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끝판왕,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뉴스속의 노동법(24)] 노동법이 외면하는 이른바 '특고종사자'

등록 2017.04.07 14:36수정 2017.04.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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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한국정부에 권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종사자')가 무엇이고 또 어떠한 사정에 놓여있기에 국가인권위가 유엔에까지 도움을 요청한 것일까?

사실 노동법에 특별히 관심이 많지 않은 독자라면 '특고종사자'라는 단어 자체부터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특고종사자' 문제는 우리사회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노동법적 숙제이기도 한데 그래서 오늘은 이른바 이 '특고종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개별적 근로관계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신문이나 뉴스의 사회면을 잘 보지 않는 사람도 비정규직의 양산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그 자체로 뜨거운 감자다.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엄밀히 법률적 개념은 아닌데,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형태에 따라 아래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직접고용 : 기간제 근로/단시간근로
(2) 간접고용 : 파견근로/도급,용역,위탁
(3) 특수고용 :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1)번의 직접고용의 경우 해당 근로자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특별히 보호 받는다. 사업주와 직접적으로 근로관계계약을 체결한 것이기에 당연히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의 적용을 받음은 물론이다.

(2)번의 간접고용의 경우 파견근로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 이 경우에도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들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가지므로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파견근로자가 파견되어 실제로 근로를 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도급, 용역, 위탁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록 계약의 형식이 도급, 용역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서 근로를 하였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대법원이 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서 근무한 판매원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3)번의 경우가 바로 특고종사자의 경우인데, 이들은 현행법상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의 보호를 일체 받을 수 없다. 그나마 보험료50%를 본인이 부담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뿐이다(일반 근로자는 본인부담이 없다). 실질적으로 근로자성이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이들은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노동법에서 배제된다. 우리 대법원도 이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단 한 차례도 인정한 사례가 없다(일부 하급심 판결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는 이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을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 중 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등의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125조는 구체적으로 보험설계사·모집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을 특고종사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이 산재보험법상 특고종사자의 개념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산재보험의 혜택이라도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법령상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 중~' 이라고 명확하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원천적으로 특고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시 사례를 살펴보자.

A씨는 B택배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본인 소유의 차량으로 택배기사 업무를 하고 있다. A씨는 B택배업체의 근무수칙을 따라야 하는데 여기에는 업무의 시간, 배송 구역 등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고객민원 ·기타 업무의 지연 발생 시 회당 3만원을 공제한다는 규정도 있다. 한편 A씨는 B택배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량의 외관에 회사의 로고 등이 포함된 도색을 하여야 하고, 해당 차량으로는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하였다. A씨는 기본급은 받지 않고, 회사가 결정하는 운송료에 따라 건당 보수를 산정하여 받는다. 법리를 떠나서 직관적으로 판단해보자. A씨는 근로자인가? 자영업자인가?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두 가지 주요 기준은 사용자에 대한 인적 종속성과 경제적 종속성이다. 이를 A씨에게 대입해 보자. A씨는 명칭은 '근무수칙'이나 사실상 회사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규정에 따라 근무시간·장소가 구속된다.(인적 종속성) 또 비록 본인의 차량임에도 회사가 원하는 대로 도색을 해야 하고 다른 업무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 회사가 일방적으로 운송료를 결정한다는 점(경제적 종속성)에서 자영업자로 보기 힘든 부분이 크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는 '임금' 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A씨가 B택배업체로부터 받는 보수를 임금으로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많은 A씨들이 근로자가 될 수 있는 날을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특고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산재보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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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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