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만이 사는, 카메하메하 대왕이 통일시킨 땅

태양과 바람, 바다의 섬 하와이... 천혜의 경관과 풍요가 부러웠다

등록 2017.04.07 09:36수정 2017.04.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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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최고 명당인 와이키키 해변 모습 ⓒ 오문수


지난 주 지인들과 함께 하와이를 다녀왔다. 지구 탄생의 현장을 그대로 간직한 화산분화구는 아직도 뜨거운 용암을 쏟아낸다. 빛나는 태양과 바람, 바다가 베풀어준 천혜의 경관에 몸이 반응을 했는지 장시간 나를 괴롭히던 천식기침이 잠잠하다.

아내의 지인들이 잡은 짧은 일정이라 성이 차지 않았지만 아직도 여행 뒤풀이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박6일이 아닌 보름 정도 차분하게 돌아보고 싶은 곳 알로하!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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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중앙에 하와이를 통일했던 카메하메하 대왕의 동상이 보인다. ⓒ 오문수


지금도 용암을 쏟아내는 분화구 주위를 트레킹하며 내가 사는 지구별 탄생의 신비를 느끼며 걸어보고 싶다. 알래스카에 살던 혹등고래가 따뜻한 하와이로 돌아와 새끼를 낳고 기르며 물위로 솟구쳐 오르는 현장을 보고 싶다. 115년의 역사를 가진 하와이 이민의 현장도 보고 싶다.

몇 달 전 아내가 "친구들과 함께 하와이 여행갈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동행할 것인가?"를 묻자 기꺼이 동의했다. 패키지와 배낭여행을 통해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하와이는 못 가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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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으로 가는 고가도로의 다리에 새긴 하와이 전통 문양 모습. 아름다운 하와이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여 건설한다고 한다. 고가도로 만드는 데 10년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들의 노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 오문수


여행자유화가 시행되기도 전부터 하와이는 신혼여행지 모델로 알려졌었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는 한 단원 속에 하와이가 나왔다. 그 속에는 '알로하! 와이키키해변, 진주만 등이 전부였었다. 그러나 주마간산으로 돌아본 4일간이 내게 준 의미는 컸다.

하와이, 화산폭발로 인해 8개의 큰 섬 포함 140여 섬과 산호초로 이뤄져

하와이제도는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 2500마일 떨어져 있으며 태평양 판 위에 있다. 8100만년 동안 태평양판이 지구의 맨틀 및 지각을 통해 위로 떠오른 뜨거운 마그마 지역 위로 천천히 이동했고 화산분화를 통해 전체 군도가 형성됐다.


하와이는 약 2800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8개의 큰 섬을 포함 140여 개의 크고 작은 섬과 산호초가 만들어졌다. 18세기 카메하메하 대왕이 하와이를 하나로 통일시켰지만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하와이 건물기둥이 8각인 것은 8개의 큰 섬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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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와 번영만 구가할 것 같은 하와이도 노숙자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길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 모습 ⓒ 오문수


현재 약 140만명이 거주하며 아시아계가 38%, 백인 24%, 하와이 원주민 9%로 미국령이지만 여러 인종이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곳이 하와이다. 아시아계 중 한국인은 4만 명이다.

하와이는 크게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하와이 섬 등 여섯 개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섬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독특한 즐길거리와 관광명소가 있지만 짧은 일정으로 오아후, 마우이, 빅 아일랜드 세 섬만 다녀왔다.

와이키키가 있는 오아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오아후는 크게 호놀룰루, 노스 쇼어, 윈드워드 코스트, 센트럴 오아후, 리워드 코스트 등 다섯 개 주요 지역으로 나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키키는 광역 호놀룰루에 위치해 있다.

오아후는 면적이 597평방마일(1546 ㎢)이고 카우아이와 마우이 사이에 위치하며, 여섯 개 알로하 군도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섬이다. 오아후는 한때 순상화산이었던 두 개의 산맥으로 이뤄져 있다.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섬이어서인지 산 능선이 손을 대면 베일 것처럼 날카롭다.  

