 미안하지만 먼저 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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