하와이의 상징이자 하와이를 찾는 여행자들이 제일 많이 들르는 오아후에는 와이키키와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와이키키는 1901년 하와이 최초 호텔인 서프라이더가 해변에 들어서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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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해변은 해양스포츠의 요람이기도 하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강사의 지시를 기다리며 앉아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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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깃든 와이키키 해변 모습 ⓒ 오문수


힐튼하와이안 빌리지부터 카피올라니 공원까지 3㎞가량 이어진 10개의 해변을 통틀어 '와이키키 비치'라 부른다. 해변에는 서핑, 부기보딩 등의 해양스포츠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와이키키 해변은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랑했던 곳이다.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하와이 카이'를 앞두고 차가 멈췄다. 외국인들에게는 코모코 헤드 분화구를 관람하는 뷰포인트지만 한국인들이 마을을 배경삼아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마을 모양이 한반도를 닮았기 때문이다. 가이드에게 "한국인들이 사는가?"를 묻자 "아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바람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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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유명해 바람산이라고도 불린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 모습 ⓒ 오문수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강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과거 카메하메하 대왕이 격전을 벌인 전쟁터로도 유명하다. 1795년에 카메하메하 1세는 군대를 이끌고 경치 좋은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의 가파른 절벽 부근에서 전설적인 누우아누 팔리 전투를 벌였다. 처절했던 전투의 결과로 오아후는 정복되었고, 마침내 1810년에 하와이 군도가 통일되었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노동 이민한 한국인들, 독립운동에 군자금을 보태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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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세인 티아나가 길가에서 과일을 팔고 있다. 할아버지가 한국인이고 할머니는 스웨덴이라고 한다. 한국인이어서 인지 푸짐하게 줬다 ⓒ 오문수


폴리네시안 문화센터로 가는 도중에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한국인 3세 티아나(Tiana)를 만났다. 언뜻 보면 원주민을 닮았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한국인이고 할머니는 스웨덴인이며 엄마는 반반이란다. "엄마를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16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19세기 후반, 조선에 대한 서구의 이권 경쟁과 정치적 사건들 속에서 국민들은 빈곤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를 벗어나고자 택한 것이 '하와이 이민'이었다.

당시 하와이에서는 설탕 수요의 증가로 사탕수수 농업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조선인 노동자를 선택했고, 1902년 첫 이민자 102명이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들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당시 40전을 받고 일하면서도 5전을 떼어 독립자금으로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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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이바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로라이모네. 다른 음식점은 느끼한데 매콤하고 값도 쌀뿐만 아니라 빨리 나오니까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 오문수


마우이 섬에는 한국인 이민과정을 기록한 기념관이 있었지만 며칠 전 내린 폭우로 도로가 유실돼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어 섭섭했다. 30년 동안 마우이 섬에 살았다는 가이드의 얘기다.

"당시 하와이로 온 남자들 대부분은 머슴출신이었다고 해요. 결혼할 때가 되자 사진만 보고 결혼을 약속해 '사진신부'라는 용어가 탄생했지요. 고졸인 사진신부들이 하와이로 시집가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모여 독립자금을 모았다고 합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폴리네시안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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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안 문화센터에서 만난 하와이 원주민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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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안 문화센터에서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관광객 ⓒ 오문수


폴리네시안 문화센터는 하와이를 포함해 사모아, 통가, 타히티, 피지, 메르케사스 등 남태평양 소재 7개 섬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다.  매일 오후 2시 반에 진행하는 각 나라 팀의 카누쇼와 저녁 식사, 루아우 쇼 관람이 곁들여지는 이벤트가 압권이다. 현장에서는 훌라춤과 우쿨렐레 배우기, 코코넛 빵 만들기, 창 던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된 진주만  

1941년 12월 7일 아침, 일본 해군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공습의 주목표는 미해군의 태평양 함대와 육군항공 방어부대, 그리고 해병대 항공부대였다.

공습으로 인해 미군함 12척과 항공기 188대가 파괴되고, 미군 2403명과 민간인 68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가이드와 함께 진주만을 방문하니 진주만에는 거대한 항공모함 한 척이 정박하고 있었다. 가이드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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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에는 커다란 구축함과 항공모함 한 척이 정박하고 있었다. ⓒ 오문수


"진주만 반대편 산에 있는 레이더기지에 있던 군인이 '수많은 전투기가 진주만으로 오고 있다'고 보고하자 장교가 '캘리포니아에서 수송부대가 이곳으로 오기로 했잖아' 하면서 보고를 무시해 버려 기습공격을 당했죠. 만약 장교가 제대로 보고했더라면 오늘의 한국이 있었을까요?"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미군이 참전하고 일본이 패망해 한국이 해방됐다는 뜻이지만 속이 편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의 지속적인 도발과 4대강국에 둘러싸여 휘둘리는 상황이 과거를 재현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오아후섬 #하와이 #화산 #이민 #카메하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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